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 얘기들었어? 마리네뜨, 이번에 전국콩쿨에서 또 1등했대!"

"뭐, 또?? 역시 마리네뜨네. 하긴 걔 아니면 누가 상 타겠냐?"

"나는 언제쯤 전국콩쿨에서 입상해보지...? 진짜 부럽다.."

'마리네뜨가 또 상을 받았구나.'

다른 반이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리네뜨의 소식은 늘 하루에도 몇번씩 들려왔다. 하긴, 마리네뜨는 우리 학교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뭐해? 이번이 절호의 기회아니야? 마리네뜨한테가서 축하한다면서 말 걸어봐야지"

"들어가 플랙!"

아드리앙 옷깃사이에서 검정색의 조그만 생물이 튀어나와 얘기했다.

"걱정마. 아무도 눈치 못 챌걸? 그것보다 마리네뜨한테 말걸 생각이나 해. 이번 아니면 또 언제 말 걸어보겠어?"

"그치만... 갑자기 말 걸면 마리네뜨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너무 뜬금없잖아."

"너네 같은 중학교 출신이잖아! 3년내내 같은반이었고. 그 정도면 축하해줄 명분은 충분한거 아냐?"

"그치만... 마리네뜨 앞에서는 이상하게 말이 잘 안 나온단 말이야.."

"너 누구랑 말해 아드리앙..?"

한창 플랙이랑 대화를 하던 아드리앙은 갑자기 들려온 또 다른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니, 니노!"

"또 혼자 말하는 거야? 마리네뜨한테 어떻게 말 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하하 그.. 그렇지 뭐."

"넌 나 같은 친구둔걸 고맙게 생각해. 빨리 따라와봐."

"무슨 일인데..?"

"잔말말고 따라와."

여긴 어디지...? 마리네뜨 반 앞?!

"잘 들어, 마리네뜨가 이번 축제에서 자기랑 같이 듀엣할 사람을 찾고있데."

"뭐? 정말?? 하지만 마리네뜨는 나랑 전공이 다르잖아."

"그렇지. 근데 글쎄, 현대무용이랑 콜라보를 할 생각이래. 그래서 현대무용 전공자 중에서 찾고있다던데?"

"정말???"

"그래."

"내가 마리네뜨랑 같이 춤을 추면..."

마리네뜨와 함께 춤을 추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아드리앙이었다.

"이번 기회에 같이 춤 추다가 친해지고 그렇게 서로 이끌려서 사귀다가 같이 결혼하고 그러다 애도 낳고 강아지랑 햄스터도 키우 -"

"김치국 좀 마시지마. 용기있는 자가 원하는 걸 얻는 법이야. 결혼전에 마리네뜨한테 가서 같이 듀엣하자고 말하는 것 부터해."

"맞다 그게 먼저지 !"

"내가 괜히 우리 학교 소식통이겠냐? 마리네뜨랑 제일 친한친구 알리야한테 부탁해서 아드리앙 네 얘기 좀 많이 해달라고 얘기해놨으니까 가서 얘기만 잘 하고와. 알겠지?"

"역시 니노 너 밖에 없다니까. 응 알겠어!"

심호흡을 한 번하고 아드리앙은 마리네뜨 반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 마리네뜨가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뛰었다.

그런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반 밖으로 뛰쳐나와버렸다.

"아드리앙! 왜 그래 괜찮아?!"

"니노..."

"그래그래 왜 그래??"

"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도저히 못 가겠어..."

"야!! 어디 아픈줄 알고 진짜 깜짝 놀랐네. 너 이거 고쳐야돼. 눈 딱 감고 얼른 갔다와."

"그치만 니노 나 정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단 말이야!"

"잔말말고 갔다 와!"

니노는 조금의 자비도 없이 날 반 안으로 집어넣었다. 난 그대로 마리네뜨 앞으로 직행했다...

"마, 마리네뜨!"

"아드리앙! 안녕?

"아... 그게.... 오.. 오늘 날씨가 참 좋다! 그지?"

"응 맞아. 하늘이 정말 파랗더라구."

마리네뜨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빨개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꾹 참고 어렵게 입을 땠다.

"마리네뜨 !! 자, 잠깐 나랑 얘, 얘기 좀 할래?"

"응? 그래 좋아."

"저, 저기 마, 마리네뜨."

"무슨 일이야?"

"그... 그게..."

"?"

"어... 그게... 코, 콩쿨! 콩쿨에서 이번에 또 1등했다며? 추, 축하해!"

젠장, 이 얘기가 아닌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른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마리네뜨는 놀란듯 잠시 눈이 동그래졌다가 날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고마워."

"우린 같은 중학교 출신이잖아! 친구끼리 축하해주는건 당연한거지!"

"아드리앙 너도 이번에 실기고사 1등 했다는 거 들었어 축하해."

"너한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뭐! 넌 뭐든 다 잘하고 공부도 잘하잖아. 또 예쁘고... 아니 이게 아닌데.. 아, 아무튼 고마워."

"나야말로 축하해줘서 고마워. 혹시, 미안하지만 할말 다 했으면 그만 가봐도 될까? 지금 교무실에 가려던 참이어서."

"으, 응! 그럼! 그게 다야! 정말이지 할말은 그게 다 라구! 그럼 나도 가봐야겠다. 가서 플래ㄱ... 아, 아니 니노랑 약속이 있다고! 가, 같이 매점! 매점가기로 했거든! 너랑 가면 좋겠지만 너는 매점 안 가니까...가 아닌데... 아, 아무튼 또 보자!"

"응. 또 봐 아드리앙."

울고싶다... 분명 마리네뜨가 나를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겠지..? 진짜 나 이제 마리네뜨 얼굴 어떻게 봐!

"니노..."

"너를 누가 말리냐.."

"나 어떡해.. 이제 마리네뜨 얼굴 못 봐!"

"괜찮아.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오늘만 날이야?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다고! 좋게 생각해."

"하지만..."

정말 쪽팔리는 것도 이렇게 쪽팔릴 수가 없었다. 이번생은 글렀어...

"하지만 이건 정말 재앙이야! 난 왜 이렇게 구제불능인거지...? 도대체 마리네뜨 얼굴만 보면 아무말도 안 나오는 거냐구! 매일 말만 더듬고 횡설수설대. 분명 마리네뜨는 날 싫어할거야. 이런 나를 누가 -"

"아드리앙, 아드리앙!!"

"왜!"

혼자 중얼대던 아드리앙이 감정이 격해져 니노에게 버럭 화를 내며 얼굴을 들었다. 그런데... 마리네뜨??

"저기... 아드리앙? 혹시 독백 연기 연습 끝났으면 얘기 하나만 해도 될까?"

"마, 마리네뜨! 무슨 일이야?"

"아까 얘기한다는 게 깜빡했네. 혹시 이번 축제에서 나랑 듀엣할 생각 있는지 궁금해서.

"뭐? 절대 싫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싫은 건 아니라고. 너랑 같이하는 거라면 뭐든... 잠깐만 뭐라고???"

"이번 축제에서 듀엣 할 생각있냐구 물었어."

듀엣을?? 나랑??? 내 두 귀가 의심됐다. 어떻게 마리네뜨가 나 같은 애랑 같이 듀엣을 하자고 물어봐줄 수가 있지?? 이거 꿈이야 생시야??

"아드리앙..? 너 괜찮아?"

마치 얼음처럼 얼었던 아드리앙은 마리네뜨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 그럼 완전 괜찮지! 나 멀쩡해! 듀, 듀엣을 하자고? 내가 좀 바쁘긴 한데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어!! 너랑 하면 난 뭐든 다 할 수 있.. 아, 아니 할 수 있어! 완전 할 수 있어!!"

"그래? 다행이다. 그럼 연락할게."

"그, 그래 연락해!"

아드리앙은 앞에 가는 마리네뜨를 멍하니 쳐다봤다.

"니노... 이거 꿈 아니지?"

"어 아니야. 이거 완전 실제상황이야."

"어떡해!! 마리네뜨가 나랑 듀엣을 같이 해달래!!"

"야, 이거 놔 옷 늘어난다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드리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