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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15권 후기

미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6 03:43:27
조회 369 추천 5 댓글 3
														

드디어 드디어 14권 읽은 지 딱 두달 만에 15권을 다 읽어씀


14권이 아주 꿀에 설탕 넣고 졸인 농축액을 혈관에 다이렉트로 주입하는 정도의 달달함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에 

15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시작부터 씁쓸해서 좀 빡치더라 


하물며 에피소드도 뮤리의 유물을 확인하면서 호로가 슬퍼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니까 내 기대와 너무 어긋나서 아쉬웠음

거기다 로렌스가 또 독백으로 자책하고 고민하길래 이 새끼 또 이 지랄이네 싶어서 더 빡쳤음


근데 작가가 이런 독자맘을 미리 알고 찌질거리는 건 대충 끝내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려고 노력하는 장면을 많이 그려준 덕분인지

호로 기분 풀리면서 내 기분도 다 풀리더라


그렇게 호로의 기분도 어느 정도 다 풀렸을 때 로렌스가 빈 가게를 하나 발견하는데, 

이런 좋은 마을에서 이렇게 괜찮은 가격에 적당한 가게가 쌩으로 나와있는 광경에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하는 장면이 나오지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로렌스가 되게 한심해보였음

그야 호로 기분 풀어주겠다고 나와서 호로가 주머니 털어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팔려있었잖아? 


뭣보다 내 개인적인 인상이긴 하지만 

가뜩이나 이미지 안 좋은 놈들이 설쳐서 뭔 일 터질 것 같은 마을에 이제 도착해놓고, 꼴랑 매물 하나에 그렇게 정신이 팔릴 일인가 싶고

아무리 좋은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해도 그렇지 결국 평생 살 곳을 고르는 건데 이렇게 쉽게 혹해도 되나? 싶었음


그런데 이 장면이 이번 에피소드의 핵심을 빌드업하는 스타팅 포인트라는 건 다 읽고 나서야 알았지




로렌스는 이 가게를 보고,

호로와 자신 모두를 위해서 데바우 상회가 이 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있을 조사해야 한다는 좋은 명분을 갖게 됨


그런데 마을을 조사하면 할 수록 데바우 상회는 영문 모를 대규모 물밑 작업만 벌이고 있고, 

그 일이 요이츠와는 상관도 없어보이며, 상회를 중심으로 흘러드는 용병과 직인, 트레니 은화의 움직임만 겨우 파악할 수 있었음


로렌스는 계속해서 데바우 상회의 계략이 무엇일지 고민하는데, 

로렌스가 고민을 하는 바로 이 부분이 호로가 자신의 바람을 다시금 명확히 할 수 있는 포인트로 기능함


이게 아주 중요함



늑향의 주인공은 호로 혼자, 로렌스 혼자가 아니라 호로렌스임


일각고래 에피소드 이후부터는 요이츠가 가까워짐에 따라 

여차하면 호로가 모든 걸 해결해버리고 떠날 선택지가 발생하면서 로렌스의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었지만,

윈필 왕국을 기점으로 호로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으며, 로렌스의 설자리는 호로의 옆임을 확고히 할 수 있었음


또 과거 에피소드 대부분은

로렌스가 해당 마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호로의 도움을 받아 빌런 역할을 하는 상대와 거래를 성립시키는 해결 방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레스코 마을의 문제점은 문제점이 없다는 것임. 로렌스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력함을 느끼는 상황이 아니라 정말로 할 일이 없는 상황임


작품 안에서는 일부러 선을 그으며 이별을 고했던 과거오 달리 정말로 여행의 끝이 도래한 상황이고, 

작품 밖에서는 에피소드를 진행 시킬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인 거지


그래서 로렌스가 가게를 보고 정신이 팔린 장면이 중요한 것임


로렌스가 호로를 위해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로렌스의 설자리는 어디지? 가게의 주인인가? 호로의 옆일까? 


그럼 호로는 어디에 있어야할까? 요이츠?


먼 말 인지 알겠음?



호로가 일전에 이미 고백했듯이, 호로는 로렌스가 주인공으로 나서길 바라고, 훗날 자신이 전할 그 이야기가 비극이 아니길 바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호로가 로렌스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것임


14권에 들어서야 명확해졌지만, 호로는 요이츠가 바로 옆이라고 해서 로렌스를 두고 떠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음

그런데 이 바보가 위에서 말한 좋은 명분을 들이밀면서 자꾸 가게를 안 사려고 하잖아 그러니 답답해서 말을 안하고 베겨?

모든 정황이 데바우 상회의 좋은 측면을 확실하게 증명해줌에도 불구하고 데바우 상회의 나쁜 점만 찾아대잖아


그래서 아에 대놓고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지킬게 있으면 비극이 생기는 법이라고, 호로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데바우 상회의 나쁜 점만 찾는 비관적인 사고방식으로 변해버린 게 아니냐 라고까지 말함


빚에는 빚이라며 노예 입대 이틀전에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돈 빌리러 다니던 낙관주의 로렌스가 비관주의 로렌스로 바뀐 까닭은 호로가 너무 소중했기 때문인데

그 비관주의가 자기 눈을 가려버릴 줄은 몰랐던 거지


로렌스는 호로의 말을 듣고 세상을 다시 낙관적으로 보게 되는데, 

이 관점의 변화가 로렌스 뿐 아니라 독자들 또한 가지고 있던 데바우 상회의 나쁜 인상을 지우면서 데바우 상회의 진짜 목적에 대한 빌드업을 일으킴



로렌스가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던 호로에게는,

로렌스가 가게를 차린다는 꿈을 이룸과 동시에, 새 시대를 연 데바우 상회처럼 한명의 상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는 로렌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거지

그리고 로렌스가 가게에 대한 꿈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호로렌스는 이별이 아닌 서로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됬음


이 빌드업을 쌓으면서 호로렌스의 바람, 즉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가게를 갖는다" 라는 새로운 목표와 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임


그 빌드업의 시작 지점은 로렌스가 가게를 보고 정신이 팔린 바로 그 장면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분 전환, 호로렌스 두 사람 모두의 바람, 관점의 변화, 빌드업 및 떡밥의 회수가 15권 이야기의 핵심임


정말 읽으면 읽을 수록 느끼지만, 작가가 작품의 테마와 연속성을 너무 잘 살리고, 설정 활용을 너무 잘함

그 이야기를 경제라는 틀로 풀어내는 솜씨도 탁월하지만, 정말 구성을 너무 잘함



그리고 그 빌드업의 전말은 이러함


데바우 상회는 광산 근처에 자리 잡은 신생 마을에 자유와 새출발이라는 미끼로 직인을 모아 마을을 부흥시키고,

그 직인들이 만들어내는 유통 마진 없는 자생 물품의 가격 경쟁력을 통해 트레니 은화의 수입을 유도했으며,

트레니 은화의 유통량을 늘리면서 난잡했던 레스코의 화폐 제도를 트레니 은화 하나로 통일하였음


그 과정에서 데바우 상회가 자기들 광산으로 벌어들인 금화로 시세를 떨어뜨려,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을 통해 다시 은화를 수출시켰음


마을 안팎으로 은화가 흘러넘칠 수록, 레스코를 포함한 북부지역의 트레니 은화 권력 규모는 넓어지겠지 


이건 모두 마을의 장벽이 없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인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되는 은화보다 수출되는 은화가 많아질테고, 은화 권력의 확대를 지속하기 위해 은화를 들여올 운반책이 필요했음

이들이 용병이었고, 그 용병들을 고용하고 마을에 주둔 시켜 장벽 없는 마을과 북부지역의 파놉티콘을 형성함


이 파놉티콘 덕분에 마을은 활발히 부흥하며, 공격을 받지도 않고, 북부지역의 제후들의 투자까지 유도할 수 있었음


이 모든 과정이 선순환 루프로 돌아가 더 많은 은화가 흐르고 넘치면서 데바우 상회가 노리는 권력의 규모는 점점 더 넓어져 갔지


그리고 그 순환의 한계 시점에서 순도 높은 신규 은화 발행을 선언하고

제후들의 허가를 받아 트레니 은화를 신규 은화로 교체해 권력을 대체하기 까지에 이르렀음


이게 맞나?



아무튼 이렇게 모든 상황을 미리 설정하고 조각을 짜맞춰 상인 로렌스의 꿈과 긍지를 드높이는 카타르시스가 아주 죽여줬음


이런 경제 설정도 1,2권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카타르시스였지만,

떫은 줄만 알았던 호로렌스의 감정도 참 안정적으로 달달해서 좋았음


이전까지는 작가가 대사를 감질나게 쓰기도 했지만, 호로가 로렌스와의 미래를 그리는 모습 자체를 잘 보여주지는 않아서 답답했거든?

아마 4권, 6권 정도를 빼면 호로가 늘 이별을 염두한 채 행동해서 그랬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호로가 로렌스를 배려하는 것을 너머서 호로 스스로 로렌스와 함께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는 게 잘 느껴짐

로렌스도 그걸 알고 둘이 꽁냥대는데 이게 설레는 달달함이라기 보다 편안한 달달함으로 느껴져서 좋더라


마냥 한쪽이 내 편 들어주고 나한테 맞춰주는 존재로 옆에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두 사람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관계처럼 느껴진달까?


너무 좋다.. 나까지 기분 조아짐..


마지막엔 "그 토끼" 나오면서 끝나는데, 코믹스 먼저 안봤으면 좆같았을 거 같다 ㅋㅋㅋ

15권 정발 당시에 읽은 애들은 이거 어케 참음? ㅋㅋㅋㅋㅋ



바로 16권, 17권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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