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최초로 암수 구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포켓몬은 무엇일까?

니드런 혹은 그 진화형? 1화 첫장면에 니드리노가 나오긴 했지만 암수에 관한 언급은 없다.

피카츄? 꼬리로 암수구분을 한다는 건 4세대에서나 도입된 설정이다.

버터플? 피죤? 전부 아니다.

처음으로 암수에 관한 이야기가 제대로 언급된 건 별가사리다.

때는 무인편 애니메이션 7화(한국은 4화 결방으로 인해 6화),

블루시티 체육관에서 지우와 이슬이 대결할 때 나온 별가사리를 보고 도감을 꺼내 정보를 얻은게 바로 그것이다.

(데뷔는 바로 전편에서 했는데 어째서인지 도감으로 보지는 않았음)

도감에서 나온 별가사리의 설명은 이렇다.

포켓몬스터 별가사리. 자웅동체, 즉 수컷과 암컷이 같이 있어서 누구와도 연애 관계가 될 수 있다.

ポケットモンスター・ヒトデマン　雌雄同体、つまりオスもメスも同じなので、誰とでも恋愛関係になれるのである

(※한국 더빙판에서는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로 순화. 북미 더빙판은 아예 다른 설명이 나옴)

실제 모티브인 불가사리는 자웅동체인 종도 있고, 자웅이체인 종도 있다.

그런데 이 설정이 게임에 적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 21년째인 지금에 와서도 포켓몬스터 게임에서는 자웅동체를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는 점.

자웅동체인 포켓몬은 그냥 '성별 불명' 상태로 만들어버려, 위의 도감 설명과 달리 연애관계는 메타몽하고만 가능하게 되었다.

둘째, 별가사리는 원래 암수 구분이 있는 포켓몬으로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저 도감 설명으로 인해 자웅동체가 되어버렸다.

해당 편이 방송되었던 1997년 5월엔 이미 2세대 소프트인 금은의 개발이 한창인 때였다.

아마 이때 이미 암수구분, 알의 생성과 부화, 유전기 등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거나

혹은 구성을 어떻게 할지 충분히 설계되어 있었으리라고 본다.

이 시기의 별가사리와 그 진화형인 아쿠스타는 분명 암수 구분이 있었을 테지만 애니의 영향으로 삭제되고 말았다.

이에 대한 근거는 두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금은의 별가사리는 유전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별가사리는 같은 수중3그룹에 있는 포켓몬들로부터 세가지 기술을 유전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가 짜여져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유전받을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유전을 받으려면, 같은 종인 어머니와 유전받을 기술을 배운 아버지 사이에서 알이 나와야 했기 때문.

암수 구분이 없는 별가사리는 멀쩡하게 배울 수 있던 기술을 배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뭐 이 당시에는 설계 미스로 유전기 목록에는 있어도

유전해줄 포켓몬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은근 있긴 했지만

아버지가 없는 문제가 아니라 받을 포켓몬의 성별 자체가 문제가 되어 유전받지 못하는 경우는 별가사리가 유일했다.

데이터 개조로 오로라빔, 초음파, 배리어를 배우게 한 별가사리와 메타몽을 교배시키자 실제로 유전받음을 알 수 있다.

다른 근거로는 금은 당시의 별가사리와 아쿠스타는 헤롱헤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7세대인 지금이야 프리지오가 성별 불명임에도 헤롱헤롱을 배우고

성별이 있는 토중몬, 너트령, 불카모스, 하랑우탄이 성별이 있지만 헤롱헤롱을 못배우는 경우가 있으나

2세대 당시에는 모든 기술머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뮤와

이 별가사리/아쿠스타를 제외하면 헤롱헤롱을 배울 수 있는 포켓몬은 무조건 성별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되었다.

뭐 이런 이상한 특징들이 나름 별가사리와 아쿠스타에 개성을 주려는 시도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지도 않았던 크리스탈 버전에서 두 특징은 모두 삭제되고 말았다.

사실상 데이터를 잘못 넣었다는 걸 인정한 셈.

결국 이렇게 되어 성별이 있어야 했을 별가사리와 아쿠스타는 설정상 자웅동체라고 해준 채 거세당하고 말았다.

그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 의해 희생된 포켓몬 1호는, 폴리곤이 아닌 별가사리였던 것이다.

세줄요약 :

별가사리랑 아쿠스타는 초기에 성별이 있었던 것으로 보임

근데 애니에서 자웅동체라고 설명함

그게 게임에도 반영돼서 이후 계속 암수 구분 안되는 고자가 되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