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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갤문학] 실종앱에서 작성

ㅇㅇ(223.62) 2018.02.12 01:08:15
조회 43341 추천 602 댓글 142
														

식육점 안에 들어서자 각종 고기들이 붉은 빛깔을 뽐내며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감독님을 따라가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적절한 위치에 놓인 전등과 효율적이고도 조형미 있게 배치된 고기 냉장고 등, 평소 봐 왔던 감독님이 이미지와는 달리 가게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감독님은 화장실이 마련된 짧은 복도의 끝에 있는 문을 열쇠로 열었다.

녹슨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자 가게 뒷편이 나타났다.

그러자 바람을 타고 미세한 피비릿내가 풍겼다.

가게 뒷편은 녹슨 철근과 거친 콘드리트의 부스러기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녀 으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깔끔한 가게 내부와는 전혀 딴판인, 오래된 폐공장이 연상되는 장소였다.

감독님은 컨테이너 사이를 지나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나는 감독님이 어둠속으로 사라질 때 까지 계단으로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람을 타고 풍기던 비릿한 피비릿내의 출처 또한 이 좁은 계단의 어둠속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한동안 첫번째 계단위에 서 있었다.

자꾸만 커지는 불안감 때문에 그냥 이대로 도망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저 아래서 나를 찾는 감독님의 호통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꽤나 긴 복도였지만 그곳을 비추는건 수명을 다한듯한 전구 단 하나 뿐이었다.

복도끝에서 내가 오는것을 확인한 감독님은 엄지로 오른편을 가르킨 뒤 그 곳으로 갔다.

나는 심장이 크게 뛰었다.

머릿속에서는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무의식의 외침이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그러나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나는 따라가야만 했다.

감독님을 따라 복도의 오른편으로 돌자 쇠사슬로 굳게 잠긴 철문이 보였다.

"이건 냉동고야, 내가 직접 도축한 고기들이 보관되어있지. 너는 나랑 같이 이것들을 지상으로 나르면 돼." 감독님이 말했다.

"어..얼마나 하면 됩니까?"

감독님은 열쇠뭉치를 짤랑거리며 대답했다. "너는 스무덩이, 나는 삼십덩이.
총 오십덩이를 나를거야. 지상까지 작접 들고가는건 아니고, 저기 복도 왼쪽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 까지만 날라. 그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철컹ㅡ 끼이이이ㅡ

말을 마치자 마자 냉동고의 문이 열렸다.

푸르스름한 빛과 한기가 새어나왔다.

감독님은 먼저 들어가 마대자루 하나를 집어들고는 어께에 들쳐멨다.

"뭐해? 얼른 시작해."

"네..넷."

나는 얼른 첫번째 자루를 들쳐메며 일을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열 아홉번째 자루를 엘리베이터에 실어 올렸다.

드디어 마지막이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릴 만큼 고되었지만 이제 끝이다.

한상용 감독님은 이미 한참 전에 할당량을 끝내고는 위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무식하게 힘만 좋은 사람같으니.

다음부턴 얼마를 받던 간에 감독님이 주는 일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마지막 자루를 가지러 다시 냉동고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분명 열 아홉개를 날랐는데 냉동고는 텅 비어 있었다.

아마 감독님이 하나를 더 날랐거나 총 갯수를 착각했는듯 하다.

뭐, 어쨋건 간에 나에겐 좋은 일이지.

나는 크게 기지개를 펴고는 감독님이 있을 지상으로 갔다.

"좋아, 수고했다 익수야. 돈은 오늘 저녁까지 꼭 넣어줄게." 감독님이 말했다.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은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며 내 말에 대답했다.

그리곤 산업용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 마대자루가 올라올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감독님은 자루를 하나 꺼내들었다.

옆에는 그것을 가게까지 나르기 위해 준비된 작은 트럭이 있었다.

"하나, 둘, 셋, ..." 감독님은 옮긴 자루의 갯수를 확인하며 트럭으로 자루를 집어던졌다.

나는 혹시나 감독님이 도와달라는 눈치를 줄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감독님은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마흔일곱, 마흔여덟..." 엘리베이터가 거의 다 비어갈 무렵, 감독님은 나를 쳐다보았다.

특별히 인상은 쓰고있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그 눈빛을 피하고만 싶었다.

감독님은 마지막 자루를 트럭으로 집어던지곤 말했다.

"마흔 아홉. 이게 마지막이야. 하나가 부족한거 같은데?"

나는 의아했다.

"네? 그럴리가요. 제가 마지막 자루를 나르고 나선 분명 냉동고는 비어있었어요."

"아니야, 분명히 오십개야. 내가 기억하고있어."

"그렇지만 정말 그게 다였는데요.."

"흠, 그럼 다시한번 가서 확인해봐. 못봤을수도 있잖아."

"예..알겠습니다." 나는 대답하고 다시 계단으로 발을 돌렸다.

뭔가 이상했다.

냉동고는 분명 비어있었고, 나는 똑똑히 확인했다.

게다가 공간은 텅 비어있어 어떤 물건이 숨겨질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군말하지 않았다.

혹시나 감독님이 내려왔을때 냉동고에 고기가 있다면 화를 내실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괜히 욕을 얻어먹느니 차라리 한번 더 확인해보기로 했다.

끼이이ㅡ

냉동고를 열자 아까보다 더한 한기가 새어나왔다.

나는 또다시 그 차가운 공간으로 들어갔다.

추위에 팔을 비비적거리며 냉동고 안을 살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감독님이 착각한게 맞는 것 같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역시나 없어요. 고기는 커녕 개미새끼 하나 안보이네요."

"그런가?"

"예, 없어요. 와서 확인해보세요."




"..."



"감독님?"


끊으셨나? 대답이 없어 화면을 확인해봤지만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감독님? 잘 안들리시나?"

두번째로 그를 부르며 전파를 확인했지만 전파는 3칸이나 되었다






"감독님?"

세번째 역시 대답이 없었다. 왜그런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한번 더 불러보기로 했다.





"감독님..?"








네번째로 그를 불렀을 때,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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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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