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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님께

진돗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15 22:59:06
조회 228 추천 0 댓글 6


  제가 딴 사람한테는 별 말 안 하는데 니그라토님껜 가끔 가시 돋친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나름 이유가 있는데, 별 다른 건 아니고 본인도 별로 궁금한 것 같지 않아 이번에도 그냥 말해봅니다. 혹시 듣기 싫으시면 말씀 하세요. 그러면 다음부턴 싫은 소리 안 하겠습니다. 


  니그라토님과 아버님 사이의 일은 이곳에서 가끔 얘기하셨죠.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이곳의 모든 사람은 물론 니그라토님이나 아버님조차도 둘 사이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니그라토님이나 아버님이나 본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겠지만 상대에 대해서, 특히나 '관계'에 대해선 모를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저는 봅니다. 아래의 글로 볼 때 두 분은 화해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듯합니다. 과거의 단절이 현재 진행형의 소통으로 시작될 찰나일지도 모릅니다. 


  보통의 경우 과거에 비해 그 연세 무렵의 아버지들은 나약해지고 그 나이 무렵의 아들은 유연해집니다. 그래서 과거엔 기대하기 힘들었던 화해의 기류가 한 쪽에서 한 쪽으로, 또는 쌍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아마 니그라토님의 경우엔 전자인 것 같습니다. 아마 니그라토님은 아직 아버지를 용서하지는 못한 가운데 세월이 호출했지 싶은 의무감에 휩싸여 손을 내밀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또 아마, 니그라토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얼떨떨할 겁니다.


  살다 보면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사태에 놓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니그라토님이 예민한 편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향이 짙어진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을 겁니다. 인과관계가 불명확하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잘 모릅니다.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여라, 말씀 드리기가 민망합니다. 


  지금부터는 제 경험만 앞세워 굉장히 위험할지 모르는 충고를 해봅니다. 어차피 니그라토님은 남의 말에 크게 휘둘리는 스타일은 아닐 것이라 걱정은 별로 안 됩니다ㅎ


  니그라토님이 아주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화해의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 거예요. 시행착오가 많은 겁니다. 서로가 겪는 시행착오의 현재적 좌표 변화 때문에 두 사람이 소통의 한 채널에서 만날 확률이 낮은 겁니다. 이 경우, 한 쪽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지 않는 한 서로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말을 먼저 하는 이유는, 부분적 소통 실패에 대해 니그라토님이 자책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런 종류의 문제 해결은 지난합니다. 중간의 과정에서 좌절할 만한 일이 생긴다고 해서, 혹은 최종의 결과가 시원찮다고 해서 본인의 무능함을 탓하거나, 특히 늘 보여왔던, 자포자기의 늪으로 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니그라토님은 정말로 어려운 첫 걸음을 했습니다. 아마도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게, 꽤나 건조하게 아버님께 말을 던졌을 겁니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에게는 이 장벽을 넘는 게 정말로 힘듭니다. 우리 서로 잘 안다고 보고, 더 이상 설명은 않겠습니다. 어쨌든 해놓고 보니 별 것도 아닌 첫 스텝을 밟았습니다. 닐 암스트롱이 했다는 말을 여기서 인용하면 졸라 오글거리겠지요. 그게 떠오르긴 합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나는 해봤다. 


  이거 큰 겁니다. 니그라토님이 그동안 여기서 보여 온 행태 중 욕을 먹었던 전형성 중에 하나가 바로 해보지도 않고 변명하는 거였습니다. 아마도 예전부터 나름대로 뭔가를 하고는 있었을 겁니다. 그 결과가 변명거리도 안 된다 싶어서 말 안했거나 천성이 비관적이어서 늘 안 되는 것 위주로만 말해 왔는지도 모르지요. 실제로 안 했다고 해도 상관 없습니다. 이제 한 번 해봤으니까요. 



  둘째, 첫걸음이므로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제가 방금 쓴 이 말은 자칫하면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겨우'니까 자만하지 말아라. 혹은 

  '이제 겨우'니까 엄살 떨지 말아라. 


  이렇게 오해할 수 있어요. 적어도 저는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위의 두 문장이 내포한 의미에 약간은 동의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버지는 가만히 있는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니 이제 반응만 기다리자. 


    이렇게 자만하지 않길 바랍니다. 


  또, 


  내가 이렇게까지 어렵게 시작했는데...뭐 해놓고 보니 별 변화도 없네...


  이렇게 주눅들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니그라토님 아버님을 잘 모릅니다만, 그래서 잘못 짚은 걸 수 있지만, 적어도 제 상식으론

  니그라토님의 변화에 아버님은 적잖이 당황하셨을 겁니다. 


  자기 심리를 컨트롤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변화에 적절한 반응을 하는 데 애를 먹습니다. 

  이 경우, 니그라토님의ㅏ 아버님은 앞으로도 니그라토님의 기대대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 아버지는 최악의 인물인 건 결코 아니었지"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님은 분명 동요하고 있습니다. 


  니그라토님이 시작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주도권을 니그라토님이 갖고, 

  가능한 과감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주눅 들어서, 

  이러저러 해서 안 될 거야...하지 마시고..




  물론 잘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 변수가 많아서 누구도 장담 못해요.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최소한의 요건으로 이만큼은 해봤다.

  그러니 이젠 내 아버지에 대해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최소한의 이만큼'을 충족하려면

  아직은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할 겁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쓸 데 없는 말보다도

  그걸 직접 해보고 난 다음의 깨달음이 더 클 겁니다. 


  아마....영화처럼 극적인 결말은 아닐지 모릅니다.

  앞으로 겪게 될 과정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저..니그라토님이 의도하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주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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