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8회말 2사후 1점차에서 불펜으로 복귀한 장원삼이 역투하고 있다. 2016.08.04.취 재 일 : 2016-08-04취재기자 : 강영조출 처 :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이젠 역으로 가나요?”

고인이 된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해설위원 시절 남긴 대표적인 유행어다.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경기의 흐름이 전개될 때면 그는 구수한 입담으로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이 표현을 즐겨썼는데 2017년에 이 표현을 가장 듣고 싶은 선수는 삼성 좌완 장원삼이 아닐까 싶다.

장원삼에게는 공공연한 징크스가 있었다. ‘홀수해 징크스’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에 12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짝수 해엔 눈부신 활약을 펼치다가 홀수 해 부진했고 다시 짝수 해가 되면 보란듯 만회했다. 자신의 시즌 최다승 기록인 17승을 따냈던 것도 짝수 해인 2012년이었다. 짝수 해에는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승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올시즌 전까지는. 반면 홀수 해에는 번번이 10승 벽을 넘지 못해 스스로도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변화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 장원삼은 13승 10패 1세이브 방어율 4.38을 기록하며 ‘홀수해 징크스’를 처음으로 극복했다. 전년도에 비해 4승이 부족했고 방어율도 크게 올랐지만 두 자릿수 승리에 입맞춤했다. 이듬해인 2014년은 짝수 해였음에도 승수는 11승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해에도 장원삼은 10승을 따내며 4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짝수 해와 홀수 해의 성적 편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올시즌 장원삼은 5승 8패 2홀드에 그쳤고 방어율은 7.01로 치솟았다. 짝수 해에 유난히 강했던 장원삼이 짝수 해에 무너진 것이다. 히어로즈 시절이던 2009년 4승을 거둔 이후 가장 적은 승수였고 방어율은 데뷔 이후 최악이었다. 5승 가운데 선발 승은 단 2승 뿐이었고 투구이닝도 가장 적었다. 8월 이후엔 아예 불펜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아픈 적이 없었던 몸에서 자꾸 이상신호가 나타나 자신있게 공을 뿌릴 수 없었다. 장원삼의 부진은 삼성이 올시즌 역대 최악인 9위까지 곤두박칠 친 것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복없는 꾸준함을 자랑했던 장원삼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제 장원삼은 ‘징크스의 역전’을 노린다. 홀수 해인 2017년에는 짝수 해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장원삼은 시즌을 마친 뒤 새카만 후배들과 함께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린 선수들 위주로 치르는 마무리 훈련을 자원했다.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삼성 선수 가운데 그보다 선배는 없었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얘기다.

장원삼은 “당연히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기록이 말해줄 것이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짝수 해에 빛났던 장원삼이 ‘역’으로 간다면 삼성은 다시 도약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다. 장원삼이 길었던 ‘홀짝 기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