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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었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은 서운해진 시,

연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24 00:57:41
조회 130 추천 0 댓글 5




고인 중, 현대의 누구도 쉽게 따라잡지 못할 어휘의 미적 구사 능력이라면,

그 중 정지용을 쉽게 떠올리게 되지,


농촌에서 상경해 우리나라의 7,80년대를 꾸렸던 세대들에겐

한 때에 가장 심금을 울리는 시였다고 하는데,

요즘의 세대들에겐 조금 먼 얘기가 되어버렸으나,


향수의 문장은 여전히 감탄스럽네효.




---------------------------------------------------------------------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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