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야.
뭐 예전에 말했지만 좀 먹었어.

이 글 쓰면 내가 무지하게 구식이라는 게 다 드러나지만

보장된 익명성을 믿고 이렇게 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해.

<나 어떡해>.

이 노래가 나에겐 어떤 곡인지 알아?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이 곡이 77 대학가요제에서 대상 받았어.

다음 날부터 우리는 코드를 따기 시작했고,

부르기 시작했고,

후렴에 이르러서는 목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어.

요즘하고 달라.

요즘은 바로 동영상 올라오고 다시보기 되고 그러지?

그때는 되돌려 볼 수 있는 엑스 캔*스 텔레비전도 없었고,

인터넷이 없으니 다시보기나 박스 동영상도 없었어.

음반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야.

친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각자 기억하는 부분의 가사와 멜로디를

떠올리며 코드를 따고 가사를 완성시키곤 했지.

대학시절 엠티 가서 목이 터지게 부른 노래가 이 노래야.

기타 잡은 놈은 기타 줄이 끊어져라 치고,

안 잡은 놈은 신발 벗어서 땅에 치며 정신 줄 놓고 소리소리 질렀어.

물론 시작은 <저 별은 나의 별>이나 <연가>

뭐 이런 조용하고 고상한 노래로 시작하지만

술이 돌고, 이야기가 돌고 자리가 무르익다 보면 언제나 끝은 이거야.

그렇게 젊은 날을 보냈지만 먹고 살다보니

그 노래, 그 시절, 그 때의 열기를 한 동안 잊고 살았어.

그런데 이게 우연히 틀어봤던 방송에 나온 거야(오빠밴드 첫 회지)

그것도 잘 녹음된 오리지널 곡이 아니고

내 젊은 날 불렀던 불협화음과 엇박자가 섞인 날 음악으로 말이야.

화들짝 놀랬어.

난 먹고 사느라 이미 여러 차례 포맷을 새로 해서

나에게 이런 기억과 감정은 없는 줄 알았는데,

내 머릿속 어느 섹터엔가 저장이 되어 있었고

그 시절의 아련함을 이 방송이 끄집어 내줬단 말이지.

이래서 난 오빠밴드에 열중하게 되었어.

출연자가 많든 적든, 누가 노래를 잘 부르든 말든

이 방송이 오래 오래 갔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제발 이 방송 오래가게 다들 시청률 좀 올려달란 말이야.

이게 오늘의 요지야.

7080 보면 된다고?

그건 달라. 그 시절 그 노래가 나오는 건 좋지만

이제 많이 나이 들어 버린 출연자가 나와서 힘겹게 부르는 것을 보면

흥이 안나. 나도 저들만큼 늙었다는 게 공연히 날 힘들게 하기도 하고.

지난 주에 보니까 <한 동안 뜸했었지> 연습하더라.

그거 우리 시대에 고고장에서 호루라기 물고 신나게 놀던 곡이야.

제발 짜르지 말고 전 곡 다 들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