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그랬어

암 4기에 혼자 검사받으러 다니고 마취없이 검사받고

군대시절에도 형은 면회 같은 거 없었다

수술도 간호병동에서 혼자 기다리다 수술받고 혼자 이겨내고 버스 타고 집에 왔어

복대 푼 다음날 노가다했다 

그때 아마 이런 생각들

올 겨울까진 살겠구만

가을 쯤 배에 복수 차겠네

그런 준비를 하면서 살았다

형은 알다시피 무신론자야 신이 있다는 걸 알지만 늬들이 믿는 흰 수염에 인자한 아버지 같은 것은 안 믿는다고

형이 믿는 건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걸 믿는 거다

이걸 견디지 못 해 다음차례에 천국에서 뛰어놀길 바라는 거야 사람들은

사람들은 70 80이 되어도 어린애들이라니까?

갈 때가 되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빼앗긴 4살짜리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형이 바란 건 그냥 사라지는 거였어

그건 자살하는 인간들의 죽음에 대한 열망, 삶에 대한 회의 이런 게 아니야

그건 그냥 받아드리는 거야

사라지는 걸 받아드리는 거

그러면 인생의 슬픔도 외로움 같은 거도

그건 그냥 표면의 무늬에 불과하단 걸 알게되지

형은 작품이 없는 단단한 예술가지

늬들은 내 겨드랑이에 맺힌 소금보다도 못 해

시 같은 비슷한 걸 써봐라 그걸로 등단이라도 해봐

평론가들이 개소리 갈겨놔봐야-

-시인은 왜 이제서야 나타났을까 시인의 시선은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어쩌구 저쩌구 ㅋㅋㅋㅋㅋㅋㅋ

ㅈ까는 소리 잡수시라 그래라

형은 사는 게 바로 시다

내가 바로 시인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