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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베리아 포로생활 -5

뚱띠이(121.141) 2007.03.17 20:30:29
조회 1078 추천 0 댓글 5


절인 양배추 추첨

5월 중순경이 되자 시베리아의 맹추위는 기세가 누그러지고, 생활도 조금은 견디기 쉬워졌다. 5월 20일, 수용소의 러시아인 의사가 우정의 표시로 내 등을 철썩 두드렸다. 나는 거의 당에 꼬구라질뻔 했다. 그러나 그것이 러시아식 우정의 표시다. 우람하고 육중한 것이 마치 돈강에서 우리에게 덮쳐왔던 그 50t짜리 탱크와도 같았다. 나는 의사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하나밖에 없는 다리로 캥거루처럼 껑충껑충 뛰어가기 시작했다.
"잠깐!"
그 의사가 외쳤다. 그는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팔받침에 회색 천을 덧댄 신품 목발 두 짝을 가지고 나왔다.
"이걸 가지게. 그리고 이걸 짚고 건강한 몸으로 고향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라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차렸다. 목발을 준 데 대한 감사라기보다는 예기치 않았던 지극히 인간적인 낱말들-고향으로, 건강한 몸으로, 무사히-을 러시아인으로부터 처음 들었다는 사실을 내가 고마와하고 있다는 것이었으리라.

또니노 역시 그날 신품의 목발 한 벌을 받았다. 당연한 느낌이었겠지만 내 것보다 더 근사한 것 같았다. 그리고 꼭 맞는 것이었다.(내 것은 약간 길었다.)
"그걸 어디서 구했나?"
내가 물어보았다.
"내 성적 매력 덕분이지."
그가 대답했다.
"이 보라구, 여기선 딱 두가지 점만이 제대로 먹혀들어간단 말씀이야. 이탈리아인이라는 것(나같이 생긴 게 더 바람직하겠지만)과 러시아어를 조금 지껄인다는 거지. 이 두가지 자산- 이탈리아인인 내 모습과 러시아말 단어 말야-만 있으면 안되는 일이 없거든. 그래, 성적 매력과 임기응변의 재치, 그게 간호사들과 어울리는 비결이라구. 번지르르한 공치사 한마디와 적절한 순간에 의미심장하게 보내는 한번의 윙크, 나폴리 노래 한 곡조, 그리고 거짓말 몇 마디면 하늘에서 목발이 쏟아진단 말야... 게다가 목발뿐만 아니라..."
그는 자기가 태어난 로마냐 지방의 사투리와 자기가 자라난 라찌오 지방의 사투리가 이상하게 뒤섞인 억양으로 끝없이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나는 넋을 잃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청산유수 같은 말과, 천연덕스러운 익살, 그리고 호들갑스러운 남부 특유의 몸짓 뒤에는 항상 우리에게 희망을 갖도록 부추기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용기를 갖게 해주는 열쇠였다.

슈미하에서의 생활이 덜 절망적인 것이 되어감에 따라, 우리의 화제는 포로생활에 관한 것에서 떠나 영화, 책, 스포츠, 여자 그리고 음식 등 보다 밝은 내용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상식이 서서히 생활의 암담한 면과 균형을 이루어가고 있는 셈이었다. 상식이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는 식사가 형편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절인 양배추를 걸고 하는 내기를 고안해냈다. 그것은 간단한 놀이였다. 따지오의 식기 속에 떠 있는 양배추 잎이 몇 조각인지 맞히기만 하면 되었다. 내일은 까이오의 것, 모레는 셈프로니오의 것 하는 식으로 내기는 계속 되었다. 각자 15 이하의 수를 선택한 다음-아무도 한 식기 속에 16개의 배추 조각이 들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 수자를 자기 이름 밑에 꼼꼼하게 적어둔다. 수프 급식이 일단 끝나면, 판띠가 정식으로 배춧잎 세기에 나서는 것이었다. 11이 정답이었다 치자, 누구든 그 수를 택한 사람-한 사람 이상이 돨 수도 있다-이  통에 남은 수프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반 국자가 안 넘는 무척 짠 수프 국물과 큼지막한 빵 한조각은 뱃속에서 고마와하는 하늘의 양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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