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liz-bluebird.com/interview/

독특한 멋이 묻어나는 제재
- 감독을 맡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원작 플롯을 읽었을 때 타케다 씨의 독특한 멋, 본래의 색깔이 묻어나오는 제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적이지만 제재로는 잘 쓰이지 않았던 참신한 수법이 인상깊었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투명하고 현실적인 분위기를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유포니엄' 시리즈는 제가 시리즈 연출로 함께 해오면서 작품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었던 덕분에 원작을 보고 이번같은 시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이시하라 감독이나 다른 제작진과 의논해본 후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이번엔 집단이 아닌 개인을 다루는 이야기라서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호감'의 여러 모습
-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미조레와 노조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노조미는 밝고 활기차고 음악을 정말 좋아하며 플루트를 부는 활발한 소녀입니다. 그런 노조미는 미조레에게 말을 걸게 되는데요. 지금까지 혼자 지냈던 미조레는 노조미가 말을 걸어온 덕분에 자신의 세계를 건져낼 수 있게 됩니다. 그때 미조레는 이를테면 각인됐다고나 할까요, 노조미가 자신의 세계에서 전부가 됩니다.
노조미라는 존재가 자신의 세계에서 전부라고 생각해오던 미조레가 노조미에게 품고 있던 '호감'의 형태와 노조미가 미조레에게 품고 있던 '호감'의 형태가 서로 맞지 않는, 그러한 차이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서로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각의 모양이 서로 도저히 맞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단순히 엇갈리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움직임이 일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포개지는 순간을 희망적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굉장히 섬세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원작에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받았던 인상을 그대로 필름에 옮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또, 미조레와 노조미의 고민, 성장을 코앞에 둔 시기에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나 깨달음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 내용에 넣을 때 모양새가 가장 좋게 되게끔 노력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니시야 씨와도 나눴더니 만들어주신 것이 바로 이번 디자인입니다. 여러 장 그려주셨는데, 제가 생각하는 방향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결정했습니다. 턱을 뾰족하게 할 지 둥글게 할 지 등을 조금만 바꿔도 인상이 완전히 변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선의 두께....... 하늘하늘한 느낌이 적절히 느껴지는 최상의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 색채도 차분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소녀들이 내쉬는 한숨처럼 아무리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시선을 각자 다르게 취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소중히 여기려 했습니다.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록해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유리 너머로 그들을 엿보는 것처럼, 그러나 건드리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푸석푸석하고 하늘하늘한 색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캐릭터의 '첫' 회화이길 바랐다
- 각본을 맡은 요시다 레이코 씨와 어떤 일을 하셨나요?
요시다 씨가 그린 소녀의 세계라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원작의 방향도 다 만들어져 있어서 그다지 심각하게 회의할 거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노조미가 신념으로 삼고 있는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 좋아'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해피 엔딩을 향해 가는 듯한 구조를 만든 정도입니다.
- 두 분 의견이 달랐던 부분도 있었나요?
크게 보면 별로 없었습니다. 저와 요시다 씨의 견해가 항상 같을 수는 없지만, 그 덕분에 작품 세계를 일방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시다 씨와의 인연이 벌써 10년이 넘는데요, 이 거리감이 계속 지켜져왔기에 항상 신선한 느낌입니다.
- 작품을 제작하면서 어떤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쓰셨나요?
이 작품은 섬세한 심리 묘사, 감정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슬프니까 슬픈 표정을 짓는다'같은 기호적인 연기는 넣지 않도록 신경썼습니다.
예를 들어 플루트를 부는 노조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눈을 가늘게 뜨는 것으로 상대에게 웃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것을 의도한 것은 맞지만,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웃는 것'을 통해 상대와 자신 사이에 있는 거리를 감추려는 거죠. 그런 것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너무 단순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 그렇게 어려운 연기에 스탭들은 당황하지 않았나요?
저는 당황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특기인 스탭들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진행하려는 방향에 대해 유의미한 회의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회화하는 장면에서 하나하나 말을 주고받는 순간들이 그 인물에게 있어 처음으로 겪는 일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랬습니다. 사람이 말하고, 그걸 듣고, 음미하고, 이해하고, 답을 한다, 그런 평범한 회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음에 스며드는 음악
- 이번에는 관악곡 '리즈와 파랑새'가 동명의 동화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이라는 설정으로 작곡됐습니다. 곡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굉장히 간결하고 사람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멋진 음악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모두의 마음에 스며들어서 소절을 기억하고 돌아갈 수 있을만한 곡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츠다 아키토 씨가 멋진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이 관악곡 '리즈와 파랑새'는 이시하라 감독의 쿠미코 2학년 편과 이 작품을 잇는 공통점이 되기 때문에 지난 시리즈부터 악곡을 담당해주신 마츠다 씨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여러분께 들려드릴 날이 기대됩니다.
- 연습과 녹음에도 참석하셨는데 어땠나요?
녹음된 거친 음원으로도 감동했는데, 역시 직접 듣는 연주는 매우 따뜻하고 공간감도 느껴져서....... 숨을 굉장히 깊게 들이쉬거나 크게 소리내는 곳도 있었고요. 가슴을 꽉 채우는 연주였습니다.
- 오보에와 플루트 연주자 분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두 분 모두 너무 열심히 들어주시는 탓에 저도 무심결에 말을 길게 했었죠(웃음). 연주하기 전에는 두 분 모두 연주자이지 연기자는 아니니까 '처음 두 음만 불고 그만둬주세요'같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듬뿍 담아서 굉장한 연기를 해주셨습니다. 작화 참고용으로 동영상 촬영도 했는데요, 굉장히 좋은 표정을 지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노조미의 오기, 그러나 저항할 수 없는 순간을 알아채기 쉽게 해독해주셔서 굉장히 좋은 표정을 지어주셨습니다. 그걸 보며 작화도 지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극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녹음에 참가하게 됐는데 관악 감수를 하는 오와다 마사히로 씨와 음악 프로듀서 시게루 사이토 씨의 인연이 처음보다 훨씬 깊어져있어서, 시리즈를 통해 두 사람이 협업하는 것을 상상하며 작업하니 감동적이었습니다.

숨죽이고 엿보다
- 음악을 우시오 켄스케 씨가 담당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시오 씨는 치밀하고 섬세하며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듯한 온도감으로 음정을 만들어가는 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감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정직하게 받아들여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내면을 구성하는 것은 조용하지만 폭발력이 있어서 마치 충동같은 것을 계속 지니고 계신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이 이런 소녀들의 세계에 음악을 덧입혀주면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적 세계가 될 것인지 기대가 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부탁드리게 됐습니다.
우시오 씨가 이전 작품에서 '언제 다시 한 번 같이 해봐요'라고 말씀하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합니다(웃음).
- 우시오 씨와 어떻게 협업을 하셨나요?
시나리오를 읽고 '숨을 죽이고 그녀들을 쭉 엿보는 것 같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걸 기준으로 주변의 시선에 집중해보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학교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학교에 가서 벽이라든지 유리창이라든지 하는 것을 건드려보거나 두드려보고, 가끔 활로 켜보기도 했습니다. 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현장 답사를 끝내고 돌아갔습니다.
- 출연자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TV 시리즈 1기부터 계속 출연해주시는 분들과는 3년이 넘도록 인연이 이어져온 것 같은데요, '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캐릭터들의 본질적인 면이 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이번 작품에 맞춰 '튜닝'을 하자는 뜻이었습니다.
- 음향은 어땠나요?
음향팀 분들과 다양한 재밌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용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해석할 것인가, 또 극중극 같은 형식으로 '리즈와 파랑새'라는 동화의 세계가 등장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 등등....... 현재 제작중이긴 합니다만 이야기가 재밌기 때문에 완성된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춘기 한가운데에서
- Homecomings는 어떻게 주제가를 부르게 됐나요?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전진하는 듯한 코드 진행이 달콤쌉싸름하다고 할까요.......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나아가는 것이 사춘기 한가운데라는 리듬감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나 음악을 미조레와 노조미의 이야기에 더한다면 분명 완벽한 청춘 영화가 될 것 같아서 부탁드렸습니다.
- 주제가를 제작하면서 감독으로서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요?
주문이라기보다는 '여러분의 이러저러한 점이 좋아요! 이런 것도 좋아요!'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중에서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무언가를 공유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튀려고 할 때 멤버 중에 후쿠토미 마사키 씨가 '이제 좀 알 것 같네요'라고 해서 그제서야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던 게 생각납니다(웃음).
- 완성된 주제가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어느 날 그들이 항상 녹음하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데모 음원을 듣게 됐습니다.
뭔가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데요, 그 스튜디오가 학창시절 항상 사람들이 모이던 친구네 집같은 느낌이었고 말 그대로 집처럼 편안한 장소였습니다. 거기서 아직 임시로 녹음한 음원을 듣는 거라서 음질이 별로 좋지 않았죠. 후쿠토미 씨는 그 사이 화장실을 간다고 해놓고 다른 방에 숨어버리고....... 그 때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슴이 벅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청춘 그 자체였죠.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속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저 '이거야!'싶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감동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 '리즈와 파랑새'에서는 미조레와 노조미라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분명 모두가 모습은 달라도 가슴 속에 지니고 겪어봤던 '마음'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백 명이 보면 백 개의 감상이 생겨나고, 보고 나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보고픈 그런 영화인 것 같습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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