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금의 해피 엔딩을 위해서는
명농이 융이 죽고 모든 갈등의 요소가 사라지고나서 설난의 비밀을 알게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당시 명농의 모습에 다소 아쉬움이 남아.

설난의 사랑이 비록 다소 이기적(으로 보)이든 아니든 고통 속에서 더욱 단단하게 변모하는 동안
명농은 뭐랄까 진실이 빗겨난 자리에서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혼자 또 사랑하고 혼자 또 이별하고
철저히 객체의 상태에서 홀로 설난을 좋아하기만 했으니까.
그럼에도 설난을 받아주고 포용해주고 나와 함께 가자며 손을 내미는 마지막 명농의 모습이
대단해보이고 좋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아쉬워.

설난이야 근친이어도 지옥불에 떨어질지언정 감히 끊어내지 못하는 사랑이었다지만
명농은 알지 못했기에 그러지 않았으니까.
사실 극 후반부에 사랑함에도 함께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은 설난이 혼자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
명농에게는 알지 못했기에 그게 '비극적인 사랑'이라기 보다는
분명히 자신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자꾸만 자기 곁을 떠나려하는 여인에 대한 사랑 정도였으니까.

지금에 진실을 뒤늦게 알고나서
그간에 있었던 모든 걸 포용하는 명농의 사랑도 괜찮지만

한편으로는 명농도 설난이처럼 자신의 사랑이 극한의 상황에 놓여지는 경험을 하며
이에 따른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명농의 사랑이 설난의 사랑처럼 감히 끊어내지 못하는 또는 어떤 식으로든 변모하는 과정이 보여지고
어떤 식으로든 진실을 공유하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면
그렇게 명농과 설난 둘의 사랑이 고통스럽지만 함께 커지지 않았을까 싶어.

그게 비극적이어도 비로소 서로 함께하는 사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적어도 명농이 같은 행동만을 반복하며 답보하는 모습은 덜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