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키벡스 갔다가 도매에서 받아옴.

작년 5월 병입이니 1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

사실 오래된 ipa는 즐기기는 하지만, 굳이 시음 평을 적지는 않는데

맥주의 컨셉이 워낙 재미있다보니 소개해주기 위해서 한 번 써봤음.

'알로하' 스컬핀이라는 이름 때문에 뭔가 파인애플 같은 과일이 들어갔나? 하는 의심이 들게 하지만

사실 알로하 스컬핀의 컨셉은 '스컬핀의 NEIPA/헤이지 스타일 버전' 임.

서부식 IPA의 대명사인 스컬핀에 뉴잉의 바이브를 섞은거니 컨셉적으로도 꽤나 재미있지 우선.

밸러스트 포인트가 스컬핀을 NEIPA식으로 재해석하는데 사용한 방식은,

1.몰트 빌을 다르게 사용했고

2.다른 효모를 사용했음.

홉 스케쥴에 대한 얘기는 없는데, 아마 NEIPA로 재해석을 했다면 월풀링 / 드라이 호핑에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주지 않았을까 싶기는 함.

우선 몰트 빌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기본적으로 서부식 IPA를 구성하는 몰트는 다음과 같음.

깔끔한 도화지와 같은 두줄보리(2-Row)를 베이스로 해서, 약간의 색과 단 맛을 더하는 캬라멜 몰트 한 줌.

거기에 양조장에 따라 Carafoam / Carapils와 같은, (실제로 효과는 없다고 밝혀졌지만) 덱스트린이 풍부한 몰트를 한 줌 섞어주지.

그런데 뉴 잉글랜드 IPA는 맥주의 바디를 더하고, 탁도를 높이기 위해서 밀, 귀리와 같은 부재료 몰트를 사용함.

알로하 스컬핀에도 이런 부재료 몰트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뒤에 붙어있는 성분표에서 볼 수 있음. 밀과 귀리가 사용되었더라구.

그 외에는 색깔이 조금 어두운 것을 보면 캬라멜 몰트를 기존 서부식 IPA 만들듯이 한 줌 썼을거라 예상됨. 원래 뉴잉은 조금 더 밝게 만드는 편이지.

두 번째로는 효모. 이 효모 부분이 꽤나 재미있는 부분임.

기본적으로 스컬핀, 그리고 나아가서 서부식 IPA는 최대한 깔끔한(중립적인/Neutral) 발효 캐릭터를 위해서 미국 효모(일명 chico strain)을 사용함.

미국 효모는 발효력이 높고, 에스테르를 거의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홉, 혹은 몰트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대표적인 효모르는 WLP001/Wyeast1056/US-05가 있음.

그런데 여기에 사용된 홉은, Sacch Trois라고 불리는 독특한 효모임. 시중에 판매되는 걸로는 WLP644, Imperial A20, OYL-200 가 있음.

얘는 재미있게도, 2016년까지는 사람들이 에일 효모(Sacch)가 아닌, 브렛효모라고 생각했음.

왜냐하면 특성이 브렛과 굉장히 흡사했거든. 우선 벨기에 야생에서 발견되었고, 에스테르도 굉장히 강한 편이고, 등등등...

그런데 다른 브렛은 맥주를 발효하는데 3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얘는 재미있게도 혼자 2주면 맥주를 깔끔하게 발효해내는거야.

그래서 '유일하게 맥주를 빠른 시간 내에 발효시킬 수 있는 브렛' 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먼가 이상한걸 느끼고 연구를 해보니 얘가 브렛이 아닌, 에일 맥주라는 것을 밝혀냈음.

그래서 이름도 Brett Trois에서 Sacch Trois로 바뀌었고, 프루티한 에스테르를 뽑아내고 싶을 때 간혹 사용되지만 예전만한 매력은 조금 없어진 효모임.

어쨌든 이런 효모가 사용되었고, 강한 열대과일과 같은 에스테르를 가졌기 때문에 이 맥주의 이름이 '알로하' 스컬핀이 아닐까 싶음.

코를 딱 대자마자 기분 좋은 열대 과일 향이 올라왔음. 맥주가 오래되다보니 홉은 상당히 죽어있는데, 그럼에도 에스테르에서 기인한 과일 향이

굉장히 잘 익은, 파인애플, 파파야, 패션 프룻과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어서 꽤나 매력적이었음.

바디는 중간에 탄산감도 중간으로 적절하고.

다만 플레이버부터는 상당히 아쉬웠는데, 원체 병입된지 오래되었다 보니 기본적인 퍼포먼스가 낮고,

그걸 제외하더라도, '헤이지 IPA'를 표방했음에도 70 IBU를 그대로 가져가서 비터가 굉장히 날카롭게 튀는 편임.

또한 입 안에서는 향에서 느끼던 쥬시함이 거의 사라지고, 되게 거칠고 쓴 느낌 위주로 남아서 썩 기분이 좋지도 않았고.

역시 스컬핀은 원주가 최고다. 라는 생각이 드는 맥주였지만 재미있는 컨셉으로 무장한 맥주라 한 번은, 특히 양조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마셔볼만한 맥주라는 생각이 들었음.

또 얘내가 병입용 효모를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효모 배양용으로도 하나 사 마셔볼만할듯. 구하기 쉽지 않은 효모다 보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