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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늑향 10권 후기

미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04 01:21:28
조회 393 추천 6 댓글 2
														

양치기만 나오면 작품이 좋아지는 이 기묘함


늑대와 양이 역설적으로 붙여 놓기에 좋은 조합이라 그런 걸까?

그래서 다루어야 할 대상들의 관계가 알기 쉬워지는 덕분일까 그런 걸까?


혹은 호로렌스가 자신들의 상황을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밀어붙이니

2권에서는 굳은 마음을 가진 노라, 10권에서는 마치 간달프를 연상케하는 현자 하스킨즈가 각 에피도스의 기둥처럼 존재하는 덕분일지도 모름

양치기처럼 굳세고 성실한 직업이 또 없다는 묘사가 나올 정도인데, 캐릭터들의 성격도 어느 정도는 직업을 따라갈테니 말이야


실제로 케르베에서는 에피소드의 재미와는 별개로, 서로 얽히고 섥힌 채 속내를 숨기고 언제든 남을 속여 먹으려는 인물과 세력들이 주축인 반면,

호로렌스가 의지할 기둥 같은 인물은 한명도 없어서 호로렌스가 마음을 다잡는 일 만으로도 벅차 이야기 전개는 난잡했음


그래서 나는 양치기라는 명품 조연이 주연들이 활약할 수 있는 누름돌 역할을 해줬다고 봄



암튼 그렇게 느낄 정도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스킨즈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음

첫인상은 에이브랑 순례여행 떠난 케르베의 꼰대 할아범 같은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능글맞고 호쾌한 성격도 매우 호감이었고

그가 숨기고 있던 정체와 그가 금기를 어겨가면서 까지 이루고자 했던 일, 호로렌스를 대하는 방식에서 그냥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음


나는 현자라는 캐릭터의 원형에 흥미가 있는데 작품이 가볍게 소비되서 그렇지

하스킨즈의 캐릭터 구성 만큼은 반제나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등장하는 현자 캐릭터에 버금간다고 생각함 

엔트와 간달프를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가 이 에피소드에서만 쓰기에 아까울 정도였음




이 정도로 훌륭한 캐릭터가 버티고 있는 덕분에 그 기둥 아래서 여러가지 트릭을 맘 편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 그 덕에 플롯도 깔끔했다고 생각함


"전체를 망라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리라. 여차하면 힘으로 쓸어 버릴 수 있으니 사전에 치밀하게 생각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 231p


로렌스가 호로를 보고 한 말인데, 케르베에서 호로가 침착하게 로렌스를 도와줄 수 있었던 이유도, 그전의 사건들도, 심지어 로렌스와의 장난마저도

호로가 압도적인 힘 혹은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침착하고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소리였음


그래서 나는 작가가 하스킨즈의 존재를 확립한 후에는, 본인도 호로 같은 입장이 되어서 글을 상당히 능수능란하게 써내려 갔을 거라 추측해봄



그 덕분에 사건의 해결도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깔끔했지만

가능한 다정한 시선으로, 아빠 품에서 투정을 부리다 울어버리는 어린아이를 돌보듯이 호로의 마음을 충분히 표출 시킬 기회를 만들어준 점도 아주 좋았음



로렌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앞가림 + 호로랑 콜 밥 먹이는 것 정도는 능숙하게 할 수 있었지만, 

역시 아직은 콜에게 스승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거나 호로의 깊은 마음까지 품어줄 처지는 못되었음


그래서 상대적으로 상황이 단순했던 초반 에피소드들에 비해, 

상황이 복잡하고 깊어진 중반 에피소드부터는 로렌스가 호로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음


그 중 하나가 호로의 감정 폭발을 포용하는 일인데, 훌쩍거리는 정도야 변태 로렌스의 취향이라 잘 보듬어줄 수 있었지만

3권과 10권에서 나온 감정의 폭발은, 그 원인부터 어찌해줄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로렌스가 무력함을 느끼는 포인트가 되었음


로렌스가 어찌 할 수 없는 일, 그것은 호로의 깊은 마음을 건들이고 또 포용해주는 일이었고,

그것을 할 수 없다면 로렌스가 할 수 있는 일은 호로를 끝까지 돕는 일 뿐


하지만 호로의 마음이 여전히 불안하다면, 결국 늑대의 힘으로 호로 혼자 일을 처리해버리는 게 순리였겠고, 

실제로 그렇게 하자고 고려를 한 상태였으니 로렌스는 그가 주인공이 되었으면 한다는 호로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조연으로 밀려나고 

거대한 늑대를 도울 방도가 없다는 그 무력감을 다시 절감했겠지



그런데 하스킨즈가 호로를 그런 식으로 호되게 혼낸 덕분에 

호로는 펑펑 울면서 3권 이후로 쌓여왔던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며 늑대의 힘을 마냥 휘두를 수는 없다는 책임감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로렌스는 그런 호로의 감정을 바라보며 스스로 또 한번의 무력감을 느끼는 대신, 이제껏 옮길 수 없었던 짐을 덜 수 있었음


다 하스킨즈의 입장과 굳은 결심, 그리고 그의 성품 덕분이었지



그만큼 하스킨즈가 중요한 캐릭터지만 이번 편에선 로렌스도 두드러지는 것이 

로렌스 스스로가 그 무력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담담하게 고백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던 덕분에 곧바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수행 할 수 있었음


특히 루윅 동맹의 노친네들한테 늑대의 뼈에 대한 증거를 추궁당하는 장면에서

단지 호로가 아닌, 호로의 존재 그 자체를 믿고 그 신빈성을 내질렀던 행위가 로렌스의 극복과 성장을 상징한다고 봄



로렌스는 호로가 현랑이라 길동무로 삼은 것이 아니지만, 호로를 그저 놀이용 계집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음

그렇다고 사실상 연인인 호로를 오로지 연인으로만 대하지도 못했음


왜냐? 호로는 거대한 늑대였으니까. 


그런데 그 원탁에서의 내지름으로써, 늑대의 화신이라는 호로의 정체성에서 느껴왔던 무력감을 비로소 극복하고

자신이 관계하고 있는 하나의 존재 그 자체로서의 호로를 받아들였다 생각하는 것임 



곰곰히 생각해보자고


길동무, 썸녀, 연인

호로와의 관계는 이렇게 진전됬고, 로렌스도 그런 호로의 여러 모습을 다루는데에 익숙해졌음

이제 남은 건 늑대라는 본연의 모습인데


이때까지 호로가 늑대의 모습을 보이면, 로렌스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지 호로를 도와주는 입장이 아니었음

그런데 호로를 돕는다는 목표가 제 1 우선순위인 지금, 어떻게 무력한 인간으로서 거대한 늑대를 도와줄 수 있겠음?

서로 의지하기 보다 일방적인 관계였지


그런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금기를 어겨가면서 까지 인간 세상의 이치에 맞춰 살아가는 하스킨즈의 존재가 

정령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그러나 인간만이 해결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일러준 덕분에 

호로는 하스킨즈처럼 정령이자 인간인 삶을 선택하고 로렌스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었음


그리고 로렌스는 드디어 거대한 늑대인 호로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생겼지


단지 인간의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가능한 연인 관계 뿐 아니라

모든 모습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써, 비로소 거대한 늑대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임


로렌스에게는 더 이상 자신이 거대한 늑대를 도울 수 없다는 무력감은 없어

이제 남은 건 호로의 깊은 외로움 뿐이야 

힘내라 로렌스






근데 원탁의 노친네들도 첫인상이랑 다르게 존나 호감이더라

이미 정보는 다 모은 상태였고 늙은이 특유의 불확신 대신, 다시금 젊은이의 확신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니 

키먼이랑은 비교가 안댐


1권부터 10권 중 너무 매력적이라 충격적이었던 초반부를 제외한다면, 난 10권을 탑 에피소드로 꼽을 거임

여러모로 맘에 드는 장면이 너무 많았음



하스킨즈 씹덕 포인트 : 로렌스가 딸랑방구 해주니까 말없이 나가더니 양손 가득 양고기 집어 들고와서 스프에 넣어줌

씨발 근데 그게 그거였을 줄이야ㅋㅋ





지금 11권 읽고 있는데 또 처음부터 존나 꽁냥대네 씨발 로렌스 죽어ㅓㅓㅓ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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