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남미 어드메에서 강제 휴덕중인 밥알이야

여긴 정말 덕질하기 척박한 곳이야

뮤지컬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되고

연극은 좀 있긴 한데, 거의 스탠딩코미디 종류가 많아

그래도 해외 있는 덕분에 뉴시즈 실황은 봤다?

지난 몇 개월동안 딱 그거 하나 좋았음 ^ㅠ^

암튼 며칠 전에 소극장 뮤지컬 버전 지크슈를 보고 왔어

극장 규모는... 연우 소극장 정도? 많아야 50석 정도 되보였어

객석 바닥 나무로 되어 있어서 막 삐걱삐걱하구

티켓은 보다시피 A4 용지 프린트해서 수작업 하셨더라구

티켓값은 우리 돈으로 7000원 정도였어

입장해서 3열 중앙 쯤에 앉았는데 다행히 단차는 좋더라구 ㅋㅋ

의자는 아트원 3관 의자 스타일이라 엉덩이 고문  ㅠ

다행히 이 나라 사람들은 시체관극 스타일이 아니라서 마음껏 꼼지락대면서 보긴 했는데

시체는 고사하고 무려 1.5리터 짜리 물병 드링킹하던 내 앞 사람, 공연 내내 페북&인스타 보던 내 옆 사람, 내 뒤에 두살배기 애기까지 관객층이 아주 다양했어

근데 공연이 너무 컬쳐쇼크여서 그런지 온갖 관크가 전혀 신경이 안쓰이는 기적이 일어남 ㅋㅋㅋㅋㅋ

시작 전에 안내하시는 분이 사진이나 동영상 마음껏 찍으셔도 된다고 해서 넘버마다 열심히 찍어왔어

보고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1. What's the buzz?

2. Gethsemane

3. Superstar

영상 보면 알겠지만, 음향 상태가 정말 심각했어

극장 전체에 스피커가 딱 하나 뿐이더라구

마이크는 지 맘대로 켜졌다 꺼졌다 하구 볼륨 조절 엉망이구

귀로 듣지 않고 그냥 덕심으로 들었어 ㅠㅠ

현지인 머글이랑 같이 갔는데 스페인어 공연이니까 내가 못알아 들을까봐 나름 걱정했나봐

근데 음향까지 그 모양이니 자기도 뭐 제대로 들리는 거 없다고 너가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위로해주더라고

그래서 나는 내용 다 알고 있어서 괜찮으니까 너나 집중해서 보라구 해줌 ㅋㅋ

나는 비록 이런 음향으로라도 이 리듬과 멜로디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단다 ㅋㅋㅋㅋㅋ

유다는 분노조절장애 람보 같았고

지저스는 처음 입 여는 순간 '아 이따가 이 분의 겟세마네를 어떻게 듣지' 하는 걱정에 빠졌고 (그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지)

헤롯왕은 캬바레에서 알바하는 것 같은 조악한 복장이었지만

실력과는 상관없이 너무나 열정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배우 분들의 모습과

이색적인 지크슈를 감상했다는 희소성(?)에 뭔가 기분이 좋았어

같이 갔던 머글 후기를 전하자면..

얘는 자기 나라 공연 수준이 높지 않은 것에 대해서 조금은 부끄러웠나봐

평소에 내 폰 사진에 있는 캐스팅 보드나 커튼콜 사진 같은거 보면서 한국 무슨 브로드웨이냐고 공연 진짜 많이 하고 극장 좋다구 좀 놀라워 했었거든

암튼 자기는 너무 졸려서 (특히 마리아 넘버 때 ㅠ 왜.. 난 너무 좋았는데)

(티켓값x관객수)-대관료=? 이런 식으로 이 극단이 하루 공연하면 수입이 어느 정도 될까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대

그러면서 절대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이 사람들은 정말 공연이 좋아서 하는거다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도 '맞아 한국도 소극장 연극 하는 사람들은 항상 배고파' 맞장구 침

그리고 오늘 지저스의 겟세마네가 거의 재앙 수준 이었어서 내가 다 안타까워서

이거 원래 엄청 좋은 노랜데 엄청 잘 불러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마이클리 유튭 영상 보여줬거든

근데 얘가 보더니 "이 사람은 잘 먹고 운동도 많이 해서 가슴 근육도 빵빵하고 성대도 튼튼하잖아,

우리 지저스는 하루에 피죽 2그릇이나 먹나 몰라, 지저스 화이팅" 이래서 빵 터짐 ㅋㅋㅋ

어.. 이거 어떻게 마무리하지

동영상 6개 찍어 왔는데 업로드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일단 3개만 올렸어

그나마 제대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역시 한국이 세계제일 인터넷 강국이야!  

휴덕은 있지만 탈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