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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파란나라를 보았니? (후기, 스포)

ㅇㅇ(221.146) 2016.11.26 17:00:03
조회 2325 추천 4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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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난 봤다~

뭐라도 기록해놔야할 것 같아서 남기는 후기


일단 영업해준 횽들 고맙고 

나는 스스로를 라이트한 연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정말 라이트하게 연극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리스크가 크지 않은 컴퍼니극 위주로 보고 흔히 말하는 극단 극들은 정말 입소문이 많이 나거나 호평일 경우에나 가서 보는 편

덕질 몇년 해보니까 내가 연덕이 되기에는 작은 극단들의 연극은 그 종류가 아주 많지만 그중에서 괜찮은 극을 찾기가 어렵고(개취) 어떤 극들은 매우 실험적이어서 보기 힘들더라구

나는 연뮤쪽에 있어선 메이저 취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극이고 뮤지컬이고 일단은 재미가 중요하거든

생각해보니까 올해는 특히나 컴퍼니 극 위주로 봤더라 (아니면 거의 뮤를 봤고)

파란나라가 미친듯이 좋았다, 인생극이었다 솔직히 난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연극이 주는 특유의 날 것 같은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가 가장 최근이었으니 거의 2년만이네


스토리라인은 예상이 가능했어

초반에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상처주는 폭력적인 언어들의 남발과 캐릭터화가 확실한 학생들을 보면서 아 쟤는 이 극에서 어떻게 되겠구나 이런게 짐작이 갔고 거의 그대로 가더라구

사실 한국 고등학생들의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극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야

졸업한지는 오래됐지만 나는 고등학교때가 너무 지루하고 빨리 졸업하고 싶던 시절이었어서 그런지 그런게 그대로 나오는 극은 좀 싫더라

(그래서 예전 범생이나 연극바청이 나에겐 불호였음)

마찬가지 이유로 파란나라도 처음엔 조금 불편했는데 요즘 현실들이 그대로 삽입된 대사들은 재밌었어

대본작업의 생경감도 느껴지고 공감되는 지점도 많고 ㅎㅎㅎ


이 극이 '혁명'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연출때문일거라고 생각해

시작전에는 끝나고 대본집 사야지 했는데 막상 다 보고나니까 대사를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극을 만든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플북을 샀어

사고나서 보니까 이 극단 이름이 익숙했던 이유가 생각나더라

인간동물원초라는 제목을 보니까 기억나더라구

혹시 기억하는 횽들 있을지도 몰라

나는 저 극을 본게 아닌데 저 공연 첫날 공연이 너무 불편해서 어떤 관객이 끝나기 전 공연을 그만 멈춰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래서 공연이 그 상태로 중단되고 끝났던 사건이 있었어

그때 저렇게 하는게 과연 관객으로서 맞는 행동인것인가, 그정도로 극을 불편하게 만드는 창작자에게 책임은 없는가? 뭐 이런 갑론을박들이 나오고 그랬거든

(이후에 당사자 관객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찾아서 봤는데 글을 매우 잘쓰시는 뿌리 깊은 연덕분이였음)

그래서 아 저기도 그린피그 못지않게 불편하고 찝찝한 극들 만드는 곳인가보다~ 나는 볼 일 없겠네~ 하고 넘겼었던......그런 극단이었지


파란나라도 분명 폭력적인 부분이 있었지

내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던건 초반부 학생들의 욕설과 폭력이었지만 그보다 연출이 그리고자했던 진짜 폭력은 극의 후반부에 극장 전체를 뒤덮는 파시즘

나는 입덕하고 연극인데 암전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는 경험을 처음해봐서 

"와 오늘 관객들 되게 적극적이다. 극이 진짜 재밌나보다"이렇게 생각했는데 객석에 숨어있던 배우들이 튀어나올때 깜짝 놀라면서 그 상황들이 이해가 가더라

생각해보면 그래

극을 볼때는 "이렇게 박수를 자주 쳐주면 배우들이 힘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오늘 나온 박수들이 객석에 있던 배우들에게서 시작된거라면 그 또한 연출된 하나의 상황인거고 그 박수에 휩쓸린 관객1이 된거니까...

뭔가 기분이 묘해지더라


플북에서 강렬하게 들어온 부분


극장 안에 있는 순간만은 기필코 즐겁길 바란다. 투우 경기를 보듯이 신나게 가상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을 즐기길 바란다.

극장의 주인이 된 듯이 울타리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고 재미있었다며 거리를 두고 얘기하길 바란다.

집에 가는 길에 그 거리만큼 처참해질 것이다. 안전한 객석에 앉아서 본 끔찍한 인간성을 드러내기 위해 무대 위에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현실이라는 진실을 뒤늦게 깨닫길 바란다..

극장이라는 전체 공간의 주인도 아니고, 관중석에 안전하게 위치한 관리자도 아니고, 경기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투우사도 아닌, 투우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불쾌해지길 바란다.


투우!

그래 맞아 마지막에 내가 떠올렸던 익숙한 분위기가 바로 투우였어

남산 공연장 형태도 그렇고 그 상황도 그렇고 딱 투우 그 자체였어

그리고 나는 저 글에 써있는 그자체였고

연출이 정말 일을 잘했다는거지 읽으면서 진짜 소름돋았어

나는 이극을 정말 거리두기를 하면서 재밌게 봐서 크게 고통스럽지 않았거든

근데 저걸 읽고 난 순간 약간 힘들더라

그제서야 그 안에 있던 내 모습을 발견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걸 극으로만 봤던 내 자신에 대한 환멸일 수도 있고

아이러니한건 이게 소름돋으면서도 무대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율이라..그걸 오랜만에 느껴봐서 좋았어


어쨌든 극이 아주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건 아니지만(내기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거친 한방을 간만에 체험하고 와서 좋았어

지금보니까 포스터 얼굴이 세인이 같네

눈을 가리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소름돋기도 하고 맘 아프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소름돋았던 연출은 세인이가 교복입고 맨 뒤에 앉아서 아이들을 바라볼때 그 세인이의 모습이 꼭 내모습(이자 다른 관객들의 모습)처럼 보이거든

의도한거겠지 애들이 세인이쪽으로 확 돌아보는데 나까지 공포감이 느껴졌으니

뻘소린데 세인이 얼굴 너무 예쁘더라 그런 얼굴 좋음....

아 그리고 선생님 약간 호중시 느낌 나지 않니? 나만 그런가ㅎ


여튼 공연을 길게 못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을 보면 충분히 알 것 같아

그래도 소문 많이 나서 자리 꽉꽉 채우고 호평도 듣고 있으니 배우들 뿌듯할듯

막판에 나오다가 객석에 누가 옷 놓고가서 카운터에 갖다줘야지~했는데 생각해보니 배우옷 같더라 ㅋㅋㅋㅋ

둘러보니까 벗어져 있는 옷이 너무 많았던 ㅋㅋㅋㅋㅋ


쓰다보니 길어졌네 내용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오늘 관대 다녀와서 후기 남겨주는 횽 있으면 좋겠다

간만에 연극 보고 졸린 눈 비비면서 후기도 썼네

오늘은 BEA보는데 이것도 후기 좋으니 기대하고 가야지ㅎㅎㅎ


그럼 다들 주말 잘 보내~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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