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처음 봤을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그저 한개의 안구를 통해서 보았음에도 잊지 못할 여자였다.
1초만 같이 있어도 느껴질 만한 차갑고 냉엄한 성격 때문이나,
마치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으로 그녀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형의 압력을 주기 때문은 아니다.
결코 아무도 그녀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광채를 보거나 들어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심지어 그녀의 매와 같은 예리한 눈동자 안에서 가끔 빛나는 맑고 투명한 영혼 때문이 아니다.
이 때문이 아니다.
차라리 그 밤색의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얼굴이때문이라고 말하겠다.
차라리 그 강철같은 여자가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어서라고 말하겠다.
차라리 몸에 딱 맞는 네이비 색의 제복을 입은 그녀의 순백색의 속옷 아래 숨겨진 것이 같은 순백색의 부드럽고 섬세한 피부일지 아닐지 궁금해서라고 말하겠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겠다. 그녀를 만난 순간.....
나는 그녀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설령 인류가 아는 모든 문자를 빌리더라도 이미 영혼의 심연에 자연히 새겨진 기억을 어떻게 묘사해야할지 모른다.
"그녀는 정말로 예뻤지."
당시의 소년은 그렇게 감격하고 있었다.
또한 그것은 현재의 내가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는 한 문장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나 또한 그저 그렇게 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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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 월요일
이른 아침
검은 구름, 안개낌
날씨가 험악하다. 두꺼운 구름층이 햇빛을 가린다. 당장 폭우가 몰아쳐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라는 불운한 공수병에게, 이 때의 날씨는 오히려 그에게 가장 무관심한 것이 되었다.
굳이 왜냐고 물어본다면, 이미 그는 대오에서 낙오한 지 하루가 지났기 때문이다.
운송기가 격추되어 낙하산을 펼쳤지만 예정된 낙하지역을 일탈하여, 전파 채널이 끊기고, 전기는 다 소모해버렸다. 장비란 장비는 모두 낙하 중에 잃어버려 종적을 알수가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말 재수가 없었다.
지도를 펼쳐 살펴보니 그가 현재 있는 위치는 적 점령 지역에서 북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설상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그 하루에 겪었던 일들을 소설로 쓴다면 독자는 "이놈 정말 지루하고 쓸데없는 소리만 하네" 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쓰레기 3류 소설이 되어 폐지더미 속에 버려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비정하다.
원래는 아무도 없는 방어선에 그저 적의 중장비만이 묻어져있어야 했는데, 저번주의 정보에 의하면 "유효한 방어선을 구축할수 없다"던 적은 오히려 몇 시간 만에 목표한 고속도로를 봉쇄하였고, 주요 철교를 폭파하고 참호를 파는 데 성공했다.
적진에 잘못 들어오고 나서야 연락부대로 가는 길목이란 길목은 전부 막혀있는걸 알아냈고, 그는 사실은 이건 저질 조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는 땅거미가 질 무렵 적진 더욱 깊은 곳으로 전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영공군 강하구역을 향하여 전진한다.
"오늘만 안녕하네요, 저 영국놈이 차를 더 많이 마시길 바래요."
그는 자신만 즐길 수 있는 농담을 해본다. 이 재수없는 공수병은 그 다리를 밟으며 머나먼 길을 간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야 했다.
전장에서 피고 지고, 전장과 함께하는 군인의 이야기는,
한낱 영웅담일 뿐이다.
그러나 포화와 봉쇄를 통과하던 중, 적의 포화를 피해 영국군 진지 경계의 성당 고탑에서 숨어 있을 때, 이 젊은 미국 병사는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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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말입니까? 에.... 굳이 평가한다면요."
"어때?"
"색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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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 월요일
황혼
그것은 어떠한 로맨틱한 만남이 아니었다. 이 점은 어찌됐든 확신할 수 있다.
파괴된 성당 외벽, 공기중에는 전화(戰火)만이 자욱하다. 또한 벽 밖의 적은 모두 알수없는 포효만 내지르고 있었고, 이 모든것은 정지된 TV 화면처럼 이 젊은 장교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당연히 이것은 과도한 운동이나 전장의 압력이 아드레날린을 상승시켰다거나 하는 재미없는 생리반응이 아니다.
이것은 그의 첫 출전(出戰)인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빌어먹을 황혼에, 대 장갑 화력에 의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방 안에 한 군인이 마치 처음 출전한 햇병아리 마냥 멍청히 서 있었다.
그 소녀
그 군인
그 인형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여자가 그 폐허에서 어린아이 마냥 울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인형과 만난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이 인류보다 뛰어난 전쟁기계를 본 것도 아니었다.
그가 다루던 "장비" 같아서, 나름대로 군대 생활에 충실한 '무기'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처음 본 인형의 눈물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녀는 마치 "사람"처럼 울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시체는 분명 그녀의 지휘관이였을 것이며,
신뢰할 만한 상사였거나, 또는 동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그것은 그저 하나의 시체에 불과했다. 그 몸에는 어떤 뚜렷한 상처 하나 없었다. 암홍색의 흔적이 옷에 스며든 것으로 보아 미세한 탄편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을 것이다.
그 여자의 눈물이 또 그의 제복 위로 떨어졌다.
반복하지만,
사람들이 혐오할 만한, 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전쟁은 대게 이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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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괜찮나요. 엘리트인 당신께 비서의 일을 맡겨도..."
"괜찮아요. 저를 특별하게 대하지 말아주세요."
"어디까지나 만사 귀찮아하는 지휘관일 뿐인데.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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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월요일
황혼
그는 그 순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몰랐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적기의 총성이 들렸을 때 그가 다시 반응했다는 것이다.
한 명의 군인으로써의 습관이 그에게 빌어먹을 중화기가 그들 특유의 밀집된 소음을 내기 시작하고, 보병이 곧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변변한 화력조차 없는 공수병들은 더 말할것도 없다.
그는 지금까지 병영에서 무수히 훈련하며 길러진 습관에게 감사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가 군인으로서 반복된 훈련과 무수한 전쟁 경험에 의해 순간적으로 한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익숙하지 않은 소총이 공명하고, 옆에서는 기관총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신차려요, 인형! 이미 죽은 사람에게 매달리지 말고, 적을 죽이러 갑시다!"
교관에게 질책받으며 듣던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등 뒤에서 흐느끼던 소리가 멈추고, 의아하다는 기색이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수중의 총이 공명하자 그녀가 드디어 말했다.
"지시를"
방금까지 흘린 눈물 때문인가, 잠긴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300야드 거리 모퉁이에 있는 적들을 섬멸하십시오."
"예"
전투는 심야까지 지속되었다. 그때 그는 이미 아군 부대의 상황을 파악했다.
이 인원이 줄은 듯한 영국군의 공수 부대 역시 마찬가지로 북쪽 관문을 통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그들이 속한 여단은 대교 남쪽의 작은 마을들을 수비해야 하며, 그날 저녁에 도착한 육군 부대와 함께 다리를 건너야 했었다.
그러나 적군의 신속한 반응과 정보에 있어서 출현해서는 안될 이곳의 장갑 화력은 적진의 포위망을 뚫으려던 부대의 계획을 수정하게 만들어 마을의 수비를 더 곤란하게 했다. 그리고 나는 인원이 부족한 분대에 자연스레 빠르게 투입되었다.
그러나 자질구레한 총성들이 마침내 밤의 장막에 의해 삼켜지고, 그는 마침내 그녀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초라한 만남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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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당신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리-엔필드, 혹은 리라고 불러도 좋아요. 존칭은 필요없어요."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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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목요일
이른아침
구름 많음
밤 내내 전투가 지속되었다. 적군의 공세는 점점 강해지고, 북쪽의 진지로 합류하려던 여러번의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의 부대가 궁지에 몰린 것은 대교의 북측에서 온 영국 공군 공수부대 1여단 제 2부대가 섬멸되기 전 마지막으로 전보를 보내고 나서다.
한명의 엘리트 장교인 그와 부대의 지휘관은 알고 있었다. 영국군과 사단 사령부를 합류시키기 전투를 계속해야 함을 ㅡ 적군은 분명 사정없이 몰아부칠 것이며, 그때 이리저리 흩어진 영국군을 하나하나씩 합류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적군의 퍼스트 타겟이 바로 이곳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철수합시다"
그러나 그는 부대 지휘부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맹 관계에 있는 영국 장교들은 그가 절대로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에잇...."
지휘부 구석에 앉아있던 리-엔필드는 갑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무서운 침묵만이 방 안을 뒤덮었다. 오직 그만이 방안의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 정보에 의하면 남쪽의 적은 북측보다 적습니다. 지금이라도 포위망을 뚫고 82 공수사단과 합류할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까지 고집할 셈인가! 굳이 그렇게 해서, 물려 죽어 봐야 그제서야 이해할 건가? 자네 군의 미30사단은 오지도 않았네! 이젠 오도가도 못하고 여기서 죽어야 해! 씨발!"
그 장군은 그 빌어먹을 전보를 탁자에 내리쳤다.
"이해 못하겠으면 몇번이고 계속 보게. 이 빌어먹을 전보를 한글자 한글자 다시 읽어보란 말일세! 자네는 그들이 무엇을 위해 이 정도까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도 그의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명예와 기개는 이런 결말 앞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총을 들고 일어섰다.
"나는 먼저 돌아가겠어. 좀 있다 보자, 리"
지휘부 내에는 여전히 엿같은 침묵이 흘렀다. 리는 이때 심지어 적들의 총소리마저 이보다 더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리, 너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에 누군가가 이 침묵을 깨었다.
"......그는 겁쟁이가 아닙니다."
그녀는 대답했다.
"그런가....."
"무선통신기를 가져오도록...."
======================전보 내용===========================
9월 21일
이른 아침
아나무 야스츠네 대교
영국 공수 제1여단 제2진영
"탄약이 다 떨어졌습니다, 국왕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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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금요일
구름 많음
포위망 돌파를 준비하는 부대가 오스트베크 마을에서 재집결했을때, 런던에서 출발 할 때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단지 3천 여 명만이 남았다.
그 자신이 속한 진영의 상황은 비교적 좋아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고, 가장 어려운 방어 구역을 책임지는 것도 당연했다.
"리! 탄약은?"
단지 며칠간의 전투로 두사람간의 묵약이 생겼다. 탄띠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다.
"9개중 6개입니다."
"되돌아 가자."
"예"
이것은 당연히 희생을 의미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선혈을 흘려야 함을 의미한다.
"씨발! 나루터 고지에 있는게 어떤 부대냐! 다 뒈져버릴꺼다!"
"엎드려! 포격이다!"
그러나 이런 지옥에서 있으면 기댈 수 있는 전우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중요하고 사치스러운 원망이다.
"병사들 좀 시켜서 포를 뒤뜰에 옮기도록 해줘. 그리고 적군의 장갑이 아직 길목에 있으니 내 신호가 없는 이상 머리를 내밀지 말도록. 폭약하고 연막탄좀 나한테 줘"
"잠깐, 당신은 어떻게 할껍니까!?"
"곧 다음 폭격이 시작될 거야. 길을 뚫지 않으면, 고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을꺼다. 당신의 엄호가 필요해, 할수있겠어?"
"..... 가능합니다."
"그럼 간다."
"..... 넵!"
"도와줘! 도와달라고! 붕대! 붕대는 어딨지? .... 의무병! 의무병!"
"..... 됐습니다. 시끄러워 죽겠네. 나 아직 안죽구요... 적군은...."
"물리쳤다. 오늘 밤엔 다시 올 수 없을거다."
"응.... 나 부목 대는 거좀 도와주고, 모르핀을 줘. 반만큼만. 내일 아침까지 기절해 있긴 싫어"
"OK!"
최종적으로 그가 속한 부대와 82사단의 선봉대가 합류한 것은 25일만이었다.
원래 2일만에 끝날 작전이 26일간 지속된 것이다.
그리고 영국군 제 1공수사단 10600명 중 오직 2398명만이 철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렇게 엄중한 대가를 치렀기에, 그날 밤 동맹군이 "적의 역공을 막아낸다"는 명목하에 공군이 대교를 폭파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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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에 다 왔습니다. 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오늘부로 지휘부는 당신을 맡게 되었습니다, 리-엔필드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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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5일 일요일
그것은 연합군의 병원으로부터 돌아온 첫날이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뜻밖의 방문객이었다.
101 공수사단 막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늘 엄숙한 표정의 영국군 장교였다.
"그녀는 자네가 데려가게"
그는 그렇게 말했다.
뜻밖의 선물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 깔끔하고 세련된 인형이 정숙하게 막사의 구석에 서 있었다. 지난날과 다름없이, 엄숙하고 냉엄하게.

".....괜찮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그 인형은 어떠한 실력이 있다. 이 무기의 가치는 어떠할지는 더욱 분명하다.
"그녀는, 자네가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그때 매우 엄숙하고 냉철한 스코틀랜드 군인이 왜 기진맥진한 고참처럼 느껴졌는지 몰랐다.
"그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지휘관과 함께 전투를 계속할 것을 희망하고 있네."
나 또한 그들이 얘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바로 리의 전 지휘관이다. 그는 나조차도 한번쯤은 들어본 우수한 군인이며 동시에 뛰어난 저격수였다. 또 같이 공동 작전을 펼친 동료들이 신임하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자라고 했다.
같은 이유로 이해할수 있었다. 그를 직접 보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군인이며, 하나의 인형이자, 군인이자, 자신의 무기인 리가 어떻게 그를 이정도로 존경하는지를.
"이후 그녀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잘 보살펴 주게."
그는 몸을 일으켜 떠나려다 입구에 멈춰섰다.
"정말 미안하네, 이런 식으로밖에 자네에게 감사할 수 없다는게... 우리 부대를 위해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네..."
"당신들과 함께하게 되서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지휘관님"
한명의 병사로서의 습관이었을 것이며, 같은 군인으로서 동병상련을 느껴서였을 것이다. 그는 쓸쓸한 기색이 어린 노인의 말에 군인의 예로써 정중히 대답했다.
".......자네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우리는 정말 영광스럽다네."
이는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군인된 예우이다.
군인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답이라는 것이다.
막사에 커튼이 드리워지고, 방안에는 두 사람의 침묵만이 남았다.
"넌 어떻게 생각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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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당신과 함께하게 된 리-엔필드 No.4 Mk.I 가 마스터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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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조금도 주저함 없이.
눈매에는 의지와 결단력, 정의를 위해 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나아갈 결연함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는 그 스스로의 마음을 간파하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에 대해 비할 바 없이 분노하고 있던 것 같았다.
사실은 자신도 알고있다.
절대로 표출해서는 안되는 그의 마음이다.
또한 그녀가 알아선 안되는 것이다.
더러운 소유욕이라는 것이다.
"오늘부터 넌 내 손이며, 눈이며, 내 무기의 탄약이 되어줘. 그리고 내 모든 명령에 복종하며 끝까지 같이 싸워줘. 또 네게 가장 가혹하고 가장 어려운 임무를 주더라도, 필히 극복하고 베스트 컨디션으로 임무를 완수해주길 바란다. 문제 없겠지, 리-엔필드!"
"없습니다! 지휘관."
그 부당한 마음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집어넣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몰래 이 인형을 오직 그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좋았어. 101 공수사단에 온 걸 환영한다. 리!"
"예!"
그러나, 이후 몇달간 이어진 싸움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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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4일-크리스마스 이브
슈바르츠발트-바스톤
대설
10여분간 힘들게 포복전진한 끝에 그는 마침내 그의 참호에 도착했다.
"리, 탄약. 숲속의 상황은 어때."
"이미 전부 눈으로 뒤덮여서, 현재까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군 상황은?"
"기관총 두 정, 박격포는 후열로 옮겨놨습니다. 적군은 어떻습니까?"
"그들 전초는 이미 철수했다. 이쪽으로 반드시 올꺼야."
"알겠습니다."
회색의 길리슈트 아래에는 리의 냉정한 두 눈이 적군을 지켜보고 있다.
이 계산할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 이러한 숲속의 평온함은 보기보다도 훨씬 무섭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또한 그에게 곁의 이 인형이 매우 신뢰할 만한 인형임을 알려준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오래전에 이 숲의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101사단은 이 숲을 지킨지 2주가 지났고, 이 재수없는 공수병은 또다시 포위되게 되었다.
명령이 2주 전 갑자기 하달되었다. 적군은 3개 집단군 20개 기계화사단을 동원하여 모든 방어선을 기습했고, 동맹군의 방어선은 지리멸렬되었다.
아군의 제1집단군은 이미 더 이상의 사망자를 감당할 수 없어 고속도로에서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속도로의 방어선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부대는 갑작스럽게 명령을 수행중인 그의 부대가 유일했다.
"당신의 탄약을 내게 주십시오"
그녀가 퇴각중이던 패잔병에게 한 첫 대화다.
그 장갑병은 한 무리의 미치광이들과 같은 표정으로 그들 공수병들에게 말했다.
"그놈들의 장갑은 재빠르게 퇴각로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당신들도 포위될 수 있어요."
"우리는 공수병입니다. 포위되는 게 우리의 일상이죠."
그 미치광이 공수병들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 이후, 보급과 탄약, 식량과 겨울옷의 추가 보급 없이 그저 이 숲의 참호 안에서 묵묵히 은닉하고 있었다.
마치 지옥과도 같은 2주였다. 예정되있던 공중투하 보급 역시 이 빌어먹을 날씨 때문에 불가능하였다.
가끔 당신은 이 빌어먹을 병참장교의 실책 때문에 죽는 사람이 적군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 보다 더 많을거라 생각할것이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렇게 죽는 사람이 사기에 심각한 타격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신이 잘못을 범하고 싶지 않다면, 적보다 더 똑똑해져야 할 것이다. 설령 당신이 쓰러지더라도 당신의 형제들이 당신을 대신해 복수의 칼날을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이러한
추위, 기아, 참호족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 방법도 없고, 당신은 그저 이 엿같은 참호 속에서 기다리기만 해야한다.
"조이는?"
양 진의 참호가 유난히 조용한 바람에, 평소에 떠들던 놈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포격 속에서 뒈졌어. 더 빨리 달렸으면 살았을 것을."
"크리스는?"
"다친 조이를 참호 속으로 데리고 올려다가, 두번째 포격때 그만...."
"......"
참호 속의 사람은 점점 줄어갔다. 장교, 부사관, 노병, 신병 할 것 없이. 전쟁 앞에서는 누구나가 평등하다.
그런 전쟁 속에서 같이한 전우들의 음성을 내일이면 아마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 발의 유도탄에 의해 죽어버릴 것이며, 참호 속에 떨어진 포탄에 의해 죽어버릴 것이며, 혹은 지뢰를 밟아 죽을 것이다.
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얼어죽거나, 엿같은 숲에서 길을 잃어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적진에 들어가 벌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가능성이 큰 것은, 극복할 방법도 없고 방어할 방법도 없다 - 이 강철로 만든 군인이 결국에 스스로 붕괴해버릴 것이라는 것이다.
"씨발! 여기서 뭐하고 있나! 이등병!"
그 신병은 결국 전쟁에 의해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리, 붕대를 가져오도록! 대체 뭘 생각한거야! 니 손가락이 강철로 된 줄 알았나!"
이 망할 신병은 자기 두 손으로 참호를 새로 파내려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아버지가 왜 "비상(砒霜)같이 두려워하라"고 말했는지 진정으로 이해했다.
그것은 무색무취의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가끔 나는 네가 참호 안에 같이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제가 인형이기 때문입니까?"
"아... 아니거든."
그는 어떻게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었는지 아직도 스스로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상처를 보고, 그들의 시체를 묻는다. 모든 참호의 모든 전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상태를 묻고, 그들의 벙커를 검사한다. 그들에게 아무 문제 없음을 알리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들에게 견디고 견뎌서, 같이 적이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자고 한다.
"왔나?"
"산 정상에, 한 개 중대, 장갑차, 탱크."
"알겠어, 해치워버려. 리"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그리고 곧 그들을 몰살시켰다.
"지휘관님, 저는 당신과 작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막 공격해온 적들을 참호를 넘지 못하게 밟아버린다. 그녀가 방금 격파한 적들의 잔해를 살펴본다.
그는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의 인형의 등을 본다. 마침 각도가 딱 맞아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그녀가 진정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뭘까?
그러나 그 전장에 선 순간,
그는 침묵을 택했다.
아마 그도 그녀가 자신의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돌아가야겠어. 너무 깊이 들어왔다. 적들이 곧 포격을 퍼부울 거다."
"예, 지휘관."
그녀는 의연히 노련한 미소를 띄며 몸을 둘렸다.
포탄이 퍼부어졌고, 온 하늘이 떨리는 듯 했다.
숲은 불꽃처럼 타올랐고, 침엽수림의 교목들이 하나하나 포화속에서 폭발했다. 하늘에는 먼지, 나무톱밥, 눈, 연기들이 자욱했다. 어렸을 적 국경절에 터뜨렸던 폭죽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이미 봤던 것보다도 더 아름다운 불꽃놀이였다. 적은 포탄을 계속 쏟아붇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그 참호 속에서, 계속 웃고만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리"
"왜 그러십니까? 지휘관님."
"레몬빙수, 어때?"
".... 지휘관님, 지금이 영하 몇도인지 아십니까?"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그래요..."
"메리 크리스마스, 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지휘관님."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고, 포위는 계속되고 있었으며, 적의 포화는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 돌아갈 수 있다. 승리할 수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나는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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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게 물었다. 그리폰 작전구역의 그 문제의 지휘관은 어떤 사람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소문 그대로의 사람이라고 했다.
바람기, 호색한, 술담배쟁이. 기율 헤이, 외모에 전혀 신경 안씀.
자료는 제시간에 제출한적 단 한번도 없음, 매일 저녁에 지휘실 안에서 잠이나 잠.
리 조차도 이런 사람이 어떻게 지휘관이 됐는지 모른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정말로 그 대전 중에서 활약한 그 엘리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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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목요일
보이스
맑음
그것은 순수한 사고였다.
지금까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것이 행운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그 박격포탄의 신관이 1초만 늦었더라면.
1초만 늦었더라면, 그녀는 앞장서는 그를 끌어당겨,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1초 때문에, 그 포탄이 불발탄이라 느낀 순간에 터져버렸겠지.
적군 보병의 기척이 느껴져 깨어났으나, 그는 그저 우리를 두 구의 시체나 어떤 이상한 물건으로 여겼는지 우리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불쌍한 애송이는 다음 순간 그의 권총에 머리가 박살났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얼마나 멍청한 행동이었는지 곧 깨달았다.
총성이 더 많은 적의 주의를 이끌었고, 그의 권총에는 단 몇발의 총알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총은 어떻게 됐냐고? 그 폭발 속에서 하나의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몇 발의 총알로 상황을 해결하려던 그를, 그녀가 또다시 구했다.
그녀의 총성이 등 뒤에서 울려퍼졌고, 삽으로 그의 목을 찔러 죽이려던 그 자식을 골로 보내버렸다.
"인형도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는지 몰랐는데"
"당신을 실망시켜서 정말 죄송...."
그녀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다시 쓰러졌다.

그는 곧 그녀의 등 뒤에 끔찍한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와 같이, 그는 총소리에 깨어났다.
이곳은 그가 쓰러졌을때의 방이 아니다. 리라면 금새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몸 위에 쌓인 먼지와 기름때가 분명 누군가 여기로 데리고 온 것임을 알렸다.
"아직 살아있어? 총을 가져와, 리. 적이 아직 오고 있어."
왠지 모르게 그는 그 파괴된 성당을 떠올렸다.
그 두사람을 만났던 곳 말이다.
"리? 대답해, 리!"
"네... 지휘관님. 여기 있습니다."
분명 인형은 꿈을 꿀 수 없다.
"아직 움직일 수 있겠어?"
그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폭발로 인해 코어 시스템이 손상되었고, 기본 작전 수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 시스템은 이미 폐쇄되었다고 한다.
"음, 그럼 여기서 대기하도록."
그렇게 말하는 그의 결심에 그녀를 버리겠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나 자신은 그를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다.
비록 지금의 지휘관과 전에 모시던 지휘관은 양극단의 사람이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절대 침착한 사람이 아니다. 이미 모든 참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분노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엄격 근엄하거나 온화하고 선량한 장교도 아니었다. 그는 매번 적의 포화를 보면 놀란 신병마냥 참호에 뛰어들어갔다.
그는 심지어 신사다운 매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를 보면 항상 꾀죄죄한 옷차림과 까칠한 얼굴로 적당히 문제를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다들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는 분명 거슬리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싫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분노는 실은 다른 병사들에게 가장 좋은 보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 경솔해 보이는 용감함은 사실 무수한 단련을 통해 만들어진 과감함이다.
심지어 그 덥수룩한 얼굴은 사령부의 참모라기 보다는 그저 참호의 병사로 보이게 한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들이 참호 속의 사람들에게 흠모와 충성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그러한 착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하나의 무기가 아닌 것이다.
"문제 없습니다, 지휘관님. 엄호하게 해 주십시오."
"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게 코어를 컨트롤 할 권한을 주십시오. 자폭 시퀀스는 충분히 적의 추격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그의 무기일 뿐이다.
나는 그의 손이며, 눈이며, 방아쇠이며 탄약일 뿐이다.
나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나는 그저 그의 무기일 뿐이다.
"......웃기지 마."
"문제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무기일 뿐인걸요."
나의 사명은 그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나의 바람은 그를 위해 죽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만 그의 무기가 될 자격이 있다..... 군인으로서의 영광이다.
이런 소원조차도 나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것일지 모른다.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 닥쳐"
"에!"
그것은 그의 분노와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도 그런 분노의 음성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남자의 손은 그렇게 넓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수염은 그토록 거칠고
숨결은 그토록 무겁고
그리고.....
키스는 그토록 난폭하다는 것을

"이제 알겠냐.....날 살아 나갈수 있게 해라. 명령이다"
"....... 알겠습니다."
이때 나는 내 감정을 숨기는 주문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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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사람이 정말 싫다.
그 저질 두루마리 담배가 타면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싫고, 어질러진 탁자가 싫고, 담배 꽁초로 가득 채워진 재떨이가 싫고, 술병으로 가득 채워진 그 쓰레기통이 싫다.
나는 이런 그가 정말 싫다. 그 거친 수염이, 그 부스스한 머리가, 반복해서 빨아도 잘 씻기지 않는 그 더러운 국방색 셔츠가 그를 떠올리게 해도 말이다.
그렇다. 나는 그 사람이 싫다.
그 오만방자한 말투가, 어떤 것도 관심없다는 듯한 그 무신경함이, 그 경박한 조크와 그 불성실한 걸음걸이와 손가락이.
이런 사람을 안 싫어할 수가 있겠어.
그 인간은 얼굴에 그저 가식의 망가진 미소를 띄우고 있는 자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눈 앞의 저 사람이 다시는 어떤 사람의 외로운 영혼에도 속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로 싫은 것이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살피고 질투하는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안다.
그렇다. 나는 그 사람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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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5일 금요일
파리
이후 몇 차례 적을 공격하고 수비하고를 반복하였다. 그는 어떻게 철수했는지 그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한다.
핵심의 손상이 기억모듈의 기록능력을 상실시켰기에 나 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의 나에게는 별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암담한 조명과 연구원이 기계를 조작하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확실합니까."
"네,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초기화 해버리면 결과는 분명할 텐데요."
작업대 앞의 수석 기술장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녀는 나에게 몇번이고 몇번이고 묻는다.
"한 명의 군인으로서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이 내 소원입니다."
그 폭발이 일으킨 손상은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나로 하여금 이런 선택을 하게 해 줘서 당신에게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렇다. 나에게 있어 후회따윈 전혀 없다.
그의 인형이 되어 그와 같이 싸우고,
그 감정,
그를 위해 파편을 막았던 순간,
그때의 키스....
그런 것들을 다 잊더라도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라도 나의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에게 있어서 그는..."
"괜찮아요. 지휘관은 민간용 인형은 필요 없을 거에요. 그런 저는 더 이상 지휘관의 곁에 있을 수 없어요."
그녀는 내게 선택권을 주었다. 손상된 코어를 제거하고 보통의 인형이 될 것인가, 기억을 잊고 새로운 리-엔필드가 될 것인가.
"저는 그 사람의 무기에요. 그 사람의 곁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면.... 이런 감정은 아무런 쓸모가 없겠죠."
"그래도 미래의 당신은 후회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저라면, 반드시 다시 그 사람을 사랑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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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점 없는 오후였다.
이렇게 푸른 하늘이라니, 믿을 수 없다.
그저 푸른 잔디밭에서 자고 싶어진다.
이 푸른 하늘을 지휘부 천장을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럴 것이다.
그것은 철혈이 남긴 선물이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2시, 지휘부의 중심을 향한 중화기 공격과 함께, 수많은 적들이 갑자기 공격해 왔다.
그것은 그리폰을 타겟으로 한 사전 모의된 대규모 기습이었고, 목표는 전선에서 비밀의회를 진행하고 있는 크루거 선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비밀의회장에서 가까운 이 지휘부가 철혈의 중점 타겟이 되었다.
그러나 기습의 규모에 비해서 손실이 미약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또 땡땡이 치고 있습니까.... 진짜..."
손실이 적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무실 안의 이 게을러 보이는 지휘관 덕분이다.
두 개의 감염된 작전 구역을 거쳐서도 아직 군복을 갈아입지 않고 얼굴에 아무렇게나 책을 덮고 소파에 누워있는 지휘관이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밤하늘에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구별하지도 못했는데, 지휘관은 포탄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지휘부의 경보를 울렸다고 한다.
나는 전에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인류가 진정으로 총을 손에 쥐고 일선에 서서 전투를 이끌었는지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설령 그렇다 할 지라도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는 훌륭한 군인이다.
정확하고 냉정한 지휘,
혼란한 중에도 의연하고 명확한 명령.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명령을 내릴 때는 과감함과 용기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총을 손에 쥐고 내게 명령하는 지휘관과 귀찮다는 듯 산만하게 서명하고 있는 저 사람은 마치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두 사람 같다.
도대체 어느 것이 본 모습일까?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그가 지휘관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원인이다.
"진짜로, 평소의 반만큼만... 아니지, 1/4만큼만 일할 수 있다면, 이렇게 피곤하진 않을꺼야."
지휘관은 3일동안의 전투 끝에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회복실에 누워있어서, 원성이 끓이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든 걸까.
과거의 그 대전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가 몇 개의 지옥을 거쳤고, 그 대전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는 자신을 조금의 의심의 여지도 없이 한명의 군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단순한 믿음이 겨우 전쟁에 의해 무너질 리는 없다.
"여전히 멋지시네요."
그에게 내 상의를 가볍게 걸쳐주며 말했다.
이유는 없다. 단지 그렇게 하고싶어서 였을 뿐이다.
눈을 가리고 있는 책을 펼쳐 얼굴에 덮고 있는 그는 여전히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정말 수염만 깎는다면 좋아해버릴지도."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그 허식적인 얼굴과 망가진 미소를 띄는 이유는,
내 자신에게서 시선을 피해버리고, 내게 붙잡혔을 때 가끔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이것은 자칭 베테랑이란 작자가 정작 타인의 마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과 같다.
그 멋대로의 여유도 사실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진심을 숨기고 있는 하나의 가면일 뿐이며
그의 마음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사람 속에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러나 오늘이라면, 절 용서해 주실 수 있겠죠"
귀밑의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며,
가볍게 허리를 굽힌다.
이 맑고 청명한 오후에
방 안에는 나와 그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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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괜찮나요"
"괜찮아요, 페르시카. 아마 그 두사람은 다시 관계를 쌓아 갈 거에요."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말이자, 마지막 소원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유리창 쪽의 기계를 조작하여, 스위치를 누른다.
........
"하지만, 이건 그한텐 너무 잔인한 처사잖아.."
그녀는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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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그리폰 헤드쿼터 통신
제목 : 행정규율 처벌 통지서
to : 찰스
넌 내가 널 혼낼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니가 3개월 전에 한 보고가 아직도 날 엿먹이고 있어. 또 회의때 자면 널 창밖으로 던져 버릴거다!
-------헬리안
제목 : RE : 행정규율 처벌 통지서
to : 헬리안
실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 날 도와줄 능력있는 비서가 한명 필요해. 경험있는 녀석으로.
--------페르시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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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맑은 오후의 햇살은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그의 방을 비춘다.
소파 위에서 자는 척 하고 있는 그 게으른 지휘관은 자신의 볼을 가볍게 문지른다.
그녀를 처음 본 소년 마냥 얼굴이 벌게져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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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ibo.com/ttarticle/p/show?id=2309404135542508884419#_0
자는시간 뺴고 거의 18시간동안 핫산질했는데 반응이없네 ㅎㅎ 자살하러감
괜히 사람들이 소설같은건 거의 핫산 안하는지 이제알겠다
쓸데없이 스크롤만 존나길고 ㅋㅋ
시발 담부턴 그냥 망가번역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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