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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 최씨 죽음이 두 번 정도 갤에 나돌고 있는데

김호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2.09 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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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닥쳤으면 좋겠다.

 

* 안개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聖域이기 때문이다.//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방죽 위에서 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 조치원

사내가 달걀을 하나 건넨다./일기예보에 의하면 1시쯤에/열차는 대전에서 진눈깨비를 만날 것이다./스팀 장치가 엉망인 까닭에/마스크를 낀 승객 몇몇이 젖은 담배 필터 같은/기침 몇 개를 뱉아내고/쉽게 잠이 오지 않는 축축한 의식 속으로/실내등의 어두운 불빛들은 잠깐씩 꺼지곤 하였다.//서울에서 아주 떠나는 기분 이해합니까?/고향으로 가시는 길인가보죠./이번엔, 진짜, 낙향입니다./달걀 껍질을 벗기다가 손끝을 다친 듯/사내는 잠시 말이 없다./조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죠. 서울 생활이란/내 삶에 있어서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방점과도 같은 것이었어요./조치원도 꽤 큰 도회지 아닙니까?/서울은 내 둥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지방 사람들이 더욱 난폭한 것은 당연하죠.//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한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손을 들고 있는가./간이역에서 속도를 늦추는 열차의 작은 진동에도/소스라쳐 깨어나는 사람들. 소지품마냥 펼쳐보이는/의심 많은 눈빛이 다시 감기고/좀더 편안한 생을 차지하기 위하여/사투리처럼 몸을 뒤척이는 남자들./발 밑에는 몹쓸 꿈들이 빵봉지 몇 개로 뒹굴곤 하였다.//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덕분에 저는/도둑질 말고는 다 해보았답니다./조치원까지 사내는 말이 없다. 그곳에서/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귀향은/이것이 몇 번째일까, 나는 고개를 흔든다./나의 졸음은 질 나뿐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설령 사내를 며칠 후 서울 어느 거리에서/우연히 마주친다 한들 어떠랴, 누구에게나 겨울을 위하여/한 개쯤의 외투는 갖고 있는 것.//사내는 작은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견고한 지퍼의 모습으로/그의 입은 가지런한 이빨을 단 한 번 열어보인다./플랫폼 쪽으로 걸어가던 사내가/마주 걸어오던 몇몇 청년들과 부딪친다./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나는 그때 크고 검은 한 마리 새를 본다. 틀림없이/사내는 땅위를 천천히 날고 있다. 시간은 0시./눈이 내린다.

 

* 대학 시절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왔지만/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 오래 된 書籍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기적적이었다/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다른 사람들은 분주히/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넘겨보며 書標를 꽂기도 한다/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나를/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꿈꾸어야 한다, 단/한 줄일 수도 있다//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 어느 푸른 저녁

1. 그런 날이면 언제나/이상하기도 하지, 나는/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서로를 통과해가는//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것은 무방하지 않은가/나는 그것을 본다/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 앉아 있다, 한 사내가/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공기는 푸른 유리병, 그러나/어둠이 내리면 곧 투명해질 것이다, 대기는/그 속에 둥글고 빈 통로를 얼마나 무수히 감추고 있는가!/누군가 천천히 속삭인다, 여보게/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2. 가장 짧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한꺼번에 내리는 것일까/나는 까닭 없이 고개를 갸우뚱해본다//둥글게 무릎을 기운 차가운 나무들, 혹은/곧 유리창을 쏟아버릴 것 같은 검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낮은 소리들을 주고받으며/사람들은 걸어오는 것이다/몇몇은 딱딱해 보이는 모자를 썼다/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서로를 통과해가는/나는 그것을 습관이라 부른다, 또다시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나/안심하라, 감각이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어느 투명한 저녁//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모든 신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 진눈깨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이 밟히고/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이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 오후 4시의 희망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두렵다/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있다는 듯이/그러나 물을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 것이다, 빵 껍데기처럼/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에 앉아있었네/김은 약간 몸을 부스럭거린다, 이봐, 우린 언제나/서류뭉치처럼 속에 나란히 붙어 있네, 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아주 얌전히 명함이나 타이프 용지처럼/햇빛 한 장이 들어온다, 김은 불라인드 쪽으로 다가간다/그러나 가볍게 건드려도 모두 무너진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네/김은 그를 바라본다, 그는 김 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튕긴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즐거운가, 과장을 즐긴다는 것은 얼마나 지루한가/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한 번 꽂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 정연한가/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 죽은 구름

구름으로 가득찬 더러운 창문 밑에/한 사내가 쓰러져 있다, 마룻바닥 위에/그의 손은 장난감처럼 뒤집혀져 있다/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온 것처럼/비닐 백의 입구같이 입을 벌린 저 죽음/감정이 없는 저 몇 가지 음식들도/마지막까지 사내의 혀를 괴롭혔을 것이다/이제는 힘과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접시를 노린다/죽은 사내가 살았을 때, 나는 그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그를 사람들은 미치광이라고 했다, 술과 침이 가득 묻은 저/엎어진 망토를 향해, 백동전을 던진 적도 있다/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신만이 홀로 즐겼을 생각/끝끝내 들키지 않았을 은밀한 성욕과 슬픔/어느 한때 분명 쓸모가 있었을 저 어깨의 근육/그러나 우울하고 추악한 맨발 따위는/동정심 많은 부인들을 위한 선물이었으리/어쨌든 구름들이란 매우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미치광이, 이젠 빗방울조차 두려위 않을 죽은 사내/자신감을 얻은 늙은 개는 접시를 엎지르고/마루 위엔 사람의 손을 닮은 흉칙한 얼룩이 생기는 동안/두 명의 경관이 들어와 느릿느릿 대화를 나눈다/어느 고장이건 한두 개쯤은 이런 빈집이 있더군,/이 따위 미치광이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죽어갈까/더 이상의 흥미를 갖지 않은 늙은 개도 측은하지만/아무도 모른다, 저 홀로 없어진 구름은/처음부터 창문의 것이 아니었으니

 

* 나쁘게 말하다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눈치 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멈칫했다, 석유냄새가 터졌다/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담뱃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 흔해빠진 독서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죽은 자들은 모두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 추억에 대한 경멸

손님이 돌아가자 그는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어슴푸레한 겨울 저녁, 집 밖을 찬바람이 떠다닌다/유리창의 얼음을 뜯어내다 말고, 사내는 주저앉는다/아아, 오늘은 유쾌한 하루였다, 자신의 나지막한 탄식에/사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저 성가신 고양이/그는 불을 켜기 위해 방안을 가로질러야 한다/나무토막 같은 팔을 쳐들면서 사내는, 방이 너무 크다/왜냐하면, 하고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추억거리는 많다/아무도 내가 살아온 내용에 간섭하면 안 된다/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사내가 한숨을 쉰다/이건 여인숙과 다를 바 없구나, 모자라도 뒤집어쓸까/어쩌다가 이봐, 책임질 밤과 대낮들이 아직 얼마인가/사내는 머리를 끄덕인다, 가스레인지는 차갑게 식어 있다/그렇다, 이런 밤은 저 게으른 사내에게 너무 가혹하다/내가 차라리 늙은이였다면 ! 그는 사진첩을 내동댕이친다/추억은 이상하게 중단된다, 그의 커다란 슬리퍼가 벗겨진다/손아귀에서 몸부림치는 작은 고양이,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독한 술을 쏟아붓는, 저 헐떡이는, 사내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물들은 소리 없이 흐르다 굳고/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눈을 감아도 보인다//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물 속의 사막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내린다./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그 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잎들은 각오한 듯 무심했지만/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 빛은 터진다/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짓지 못한다/물들은 집을 버렸다 !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 정거장에서의 충고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개즐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 다닌다, 나는 기우뚱/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 가는 비 온다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범인은「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가는 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나는 안다, 가는 비……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며/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 입속의 검은 잎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나눈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아/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바람은 그대 쪽으로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靈魂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 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生의 벽지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등피를 다 닦아내는 박명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 밤 눈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막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 10월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한 곳으로 모이는/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천천히 걸어 들어간다/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갑자기 거칠어진다/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곰곰히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아무런 잘못도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 포도밭 묘지·1

주인은 떠나 없고 여름이 가기도 전에 황폐해버린 그해 가을, 포도밭 등성이로 저녁마다 한 사내의 그림자가 거대한 조명 속에서 잠깐씩 떠오르다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내 弱視의 산책은 비롯되었네. 친구여, 그해 가을 내내 나는 적막과 함께 살았다. 그때 내가 데리고 있던 헛된 믿음들과 그 뒤에서 부르던 작은 충격들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네. 나는 그때 왜 그것을 몰랐을까. 희망도 아니었고 죽음도 아니었어야 할 그 어둡고 가벼웠던 종교들을 나는 왜 그토록 무서워 했을까. 목마를 내 발자국마다 검은 포도알들은 목적도 없이 떨어지고 그때마다 고개를 들면 어느 틈인가 낯선 풀잎의 자손들이 날아와 벌판 가득 흰 연기를 피워올리는 것을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내. 어둠은 언제든지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만 골라 디디며 포도밭 목책으로 걸어왔고 나는 내 정신의 모두를 폐허로 만들면서 주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마치 용서와도 같아 언제나 육체를 지치게 하는 법. 하는 수 없이 내 지친 발을 타일러 몇 개의 움직임을 만들다보면 버릇처럼 이상한 무질서도 만나곤 했지만 친구여, 그때 이미 나에게는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 정든 포도밭에서 어느 하루 한 알 새파란 소스라침으로 떨어져 촛농처럼 누운 밤이면 어둠도, 숨죽인 희망도 내게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웠네. 기억한다. 그해 가을 주인은 떠나 없고 그리움이 몇 개 그릇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될 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짧은 촛불들을 태우곤 했다. 그렇게 가을도 가고 몇 잎 남은 추억들마저 천천히 힘을 잃어갈 때 친구여, 나는 그때 수천의 마른 포도 이파리가 떠내려가는 놀라운 空中을 만났다. 때가 되면 태양도 스스로의 빛을 아껴두듯이 나 또한 내 지친 정신을 가을 속에서 동그랗게 보호하기 시작했으니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 그러나 나는 끝끝내 포도밭을 떠나지 못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어느날 기척 없이 새끼줄을 들치고 들어선 한 사내의 두려운 눈빛을 바라보면서 그가 나를 주인이라 부를 때마다 아, 나는 황망히 고개 돌려 캄캄한 눈을 감았네. 여름이 가기도 전에 무든 이파리 땅으로 돌아간 포도밭, 참담했던 그해 가을, 그 빈 기쁨들을 지금 쓴다 친구여.

 

* 植木祭

어느 날 불현듯/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물끄러미 팔을 뻗어 너를 가늠할 때/너는 어느 시간의 흙 속에/아득히 묻혀 있느냐/축축한 안개 속에서 어둠은/망가진 소리 하나하나 다듬으며/이 땅 위로 무수한 이파리를 길어올린다/낯선 사람들, 괭이 소리 삽소리/단단히 묻어두고 떠난 벌판/어디쯤일까 내가 연기처럼 더듬더듬 피어올랐던/이제는 침묵의 목책 속에 갇힌 먼 땅/다시 돌아갈 수 없으리, 흘러간다/어디로 흘러가느냐, 마음 한자락 어느 곳 걸어두는 법 없이/희망을 포기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 흘러간다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자리를 바꾸던 늙은 구름의 말을 배우며/나는 없어질 듯 없어질 듯 生 속에 섞여들었네/이따금 나만을 향해 다가오는 고통이 즐거웠지만/슬픔 또한 정말 경미한 것이었다/한때의 헛된 집착으로도 솟는 맑은 눈물을 다스리며/아, 어느 개인 날 낯선 동네에 작은 꽃들이 피면 축복하여 지나가고/어느 궂은 날 죽은 꽃 위에 잠시 머물다 흘러갔으므로/나는 일찍이 어느 곳에 나를 묻어두고/이다지 어지러운 이파리로만 날고 있는가/돌아보면 힘없는 추억들만을/이곳저곳 숨죽여 세워두었네/흘러간다, 모든 마지막 문들은 벌판을 향해 열리는데/아, 가랑잎 한장 뒤집히는 소리에도/세상은 저리 쉽게 떠내려간다/보느냐, 마주보이는 시간은 미루나무 무수히 곧게 서 있듯/멀수록 무서운 얼굴들이다, 그러나/희망도 절망도 같은 줄기가 틔우는 작은 이파리일 뿐, 그리하여 나는/살아가리라 어디 있느냐/植木祭의 캄캄한 밤이여, 바람 속에 견고한 불의 立像이 되어/싱싱한 줄기로 솟아오를 거냐, 어느 날이냐 곧 이어 소스라치며/내 유년의 떨리던, 짧은 넋이여

 

* 바람의 집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우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 그집 앞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나 그 술집 잊으려네/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나 그 술집 잊으려네/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388번 종점

구겨진 불빛을 펴며/막차는 떠났다.//적막으로 무성해진 가슴 한켠 공지에서/캄캄하게 울고 있는 몇 점 불씨/가만히/그 스위치를 끄고 있는 한 사내의 쓸쓸한 손놀림.

 

*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 위험한 家系·1969

1. 그 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우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풍병(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 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 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 봄에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츄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 소리를 냈다. 츄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뎅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깎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 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예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티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5.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서 석유 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6.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 하시고 굳은 혀. 어느 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들을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家系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저 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 나리 나리 개나리

누이여/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소리 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맨발로 산보할 때/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살라주었다//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나리 나리 개나리/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 孤獨의 깊이

한차례 장마가 지났다./푹푹 파인 가슴을 내리쓸며 구름 자욱한 江을 걷는다./바람은 내 외로움만큼의 중량으로 폐부 깊숙한/끝을 부딪는다.//상처가 푸르게 부었을 때 바라보는/江은 더욱 깊어지는 法//그 깊은 江을 따라 내 식사를 가만히 띄운다./그 아픔은 잠길 듯 잠길 듯 한 장 파도로 흘러가고.../아아, 운무 가득한 가슴이여/내 고통의 비는 어느 날 그칠 것인가.

 

*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억할 만한 지나침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 곳을 지나게 되었다/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포도밭 묘지 2

아아, 그때의 빛이여. 빛 주위로 뭉치는 어둠이여. 서편 하늘 가득 실신한 청동의 구름떼여. 목책 안으로 툭툭 떨어져내 리던 무엄한 새들이여. 쓴 물 밖으로 소스라치며 튀어 나오던 미친 꽃들이여.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여 너희들을 기다리리. 내 속의 모든 움직임이 그치고 탐욕을 향한 덩굴손에서 방황의 물기가 빠질 때까지.//밤은 그렇게 왔다. 포도압착실 앞 커다란 등받이의자에 붙어 한 잎 식물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둠은 화염처럼 고요해지고 언제나 내 눈물을 불러내는 저 깊은 공중들. 기억하느냐, 그 해 가을 그 낯선 저녁 옻나무 그림자 속을 홀연히 스쳐가던 천사의 검은 옷자락과 아아, 더욱 높이 흔들리던 그 머나먼 주인의 임종. 종자여, 네가 격정을 사로잡지 못하여 죽음을 환난과 비교한다면 침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네가 울리는 낮은 종소리는 어찌 저 놀라운 노을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 저 공중의 욕망은 어둠을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종교는 아직도 지상에서 헤맨다.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신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밤은 그렇게 왔다. 비로소 너희가 전생애의 쾌락을 슬픔에 걸 듯이 믿음은 부재 속에서 싹트고 다시 그 믿음은 부재의 씨방 속으로 돌아가 영원히 쉴 것이니, 골짜기는 정적에 싸이고 우리가 그 정적을 사모하듯이 어찌 비밀을 숭배하는 무리 많지 않으랴. 밤은 그렇게 노여움을 가장한 모습으로 찾아와 어두운 실내의 램프불을 돋우고 우리의 후회들로 빚어진 주인의 말씀은 정신의 헛된 식욕처럼 아름답다, 듣느냐, 이 세상 끝간곳엔 한 자락 바람도 일지 않았더라. 어떠한 슬픔도 그 끝에 이르면 짖궂은 변증의 쾌락으로 치우침을 네가 아느냐. 밤들어 새앙쥐를 물어뜯는 더러운 달빛 따라가며 휘파람 부는 작은 풀벌레들의 그 고요한 입술을 보았느냐. 햇빛은 또 다른 고통을 위하여 빛나는 나무의 알을 잉태하느니 종자여, 그 놀라운 보편을 진실로 네가 믿느냐.

 

* 가을에 1

잎 진 빈 가지에/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밤이면 유령처럼/벌레 소리여./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내 음성을 만들어줄까./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네 소리./잎 진 빈 가지에/내가 매달려 울어볼까./찬바람에 떨어지고/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내가 죽으면/내 이름을 위하려 빈 가지가 흔들리면/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 가을 무덤
- 제망매가

누이야/네 파리한 얼굴에/철철 술을 부어주랴//시리도록 허연/이 영하의 가을에/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풀씨마저 피해 날으는/푸석이는 이 자리에/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헝크러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부딪히며 하구로 떠내려갔음에랴.//우리는/신경을 앓는 중풍병자로 태어나/전신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편안히 누운/내 누이야./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 늙은 사람

그는 쉽게 들켜버린다/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달아날 수 없는,/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그는 앉아 있다/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나의 얼굴, 벌어진 어깨, 탄탄한 근육을 조용히 핥는/그의 탐욕스런 눈빛//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침이 흘러내리는 입과/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단 한 걸음도/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다//갑자기 나는 그를 쳐다본다, 같은 순간 그는 간신히/등나무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손으로는 쉴새없이 단장을 만지작거리며/여전히 입을 벌린 채/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의 육체 속에/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2시착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소읍은 무서울이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봄날이 가면 그뿐/숙취는 몇 장 지전 속에서 구겨지는데/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 그 날

어둑어둑한 여름날 아침 낡은 창문 틈새로 빗방울이 들이친다. 어두운 방 한복판에서 金은 짐을 싸고 있다. 그의 트렁크가 가장 먼저 접수한 것은 김의 넋이다. 창문 밖에는 엿보는 자 없다. 마침내 전날 김은 직장과 헤어졌다. 잠시 동안 김은 무표정하게 침대를 바라본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침대는 말이 없다. 비로소 나는 풀려나간다. 김은 자신에게 속삭인다, 마침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나를 끌고 다녔던 몇 개의 길을 나는 영원히 추방한다. 내 생의 주도권은 이제 마음에서 육체로 넘어갔으니 지금부터 나는 길고도 오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내가 지나치는 거리마다 낯선 기쁨과 전율은 가득차리니 어떠한 권태도 더 이상 내 혀를 지배하면 안 된다.//모든 의심을 짐을 꾸리면서 김은 거둔다. 어둑어둑한 여름날 아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젖은 길은 침대처럼 고요하다. 마침내 낭하가 텅텅 울리면서 문이 열린다. 잠시 동안 김은 무표정하게 거리를 바라본다. 김은 천천히 손잡이를 놓는다. 마침내 희망과 걸음이 동시에 떨어진다. 그 순간, 쇠뭉치 같은 트렁크가 김을 쓰러뜨린다. 그곳에서 계집아이 같은 가늘은 울음 소리가 터진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빗방울은 은퇴한 노인의 백발 위로 들이친다.

 

 


* 시인 2

바다를 향한 구름이 하나 살았다./물새들이 가끔씩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혹은 그냥 모른 척 지나기도 하였다./그름은 일천일을 바다를 향해 살았다./그 사이에 뭍에서는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일천명의 어부가 태어났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어느 겨울날,/구름은 귀퉁이로부터 조금씩 허물어져 눈이 되었다/일천일을 내린 눈은 바다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아/일천마리 고기떼가 되었다./일천명의 어부는 그물을 던졌다./꼬리와 지느러미는 그들이 먹고, 내장은 처자에게 주고/나머지는 버리었다.//바람이 심하게 부는 어느 겨울날,/어부들은 일천해리 먼 바다에 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일천일을 물귀신으로 헤매이다, 그들은 한 덩어리로 /하늘에 올라가 구름이 되었다./....../바다를 향한 구름이 하나 살았다.//어느,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겨울날/한 어부가 그물에 걸리었다./마을 사람들이 그의 그림자를 떼어갔다./눈(雪)은 바다를 메울 듯이 내리었다.

 

* 꽃

내/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가슴않는 그대 정원에서/그대의/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꽃으로 설 것이다.//그대라면/내 허리 잘리어도 좋으리.//깊은 입김으로/그대 가슴을 깁고//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 겨울.눈(雪).나무.숲

눈(雪)은/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여기 저기 쌓여 있다.//\'자네인가,/서둘지 말아.\'/쿵, 그가 쓰러진다./날카로운 날(刀)을 받으며.//나는 나무를 끌고/집으로 돌아온다./홀로 잔가지를 치며/나무의 침묵을 듣는다./\'나는 여기 있다./죽음이란/가면을 벗은 삶인 것./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우리는/서로 닮은 아픔을 向하여/불을 지피었다./창너머 숲 속의 밤은/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내 청결한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나는 부재할 것이다./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그래, 심장을 조금씩 덥혀가면서.//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그 후에/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폭풍의 언덕

이튿날이 되어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간유리같은 밤을 지났다./그날 우리들의 언덕에는 몇 백 개 칼자국을 그으며 미친 바람이 불었다. 구부러진 핀처럼 웃으며 누이는 긴 팽이 모자를 쓰고 언덕을 넘어갔다. 어디에서 바람은 불어오는 걸까?어머니 왜 나는 왼손잡이여요. 부엌은 거대한 한 개 스푼이다. 하루종일 나는 문지방 위에 앉아서 지붕 위에서 가파른 예각으로 울고 있는 유지 소리를 구깃구깃 삼켜넣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아버지가 끊어뜨린 한 가닥 실정맥이야. 조용히 골동품 속으로 낙하하는 폭풍의 하오. 나는 빨랫줄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아버지의 런닝셔츠가 흙투성이가 되어 어디만큼 날아가는가를 두 눈 부릅뜨고 헤아려 보았다. 공중에서 휙휙 솟구치는 수천 개 주사 바늘. 그리고 나서 저녁 무렵 땅거미 한 겹의 무게를 데리고 누이는 뽀쁠린 치마 가득 삘기의 푸른 즙액을 물들인 채 절룩거리며 돌아오는 것이다./아으,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 암흑 속에서 하얗게 드러나는 집. 이 불끈거리는 예감은 무엇일까.나는 헝겊 같은 배를 접으며 이 악물고 언덕에 섰다.그리하여 풀더미의 칼집 속에 하체를 담그고 자정 가까이 걸어갔을 때 나는 성냥개비 같은 내 오른팔 끝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무서운 섬광을 보았다. 바람이여, 언덕 가득 이 수천 장 손수건을 찢어 날리는 광포한 바람이여. 이제야 나는 어디에서 네가 불어오는지 알 것 같아. 오, 그리하여 수염투성이의 바람에 피투성이가 되어 내려오는 언덕에서 보았던 나의 어머니가 왜 그토록 가늘은 유리막대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는지를.//다음날이 되어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폭풍의 밤마다 언덕에 오르는 일을 그만 두었다. 무수한 변증의 비명을 지르는 풀잎을 사납게 베어 넘어뜨리며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였다.

 

*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어모으고 고단한 달도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 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보냈던 꿈의 짐들로 하여 모든 응시들을 힘겨워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삶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 단단한 확신의 즙액이여.//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오오, 모순이여, 오르기 위하여 떨어지는 그대. 어느 영혼이기에 이 밤 새이도록 끝없는 기다림의 직립으로 매달린 꿈의 뼈가 되어 있는가. 곧 이어 몹쓸 어둠이 걷히면 떠날 것이냐. 한때 너를 이루었던 검고 투명한 물의 날개로 떠오르려는가. 나 또한 얼마만큼 오래 냉각된 꿈속을 뒤척여야 진실로 즐거운 액체가 되어 내 생을 적실 것인가. 공중에는 빛나는 달의 귀 하나 걸려 고요히 세상을 엿듣고 있다. 오오, 네 어찌 죽음을 비웃을 것이냐 삶을 버려둘 것이냐, 너 사나운 영혼이여! 고드름이여.

 

* 새벽이 오는 방법

밤에 깨어 있음./방 안에 물이 얼어 있음./손(手)은 영하 1 도.//문을 열어도 어둠 속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 갈대들이 쓰러지는 강변에 서서 뼛속까지 흔들리며 강기슭을 바라본다. 물이 쩍쩍 울고 있다. 가로등에 매달려 다리(橋)가 울고 있다. 쓰러진 나무들이 어지러이 땅 위에서 흔들린다. 다리 가득 유리(琉璃)가 담겨 있다. 이 악물며 쓰러진다. 썩은 나무 등걸처럼 나는 쓰러진다. 바람이 살갗에 줄을 파고 지났다. 쿡쿡 가슴이 허물어지며 온몸에 푸른 노을이 떴다. 살이 갈라지더니 형체도 없이 부서진다. 얼음가루 사방에 떴다. 호이 호이 갈대들이 소리친다. 다들 그래 모두모두...... 대지와 아득한 거리에서 눈(雪)이 떨어진다. 내 눈물도 한 點 눈이 되었음을 나는 믿는다. 강 속으로 곤두박질하며 하얗게 엎드린다. 어이 어이 갈대들이 소리쳤다. 우린 알고 있었어, 우린 알았어......//끝없이 눈이 내렸다. 어둠이 눈발 사이에 숨기 시작한다. 도처에서 얼음가루 날리기 시작한다. 서로 비비며 서걱이며 잠자는 새벽을 천천히 깨우기 시작한다.

 

 

 

* 잎.눈(雪).바람 속에서

나무가 서 있다. 자라는 나무가 서 있다.나무가 혼자 서 있다. 조용한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아니다. 잎을 달고 서 있다. 나무가 바람을 기다린다. 자유롭게 춤추기를 기다린다. 나무가 우수수 웃을 채비를 한다. 천천히 피부를 닦는다. 노래를 부른다.//나는 살아 있다. 해빙의 강과 얼음산 속을 오가며 살아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은빛 바늘 꼽으며 분다. 기쁨에 겨워 나무는 목이 메인다. 갈증으로 병든 잎을 떨군다. 기쁨에 겨워 와그르르 웃는다. 나무가 웃는다. 자유에 겨워 혼자 춤춘다. 폭포처럼 웃는다. 이파리들이 물고기처럼 꼬리치며 떨어진다. 흰 배를 뒤집으며 헤엄친다. 바람이 빛깔 고운 웃음을 쓸어간다. 청결한 겨울이 서 있다. 겨울 숲 깊숙이 첫눈 뿌리며 하늘이 조용히 안심한다.

 

* 고독

잎 진 빈 가지에/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밤이면 유령처럼/벌레 소리여./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 줄까./내 음성을 만들어 줄까./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네 소리./잎 진 빈 가지에/내가 매달려 울어볼까./찬 바람에 떨어지고/땅에 부딛쳐 부서질지라도/내가 죽으면/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 우리는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들어갔다

우리는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들어갔다/그리하여/겨울이다 자네가 바라던 대로/하늘에는 온통 먹물처럼 꿈꾼 흔적뿐이다/눈의 실밥이 흩어지는 공중 한가운데서/타다 만 휴지처럼 한 무더기 죽은 새들이 떨어져 내리고/마을 한가운데에선/간혹씩 몇 발 처연한 총성이 울리었다/아무도 예언하려 하지 않는 시간은/밤새 세상의 낮은 울타리를 타넘어 추운 벌판을 홀로 뒹굴다가/몽환의 빗질로 우리의 차가운 이마를 쓰다듬고/저 혼자 우리의 기억속에서 달아났다/알 수 있을까, 자네/꿈꾸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굳게 빗장을 건 얼음판 위에서 조용한 깃발이 되어/둥둥 떠올라 타오르다 사라지는 몇 장 불의 냉각을/오, 또 하나의 긴 거리, 가스등 희미한 내 기억의 미로를/날아다니는 외투 하나만큼의 허전함/겨울 오후 3시, 그 휘청휘청한 권태의 비탈/텅 빈 서랍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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