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생전
칼생은 헬턴트에 살았다. 곧장 숲 속 공터 옆에 닿으면, 공터 옆에 오래 된 장작더미가 있었고, 장작더미를 향하여 술병들이 뒹구는데, 움막 안 꼬락서니는 마법사도 해결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칼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형이 남의 재물들을 수탈해 그의 생계를 도왔다. 하루는 그 형이 몹시 약이 올라서 질투 섞인 소리로 말했다.
" 자네는 평생 관직을 얻지 않으니, 글을 읽어 무엇 하는가? "
칼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
" 그럼 마법사의 일이라도 못 하겠는가? "
" 마법사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걸 어떻게 하겠소? "
" 그럼 전사는 못 하겠는가? "
" 전사는 용력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
형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 어떻게 하겠소? \' 소리만 배웠단 말이더냐? 마법사의 일도 못한다, 전사도 못 한다면, 나이트호크질이라도 못 하겠는가? "
칼생은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 아깝다. 내가 당초 무위도식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 하니 휙 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칼생은 헬턴트에서 돈을 꿀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산트렐라의 술집으로 나가서 술집의 후치를 붙잡고 물었다.
" 자네 100셀 아니 5셀만 꿔줄 수 없겠나? "
아무르타트에게나 꺼지라는 욕을 먹고서, 칼생이 아무르타트의 레어를 찾아갔다. 칼생은 아무르타트를 대하여 긴 인사를 하고 말했다.
" 내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셀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
아무르타트는 " 그러시오. " 하고 당장 만 셀을 내주었다. 칼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아무르타트 레어의 고블린과 오크가 칼생을 보니 백수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가죽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모자에 허름한 망토를 걸치고, 느끼한 웃음을 실실 쪼갰다. 칼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 케르르르! 저이를 아시나요? "
" 모르지 "
" 취익!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거금 만 셀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
아무르타트가 말하는 것이었다.
"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돈푼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에 맞을듯 싶은 자에게 달라붙으며, 강하게 거절한다면 아니꼬운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자기 뜻에 맞지 않을듯 하면 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감히 드래곤인 나에게 돈을 빌리려 했고, 눈에 광기가 서렸으며,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을 안주면 아마도 할복하려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갚으면 죽여버리면 되는데, 이왕 만 셀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
칼생은 만 셀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바이서스 임펠로 올라갔다. 바이서스 임펠은 웨스트 그레이드에서 오는 아무르타트 정벌군이 출동하는 곳이요, 대륙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토벌군 횟수, 지휘관, 무기, 작전이며 군수물자, 진격로, 캇셀프라임 등의 정보를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칼생이 정보를 몽땅 쓸어 아무르타트에게 넘겼기 때문에 정벌군이 대패하고 영주마저 포로로 잡히는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칼생이 영주 대리로 임명되자 땡전 한푼도 안 도와주던 사람들이 도리어 막대한 뇌물을 주고 이권을 구걸하게 되었다. 칼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만 셀로 한 지방의 운명를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
그는 다시 후치, 샌슨, 이루릴과 파티를 맺어 레너스 시를 지나가며 실리키안 남작의 투기장을 빼앗으면서 말했다.
" 얼마 지나면 투기장의 사람들이 꼬마와 오거와 엘프 미녀의 대결을 볼 것이다. "
칼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입장료가 열 배로 뛰어올랐다. 칼생은 아무 사람을 잡고 말을 물었다.
" 대륙 안에 혹시 누군가 살 만한 빈 땅이 없던가? "
" 있습지요. 언젠가 떠돌다 보니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빈 영지에 닿았습지요. 아마 레너스와 이라무스의 중간쯤 될 겁니다. 병과 저주는 엄청나게 창궐하여 선남선녀가 절로 죽어 나고, 좀비들이 떼지어 놀며, 늑대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
라고 말하니, 그자는 미쳤냐며 거절을 했다. 드디어 말을 타고 중부대로로 가서 칼라일 영지에 이르렀다. 칼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영지를 들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 사람이 몇 명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땅문서 꽁짜이고 집도 꽁짜니 단지 부동산 투기는 할 수 있겠구나. "
" 텅 빈 영지에 세이크리드 랜드라 살수도 없는데, 대체 여기를 뭣땜에 오셨냐 말씀이오? "
샌슨의 말이었다.
" 디바인 마크를 파내면 영지는 절로 치유된다네. 꼬붕이 없을까 두렵지, 꼬붕이 많이 있어야 개발을 할것 아닌가? "
이 때, 휴다인 고개에 수천의 오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요새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오크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칼생이 오크의 동굴을 찾아가서 족장을 달래었다.
" 천 마리가 천 셀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
" 취익! 천 마리당 천 셀이니까.. 으음.. 거뭣이냐; "
" ..모두 암컷이 있소?"
" 취익! 없다. "
" 나라가 있소? "
오크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 취익! 취익! 나라 있고 암컷 자식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도둑이 된단 말인가? "
" 정말 그렇다면, 왜 암컷을 얻고, 공부 해서, 무력을 길러 나라를 엎어 버리려 하지 않는가? 그럼 멍청이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대륙에는 오크의 국가가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길이 합법적으로 세계를 약탈할 수 있을 텐데. "
" 취익! 왜 바라지 않겠나? 다만 무기가 없어 못할 뿐이다. "
칼생은 웃으며 말했다.
" 도둑질을 하면서 어찌 무기를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 할 수 있소. 내일 평원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무기를 실은 것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
칼생이 오크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오크들은 모두 그를 ㅁㅣ친놈이라 비웃었다. 이튿날, 오크들이 평원으로 나가 보았더니, 과연 칼생이 삼십만 셀의 무기를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 大驚 )해서 칼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 취익! 오직 오크 성자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
" 너희들, 이것을 이용해서 칸 아디움을 함락시켜보거라. "
이에, 오크들이 다투어 칼을 잡고 칸 아디움으로 향했으나, 천 마리가 한 성도 이기지 못했다.
" 너희들, 기껏 한 성도 못 이기면서 무슨 국가전복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대업을 꾀하려 해도, 머리가 그것을 감당치 못하는바, 할 수가 없다. 내가 새로운 곳으로 너희들을 데려갈 것이니, 한 오크씩 집으로 되돌아 가서 암컷 하나, 소 한 필을 거느리고 오너라."
칼생의 말에 오크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칼생은 몸소 이천 마리를 몇년 동안 일시킬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오크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마차에 싣고 그 빈 영지로 들어갔다. 칼생이 오크를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수용소를 짓고, 음식 찌꺼기를 넣어 꿀꿀이죽을 만들었다. 오크들이 멍청하기 때문에 일당을 안 주어도, 한 해나 세 해동안 내내 일을 시킬 수 있어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 간신히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양식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일스에 가져가서 팔았다. 일스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해변의 나라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착취하고 은 백만 셀을 얻게 되었다.
칼생이 탄식하면서,
" 인제 나의 조그만 벌이가 끝났구나. "
하고, 이에 암수 이천 마리를 모아 놓고 말했다.
"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투자자금을 번 연후에 따로 공장을 만들고 오크고기를 새로 판매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맛이 없고 고기가 질기니,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관리인을 남겨두니 앞으로도 꾀부리지 말고, 이익금이 들어온다면 빼먹지 말고 나에게 송금을 하여라. "
다른 금고들을 모조리 꼬불치면서,
" 가져가지 않으면 남아나는 것도 없으렷다. "
하고 오크 월급 오십만 셀을 자기 뱃속에 꿀꺽하며,
" 오크가 진화하면 노조를 결성할 자가 있겠지. 백만 셀은 바이서스에도 비싼 월급이거늘, 하물며 이런 바보 오크들이랴! "
했다. 그리고 글을 아는 오크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 내 돈벌이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 했다.
칼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만 강탈했다. 그러니까 은이 십만 셀을 벌었다.
" 이건 아무르타트에게 갚을 것이다. "
칼생이 가서 아무르타트를 보고
" 나를 알아보시겠소? "
하고 묻자, 아무르타트는 놀라 말했다.
" 그대의 얼굴에 줄줄이 개기름이 끼었으니, 혹시 만 셀로 대박 터뜨리지 않았소? "
칼생이 웃으며,
" 동굴에 있으며 보물을 깔고 앉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만 셀로 어찌 대박을 터뜨릴수 있겠소? "
하고, 십만 셀을 아무르타트에게 내놓았다.
" 내가 하루 아침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빈대붙길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만 셀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
아무르타트는 씩웃으며 일어나 돈받아 집어넣고, 십배의 고리대금으로 이자를 쳐서 내놓으라 했다. 칼생이 몸에 석유를 붓고,
" 당신은 내가 분신하길 바라는가? "
하다가 브레스를 얻어맞고 도망갔다.
아무르타트는 가만히 폴리모프해 따라갔다. 칼생이 숲 속으로 가서 조그만 움막에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장님 마법사가 우물터에서 술마시는 것을 보고 아무르타트가 말을 걸었다.
" 저 쓰레기 움막이 누구의 집이오? "
" 헬턴트 댁입지요. 백수인 주제에 빈대붙어 얻어먹더니, 하루 아침에 집에 쫓겨나 5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이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눌러붙어 지냅지요. "
아무르타트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헬턴트라는 것을 알고 두고보자며 돌아갔다. 이튿날, 아무르타트는 괴물을 모두 데리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돈달라고 했으나, 칼생은 주지 않고 뻗대었다.
" 내가 정신이 멀쩡하다면 드래곤 앞에서 어떻게 배째라 하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자주 나를 와서 보고 부귀영화 확실하게 책임지고 정계에 나가게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
아무르타트가 칼생을 여러 가지로 위협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르타트는 그 때부터 칼생의 집을 들락날락 하고 돈이 생각날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독촉하였다. 칼생은 그것을 흔연히 견뎌내었으나, 혹 많이 괴물이 오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
하였고, 혹 아무르타트가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정계 인물을 데리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이권을 나누며 정경유착을 하였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아무르타트가 5 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 셀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칼생이 대답하기를,
" 내가 왜 미쳤다고 당신에게 그 비법을 알려 주겠소? "
" ..처음에 내가 자꾸 돈을 달라 했는데 어떻게 견뎠습니까? "
칼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 당신만이 내게 꼭 독촉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만 셀을 지닌 부자치고는 누구나 다 달라할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개김성이 족히 백만 번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하지만 능히 나의 돈을 빼앗으려 하는 녀석은 깡다구 있는 고리대금업자라, 반드시 빼앗기지 않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투쟁심이 솟아서 그런 건데 어찌 내가 주었겠소? 이미 꾼 돈을 준 다음에는 나의 깡다구에 의지해서 배째라 한 까닭으로, 돈내라 했으나 곧 뻗대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잠시라도 쫄았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
아무르타트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 지금 바이서스가 기나긴 전쟁에서 자이펀에게 승리하려 전력을 동원 하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현자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깡으로 어찌 괴롭게 뒹굴며 지내려 하십니까?"
" 어허, 자고로 방콕 하는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폐태자 길시언 같은 분은 일국의 대왕으로 지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떠돌이로 돌아 다니고, 마법사 펠레일 같은 분은 적국을 굴복시킬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칼라일에서 소요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빈민들을 구제해 할 만하였으되 뱃속에다 꿀꺽 하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세금으로 나가기 때문이었지요. "
아무르타트는 욕설을 퍼붓고 돌아갔다.
아무르타트는 본래 국왕 닐시언 바이서스와 잘 아는 사이였다. 닐시언이 당시 국왕이 되어서 아무르타트에게 무수리나 내시로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아무르타트가 칼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닐시언이 깜짝 놀라면서,
"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
하고 묻는 것이었다.
" 소인은 그놈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나도록 정말로 얼굴이 두꺼워졌습니다. "
" 그인 폐인( 廢人 )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
밤에 닐시언은 시종들도 다 물리치고 아무르타트만 데리고 걸어서 칼생을 찾아갔다. 아무르타트는 닐시언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칼생을 보고 닐시언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칼생은 못 들은 체하고,
" 당신 돈달라고 잔소리나 어서 한번 해보시오. "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귀를 틀어막는 것이었다. 아무르타트가 받은돈의 열배를 당장 내놓으라 하는 것을 열렬하게 계속 지껄였으나, 칼생은 자꾸만 씹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닐시언이 방에 들어와도 칼생은 자리에서 굴러다니기만 하였다. 닐시언은 국왕모독죄로 처형한다 을러대며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칼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 굴러다니는데 말이 너무 길어서 정신이 어지럽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
" 대왕이오. "
" 그렇다면 너는 기사 중의 기사로군. 내가 헨드레이크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중부대로를 돌아다니며 세 번씩 만날 수 있겠느냐? "
닐시언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 어렵습니다. 제이( 第二 )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 나는 원래 \' J \'라는 것은 알파벳이라 알고 있다. "
하고 칼생은 외면하다가, 닐시언의 뇌물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 일스 사람들이 바이서스는 옛 부모 나라라고 하며,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이주해 와서 여기 저기 지내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명하여 왕족의 딸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시집 보내고, 일스 및 헤게모니아인을 대우하여 그 나라와 동맹을 맺을수 있게 할 수 있겠느냐? "
닐시언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 어렵습니다. " 했다.
"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
"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
" 무릇, 나라가 대국이 되려거든 먼저 천하의 인물들을 모집하여 거느리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민심을 익히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자이펀 정부가 갑자기 명가( 名家 )가 횡포를 부려서 하층 계급과는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바이서스가 자이펀과 전쟁을 벌이게 되어 저들이 우리에게 기대 거는 터이다. 진실로 영광의 7주 전쟁 때처럼 귀천 구분이 없이 백성들이 벼슬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귀족의 횡포을 놔두지 않겠다 할 것을 선언하면, 백성들은 반드시 나라에서 등용하려 함을 보고 기뻐 몰려들 것이다. 귀족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시험을 쳐서 인재를 선발하고서, 그런 귀족이 가서 전쟁터에 출전하고, 또 서민은 멀리 사막에 건너가서 장사를 하면서, 자이펀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번 자이펀을 뒤집고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바이서스의 국왕을 황제로 승격시켜, 대륙의 나라를 거느리고 여러나라 국왕과 평화를 약속한다면, 잘 되면 대륙의 패권국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나라는 번영을 잃지 않을 것이다. "
닐시언은 힘없이 말했다.
" 귀족가문이 모두 이 나라의 권력자들이온데, 누가 귀찮게 시험보고 전장에 나가려 하겠습니까? "
칼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귀족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자칭 귀족이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진짜로 우월한 자라면 솔선수범하여 존경 받는 것이고, 세습받은걸 가지고 그걸 자랑하며 다니는 것은 단지 조상들의 껍질에 지나지 않은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귀족이라 한단 말인가? 차넬은 원래가 헤게모니아의 사람이었고, 명궁 우타크는 소먹이던 목동에 불과했다.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신분의 틀을 벗어나야 하나가 될텐데. 이제 나라를 위해 승리를 이룬다 하면서, 그까짓 편협한 껍질을 아끼고, 또 장차 굴러 다니고 삽질 하고 막노동 하면서, 정신 차리고 몸을 닦아야 할 판국에 귀족 자신이 먼저 실천 하지 않고 딴에 귀족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기사 중의 기사라 하겠는가? 기사 중의 기사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나의 노예가 되어야 할 것이다. "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개목걸이를 찾아서 채우려 했다. 닐시언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군대를 이끌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과 금고는 텅 비어 있고, 칼생은 간 곳이 없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