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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내 친구 선남이와 생일파티 이야기.

김팔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28 21:39:56
조회 324 추천 9 댓글 4
														

글 제목에 '내 친구 선남이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사실 나는 선남이라는 친구에 대한 기억이 아주 많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릴때..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니까.


선남이는 내가 서울 성북구 정릉에 있던 숭덕국민학교에 다닐때 내 바로 뒤에 앉았던 친구였다.

항상 아저씨들이 입는 잠바 (?) 같은걸 입고 있었고,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친구였던 것 같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부처님???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당시에 선남이가 자기 짝꿍인 여자애한테 굉장히 짖굳은 장난도 많이 했었는데,

그 말괄량이 여자아이 역시 선남이가 장난을 치면

그냥 꺅! 소리를 지른 다음 아무말 없이 헤헤 거리며 다 넘어갈 정도였다.


(선남이와 그 여자아이의 얼굴 모두가 다 기억이 나지만 여자애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1. 컬러 만화 세계 위인전


선남이는 당시 성북구 정릉1동 건너편 위쪽의 어떤 곳에 살았었는데,

당시만해도 한옥식풍의 집들이 많았고 선남이의 집도 약간 한옥풍의 집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곳에 가보면 한옥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때 선남이네 집에 여러번 놀러 갔었는데

선남이네 집에서 가장 놀라운건 컬러 만화 세계 위인전 전집이었다.


그냥 위인전도 아니고 만화.. 그것도 총천연색 컬러 세계 위인전이라니...


당시의 우리집에는 위인전이라는건 없었고,

아마도 2~3년후에 나도 위인전 전집을 가졌던 것 같다.

(내가 가지게 된 건 만화는 아니고 그냥 소설풍 위인전 전집.)


어린 나이였지만 책을 좋아해서 컬러 만화 세계 위인전 전집은

정말 엄청난 보물 같았고 선남이네 집에 놀러갈때마다 그걸 읽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마르코폴로'편.


유럽인 마르코폴로가 동양으로 건너와서 여러 활약들을

펼치는 이야기들이 어린 나에게는 정말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2. 생일 파티


어쨌든 선남이와 친하게 지내던 와중 내 생일이 돌아 왔는데..

그때 생일이랍시고 여차저차해서 선남이를 우리집에 초대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

국민학교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의 생일파티였던 것 같다.


집안 형편은 어려웠고 딱히 사치스러운 무언가를

요구 (?)하는것 자체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더 사치스러운 요구자체를 생각조차 못했다는게 더 정확할 듯?)


그때 우리집에서는 내 생일이고 친구를 초대한다고 하니,

얼떨결에 오뚜기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던 것 같다.


케이크도 없고 맜있는 과자들도 없이 그냥 달랑 김치에 카레밥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선남이는 생일 초대를 받아 선물을 준비해왔는데 붕어밥이었다.


그때 우리집에서는 수족관이나 어항도 아니고 어떤 대접 (?) 같은곳에

붕어 몇마리를 키우고 있었고 그걸 알고있던 선남이가 붕어밥을 가지고 온것이었다.


근데 그 붕어밥이라는 것도 크기는 담배갑보다 더 작았고,

어디서 새로 사온것도 아니고, 이미 뜯어서

선남이네 집에서 사용하고 있던.. 어찌보면 참 보잘것 없는 중고품이었다. 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였으니 가능했던 그런 생일파티였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서로간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이런저런 체면을 따지다보면..


생일이랍시고 초대를 했는데 김치쪼가리에 카레밥을 내온 것에

초대받은 사람은 기분이 나쁠수도 있고,


생일의 주인공 역시 이미 사용하던 붕어밥을

선물이라며 가져온 친구의 행동에 언짢을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의 나와 선남이 사이에는 그런 계산이나 이해득실적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정말 순수하게 친한 친구를 초대 (?)한 것이었고,

우리집은 우리 형편에 맞게 카레라이스를 준비한 것이었고,

친구 역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물을 가지고 온 것이었으니까.


나와 우리집, 선남이 모두가 전혀 이상할것이 없었고,

그 누구도 기분 나쁠 여지가 없는 그런 생일파티였다.


그래서 선남이와 나는 그렇게 맛있게

카레라이스를 먹은다음 다시 나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어느날 선남이가 재채기를 쎄게 했는데 콧물이 너무 길게 나와서

입술까지 뒤덮어 선남이 짝궁 여자아이와 내가 미친듯이 웃던

기억들도 있지만.. 이런 정도가 기억의 전부인 것 같다.


사실 '선남이'라는 이름은 그 친구의 본명이 아니다.


선남이의 진짜 이름은 선X이였지만 요즘은 개인정보라는것이

중요하고 민감하기에 친구의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글을 썼다.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그 대세를 따라가는것이 아무래도 맞겠지?


이제와서 선남이와 내가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아마 서로 못알아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혹시라도 선남이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리고 카레라이스와 붕어밥의 일들을 기억한다면..


틀림없이 내가 누군지 알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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