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필링(chemical peeling)은 표피 및 진피의 일부에 통제된 손상을 가해 피부 재생과 재구성을 유도하는 의학적 시술이다. 이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조직괴사가 반드시 진피층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링이란 이름 아래 이뤄지는 조직 손상이 일정한 깊이 이상으로 침범할 경우, 회복과 재생을 유도하는 의학적 시술의 범주를 넘어 심각한 조직 손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진피층은 피부 재생의 기반이 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 콜라겐 섬유, 혈관망 등이 존재하는 층으로, 여기에 국한된 손상은 조직 재생과 흉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래인 피하지방층(subcutaneous fat)은 지방세포(adipocyte)가 주를 이루며, 재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손상 시 회복이 어렵다. 필링 약제가 피하지방층에 도달하면 이는 의학적으로 화상(burn injury) 에 해당하며, 괴사, 섬유화, 함몰, 색소 침착, 통증, 감각 이상 등 영구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필링 시 사용하는 TCA(트리클로로아세트산)의 농도 또한 엄격히 조절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10~35%의 TCA는 필링 목적에 따라 표피부터 진피 상부까지 제한된 범위의 손상을 유도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40% 이상의 고농도 TCA는 깊이를 통제할 수 없는 전층 손상(full-thickness necrosis) 을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아, 의학적으로 '필링용'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40% 이상의 TCA는 피부 장벽을 빠르게 관통하여 진피를 넘어 피하지방층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이는 통제된 시술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화학적 외상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고농도 TCA는 열 손상과 유사한 강한 응고괴사(coagulative necrosis)를 유발하며, 주변 조직으로 확산되면 국소 괴사와 염증 반응을 악화시켜 비가역적 조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40% 이상 TCA는 전체 필링에 사용되지 않고, 반드시 극히 제한된 면적(예: 여드름 흉터에 도트 방식으로)에서 숙련된 의사의 감독 하에 사용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화학적 필링은 재생 가능하고 회복 가능한 깊이에서만 시술되어야 하며, 진피를 초과한 손상은 시술 목적을 벗어난 병리적 상태를 초래한다. 특히 40% 이상의 TCA는 필링용 농도가 아니며, 조직 손상을 유도하는 '화학 화상제'로 간주되어야 하므로 사용에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부 재생을 위해서는 시술 깊이, 약제 농도, 피부 상태에 대한 면밀한 의학적 판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