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연예계,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다. 슬프고 화가 나기도 했고, 기쁘고 즐겁기도 했다. '한류'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한류'에서 누가 울었고, 누가 웃었는지, 올해를 대표할 '사건'은 무엇일까?

# 사드, 한한령…맥 끊기고 빼앗긴 한류

사드 영향은 2016년 가을에 이어 2017년까지 이어졌다. 한껏 부풀었던 거품이 순식간에 꺼졌다. 아니, 말 그대로 암흑이었다. 어디서도 한국 연예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감독이 기껏 연출해놓은 작품에는 중국 감독 이름이 덧씌워져 방송됐고, 한국 배우가 다 찍어놓은 드라마에는 다른 중국 배우가 투입돼 재촬영됐다. 주인공을 연기한 작품의 방영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꽤 큰 블록버스터는 개봉 없이 IPTV로 돌려지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그저 맥이 끊기기만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큰 문제는 표절이었다. 한한령 전에는 사다가 쓰던 포맷을 동의 없이 베껴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윤식당'을 따라 만든 '중찬팅', '쇼 미 더 머니'를 그대로 베낀 '랩 오브 차이나', '효리네 민박'의 콘셉트를 가져간 '친애적객잔'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끈 예능들이 2017년 대륙의 아류작으로 중국 시청자를 만났다.

그렇다고 항의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한한령이 해제됐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는다. 한중 관계가 정상화된 뒤 엔터계에서 선행돼야 할 일은 바로 지적 재산권 보호다. '짝퉁'을 문화적 현상의 부분으로 여기는 중국의 개념이 쉽게 바뀌기 어려운 만큼, 더더욱 명확한 제도를 마련해 보호돼야 한다.

# 이젠, "DO U KNOW BTS?"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서 최초로 한국 가수가 무대를 꾸몄다. 미국의 3대 토크쇼도 모두 섭렵했다. 방탄소년단이 이룬 쾌거다. 올해 가요계의 가장 큰 '사건'이다. K-POP의 역사를 다시 썼다.

'다시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K-POP이 '강남스타일'임은 분명하다. 그로 인해 K-POP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B급 정서의 '강남스타일'로 대변된 K-POP의 인상을 달리 만들었다. SNS로 열심히 팬들과 소통했고, 칼군무로 팝에서 볼 수 없는 카리스마를 펼쳤다. 사회적 의식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더욱 주목할 건, 이들이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롤링스톤은 방탄소년단에 대해 "승산이 없었다"고 표현하며 "미국에서 그나마 성공한 싸이, CL,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는 대형 에이전시인 SM, YG, JYP 소속이었다"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개천에서 난 용'이다.

물론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방탄소년단이 2017년에 정점을 찍은 게 아닌,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휩쓰는 방탄소년단, 가장 보수적이라는 그래미 무대를 뚫는 방탄소년단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닫혔던 열도의 문, '여고생 TT'가 다시 열다

올해 초였다. 일본 현지 언론은 트와이스가 6월 일본에서 정식 데뷔한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NEXT 소녀시대 카라'라는 수식어와 함께.

트와이스 열풍을 주도한 건 일본 여고생, 여중생들이었다. TT와 샤샤샤 포즈가 선풍적 인기를 끈 것. SNS에는 이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은 일본 여고생들의 사진이 올라왔고, 문화제, 축제 등 각종 무대에서 트와이스를 커버하는 게 유행이 됐다. 일본 내 K-POP 한류에 다시 불이 지펴지는 전조였다.

전조는 현실이 됐다. 6월 일본에서 베스트앨범으로 데뷔한 트와이스는 발매와 함께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아이튠스 주간 앨범 랭킹에서도 톱을 차지했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풀 꺾였던 K-POP 기세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세에 힘입어, 트와이스는 한국 가수로는 6년 만에 NHK '홍백가합전' 출연자에 선정됐다.

다른 한류 관계자들이 트와이스의 일본 성공에 샘을 내는 게 아니라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건 이들이 굳게 닫혔던 문을 재개방한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일 터. 트와이스가 다시 연 열도로 향하는 길을 통해 제2, 제3의 트와이스가 탄생될 2018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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