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호로와 요이츠의 이야기.txt - 늑대와 향신료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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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일반] (스포주의) 호로와 요이츠의 이야기.txt

ㅁㄴㄹ(218.147) 2017.05.03 19:31:40

조회 4511 추천 18 댓글 5

늑향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결국 끝끝내 요이츠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맥거핀이냐는 이야기도 간혹 나오죠. 이것에 대해 제 개인적인 생각을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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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소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호로는 이교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자신과 마찬가지인 늑대 정령들이 따르는 존재중 하나죠.

(작중에서 로렌스에게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고싶어한 늑대들이 줄을 섰고 그 때문에 자신을 쉽게 대하는 늑대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그녀의 고향인 요이츠는 이교의 탄생지와도 같습니다. 그녀가 이교의 탄생지를 떠나 수백년 전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기독교가 아직 힘을 쓰지 못하던 서로마 말기에 프랑크족, 부르군트족, 앵글로색슨족, 서고트족, 수에비족, 반달족 등 수많은 민족들이 유럽 전역을 휩쓸던 시기 그들이 믿는 종교들 또한 퍼지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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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이들 종교들은 하나둘 기독교에 동화되거나 점령되어 소멸되어 집니다. 늑향에서도 수백년이 흘러 로렌스와 호로가 만난 시점에서는 그 이교의 힘은 줄어들었고 그 이교를 정교가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묘사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죠. 물론 로렌스의 말을 빌리면 정교의 권위가 비록 과거에 비해 힘이 떨어졌다진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교는 이교의 범위를 대륙의 북쪽 일부로 묶어 놓은 상황으로 묘사됩니다. 호로가 수백년간을 지켜온 보리밭을 떠난 것도 결국 정교의 위세가 작디작은 마을에 까지 미쳤고, 따라서 민간의 신이 더이상 설 자리가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렇기에 호로가 요이츠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이교의 상징이 이교의 탄생지로 회귀한다는 뜻이 되며, 결국 이교는 이 세상에서 소멸된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중세 중기를 거치며 민간 신앙의 권능이 점점 인간의 영역에 들어와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실제 그 세계관이 존재한다면, 호로가 요이츠로 돌아가는 시점은 이교가 완전히 사라지는 시기겠죠.

작중에서 요이츠가 끝끝내 등장하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교의 종말은 호로가 이 세계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뜻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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