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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화 볼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ㅇㅇ(59.14) 2017.11.19 04:12:31
조회 2541 추천 49 댓글 6

마지막화야 뭔들 기억에 안 남겠냐만은ㅜㅜㅜㅜ 비담이 산탁과 헤어지는 씬은 계속 돌려보게 되더라. 덕만까지 70보... 이 부분도 정말 좋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 전에 비담-산탁 대화씬에서 더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ㅜㅜ

그 부분 다시 보면서 놀란게, 비담이 어머니/스승님/덕만 이외의 사람에게 그렇게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는 거... 내 의견이지만, 극중에서 비담이 결정적인 성장을 이뤘을 때는 덕만이 비담의 마음을 받아주었을 때보다는, 덕만이 비담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던 것 같음. 염종으로부터 모든 진실을 듣게 된 비담은 '내 탓이 아니다'라며 부정하지만, 미생의 말을 통해 마침내 자기 스스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됨.

그동안 비담은 자신의 결핍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어. 미실이 사망했을 때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결핍과 불안에 대해 잠깐 털어놓기는 하지만,("그러다... 공주님께도 필요 없는 자가 되면요?") 결국 비담은 자신의 진짜 자아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등을 돌려. 대신 '어머니의 유언에 걸맞은', '덕만이 필요로하는' 모습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내세우지. 이런 비담의 모습에 미생을 비롯한 사람들은 '과연 미실의 아들이다'라며 그에게 승부수를 던졌지만, 사실 그건 비담의 본래 모습이 아니었어. 마지막 순간에 미생이 "너를 잘못 보았다."고 말한 것에는 '미실이 될 수 없는' 비담에 대한 실망도 담겨 있었겠지만, 그 말 속에는 어른이 되도록 진짜 자신이 뭔지도 모른채 살아가던 조카의 모습을 보며 혈육으로서 느끼는 씁쓸한 회한이 느껴졌어.

생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비담은 자기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돼. 목적에 의해 태어나고, 목적에 의해 길러졌고, 보통의 사람들이 삶을 살아나가는 방식 조차 알 수 없었던, 뒤틀려버린 자신의 인생과,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아이를 말이야. 그제서야 비담은 누군가를 사무치게 원망하지도, 자기연민이나 자기혐오에 빠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막방의 비담은 덕만에 대한 사무치는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있었겠지만, 적어도 자기자신을 저주하며 죽어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각설하고, 내가 비담-산탁 씬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비담이 산탁에게 '공감'과 '연민'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야. 그동안 비담은 미실/문노/덕만 이외의 대상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란 말이야.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은 자신의 감정을 비추어 이루어지고,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비담에게는 둘 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어.

하지만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비담은 변하게 돼. 자신이 아무리 못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변함없이 그를 사랑해주고 믿어주었던 한 사람의 마음이 어린아이였던 비담을 성장하게 하지. 자신이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적어도 단 한 사람에게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덕만의 믿음과 사랑을 통해 비담은 자신의 외로웠던 삶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삶이 소중해짐에 따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하게 된 것 같아.

사실 산탁은 비담에게 있어서 '믿을 만한 부하' 정도에 불과했을텐데, 마지막화에서 산탁에 대한 비담의 태도는 지나치리만큼 상냥하고 다정함. 자신은 죽게 되더라도, 자신에게 조건 없는 충성을 보냈던 이는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라고, 앞으로는 '칼 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으며'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당부를 하지. 비담은 이제 상대방의 삶을 존중해주고, 선량한 이가 좋은 삶을 꾸려나가기를 바랄 만큼 성장한거야. (이런 감정을 맹자는 '차마 어찌 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뜻에서 불인인지심이라 불렀고, 여기에는 문노가 닳도록 말하던 '측은지심'도 포함되어 있지) 처음 비담이 사람의 마음을 배운 계기도, 그 측은지심의 대상을 먼 타인에게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던 계기도, 모두 덕만이었고.


으으 새벽에 뻘글 쓰느라 말이 자꾸 꼬이네ㅜㅜ

여튼 나는 62화에서 나오는 비담-덕만 / 비담-산탁 관계가 넘나 좋다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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