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tarcraft_new&no=3876594
ㅡ





"아이고오...."


이곳은 2060년의 티원 숙소.
야동을 보는것도 아닌데 불을 다 꺼놓고 모니터 하나만 켜놓은 누군가가 안타까운 절규를 내뱉었다. 이게 옛날옛적 코 큰 누군가를 보던 아빠의 마음이었을까. 아니, 그거랑은 비교할 바가 아니겠지. 얘는 내 선수도 아닌데 왜이렇게 내 속을 썩이는거야!!! 3년동안!!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머리야!!! 송하나야!!!! 제에바아알ㅡ!!"
"감독님..괜찮으세요?"


밖에서 듣던 티원 선수들 중 하나가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얼굴을 싸맸던 손을 내리자 금새 초췌해진 감독님이라고 불린 여자가 반은 울상으로 문쪽을 쳐다봤다.


"....동호야아...."
"결승 빌드 걱정때문에 그러세요?"
"그거면 내가 이러고 있지도 않았지...."


왠지 섭섭해진 동호였다. 아무리 하나가 없기로서니..


"아니지. 아냐. 내가 너한테 무슨 소리니. 그래. 아직 이걸로는 모르니까...위안을...."


영혼이 반쯤 빠져나가서 중얼거리던 그녀가 모니터를 끄고는 그대로 침대로 다이브했다. 영문을 모르는 동호는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를 띄우고 문을 닫고 나왔다.
송하나 그 가증스런 기지배는 은퇴하고 잘 사나몰라.


-


"야."


령우의 부탁을 흔쾌히 오케이한 하나가 연습실로 돌아와 오늘도 게임에 열중인 민수의 뒷통수에 대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


하나의 인기척에 어쩔수 없이 이어폰을 반만 뺀 민수가 대충 대답했다.


"너 그거 알아? 네가 내게 첫 패배를 안겨준 놈이라는거. 이,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너만큼은 내가 전력으로 상대했다구."
"어...그래?"
"아 쫌!! 성의있게 대답을 해봐!!"
"사람이 살다보면 질수도 있지."
"뭐..뭐, 뭐, 뭐라고?"


저자식한테 미래의 신문을 보여줄 수 없는게 한스러웠다. 내가 블컨 4회 우승을 하고 1면을 장식한 신문을 얘가 봐야하는데!!!


"너 내가 누구 천적인줄 알아?"
"몰라."
"진에어 그린윙스 유진이형."
"유진이형....? 김유진?"


대한항공 그린윙스 구단주로 있는 그 김유진? 감독으로 있던 시절 얘기들로는 어마어마하던데...옛날부터 시작되었다던 유서깊은 전기의자 이야기는 하나세대까지도 이어져온 도시괴담같은 이야기였다. 더불어 대한항공 그린윙스의 전설의 보물 '피묻은 빠따+1억'도.
그런데 그런 어마무시한 김유진의 천적이 쟤라고?


"구라즐."
"진짜야! 상대전적 보여줄까?"


가뿐히 야식리그 8강 진출에 성공한 민수가 팀리퀴드에 접속해 유진과 그의 상대전적을 보여줬다.


"....."
"네가 미래의 스2판 본좌라며? 근데 여기는 그런거 없어. 그래서 다들 자기가 원탑이라고 떵떵거리지 않고."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야?"


하나의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나랑 같이 야식리그 뛰자!"


-


"흐..흐흫..."
"령우야, 좋은건 공유..뭐야."


불쑥 얼굴을 들이민 윤수가 모니터를 보더니 못내 아쉬워했다. 얘가 드디어 미쳤나. 리플레이 보면서 쪼개네.


"누구 리플인데 그래?"
"....있어요."


꽁꽁 숨기는 령우를 보던 윤수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아예 의자를 갖고와 리플레이를 같이 보기 시작했다. 윤수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건 말할것도 없었다.


"..야. 박령우."
"네?"
"이거...현역 프로야?"


리플레이를 끈 령우가 윤수를 똑바로 보고 웃었다.


"이제 제거가 될거에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