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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페치카 - 프롤로그

카나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23 15:52:55
조회 276 추천 4 댓글 2
														

마법소녀 육성계획 Pechka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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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테하라 치카와 하야세 미노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치카가 반에서 가장 활발한 그룹에 속한 미노리와 말해본 적이 없던 것은 당연했다. 둘 다 서로의 존재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멋대로 대화가 통하지 않을 상대라고 착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둘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에 직면한 것은 오늘 이날이었다.


수련회 중 담력시험 코스가 있었다. 담력시험이 흔히 그렇듯이, 어두운 밤중에 구불거리는 산길을 지나 무사히 포인트까지 갔다오는 미션이었다. 21조였는데, 어째선지 치카는 미노리와 조가 되었다. 가뜩이나 담력시험을 무서워하던 치카는 속을 알 수 없는 미노리와 같은 조가 되자 적잖이 실망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미노리 입장에서는 아마 옆에 누가 있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잘 부탁해..”

, 잘 부탁할게.”


하는 식으로 어색하게 손을 붙잡은 둘은 반 친구들의 응원을 뒤로 하고 산길에 발을 옮겼다.


치카는 귀신의 존재를 특별히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두컴컴한 산길이라면 역시 가슴이 떨리는 법이다. 게다가 그런 초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해도 뱀이나 오소리 정도라면 충분히 위협적이다.


떨리는 가슴을 뒤로 하고, 살금살금 걷는 치카 앞에 미노리는 대략 세 걸음 정도 앞서 나가고 있었다. 발걸음이 성큼성큼이다. 스포츠계 소녀답게 담력이 강한 모양이다. 이따금 뒤를 보며 치카가 잘 따라오나 확인하고 있지만 그건 같은 조인 치카가 실종되면 미노리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증거로 한 마디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아마 치카 따위보다 모험심에 훨씬 신경쓰고 있다.


치카로서는 그 정도 거리가 좋았다. 말하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평소 미노리가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말 걸어오면 일일이 반응하기 힘들다. 공통된 화제도 마땅히 없을 것이다.


이따금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소리 비슷한 것이 치카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미노리는 여전히 앞만 보고 씩씩하게 가고 있다. 치카는 전혀 안심되지 않는 아이와 같은 조가 된 것을 계속 한탄했다. 친하지 않아도 차라리 남자아이였으면 이성 간의 두근거림으로 공포심을 상쇄할 수 있는데, 하필이면 친하지도 않은 여자아이다.


불평해도 소용 없는 것을 아니까, 치카는 조용히 따라갔다. 이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런데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담담히 걷던 미노리가 입을 열고서부터다.


역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네. 왤까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이 치카의 목구멍까지 나왔다 사라졌다. 아마 미노리의 혼잣말이다. 하지만 연이어 다음 대사가 나오자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치카, 이 산 알아?”

이 산..?”

예전에 와본 적 있었는데 사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거든.”


하나가 아니다. 그 말에 강한 불길함이 엄습해오자 치카는 손을 들어 말리려고 했지만, 늦었다.


지름길로 가보자. 저쪽이야 저쪽.”

잠깐만!”


큰 소리가 나오자 당황한 치카는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적막이 깔린 산속에서는 작은 목소리로도 충분히 들린다.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아. 예전에 와봤다니까 그러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치카를 바라본 미노리는 앞장서 자신이 주장하는 지름길로 나아갔다. 말리는 타이밍은 지났다. 치카는 분위기상 따라가거나 끝까지 남거나 둘 중 하나만이 남았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남아도 미노리는 그냥 가버릴 것이다. 치카의 친구나 훨씬 동정심 있는 아이면 기다려줄지 몰라도, 미노리라면 가버리고도 남는다.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치카는 이대로 미노리를 믿고 따라가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의 평소 두뇌 회전 속도와 비교할 수도 없이 빠르게 결론이 나온 것은, 치카가 그런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지 모르는 곳에 있었다. 도저히 길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곳이었다. 치카 옆에 서 있는 소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로 이곳에 갇혀 밤을 지내야만 한다면. 그런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치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자 미노리는 손을 붙잡고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치카의 마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옆에 서 있는 반 친구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런다고 나아지지도 않는다. 미노리는 아이러니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치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괜찮아, 치카?”


미노리의 목소리가 훨씬 커졌다. 동정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치카의 눈물샘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 터진다.


엉엉 울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울었다. 미노리는 군말 없이 치카를 다독였다. 갑자기 상냥해진 태도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리자 더욱 눈물이 나왔다.


치카는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미노리의 손을 잡고 걸어갈 기력이 생겼다.


입을 굳게 다문 치카의 손을 꼭 잡은 미노리는 아까와는 반대로 쉴새없이 말을 걸어왔다. 치카가 대답하지 않아도 조금도 기분 상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도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 치카.”

저기 집 같은 게 보여! 치카, 어쩌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치카가 옆에 있는 반 친구가 생각보다 냉정하다고 깨달은 것은 그 돌아가는 길에서였다. 끊어진 길도 있었고, 엉뚱한 곳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미노리는 당황하지 않고 왔던 길을 되짚어나갔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오두막집 같은 집을 발견했다.


치카는 그때까지 미노리의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미노리도 치카의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미노리의 다리가 후들거리자, 그제서야 치카는 깨달았다. 자신만 무서웠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음이 놓인 여파인지, 미노리는 주저앉았다. 오히려 치카가 손을 잡아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치카, 저기


고맙다고 말하며 치카의 손을 잡고 일어선 미노리가 오두막집 쪽을 가리켰다. 치카도 이어 발견했다.


지붕에 인영이 있었다. 역시 사람이 살고 있다. 도움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지붕 위일까.


의문을 불식하기도 전에, 더 의문스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저 지붕 위 사람이 피리를 부는 것 같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동요지만 어두운 숲속에서 들려오자 오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피리 노래 제창이 끝난 후, 박수라도 쳐야 하나 치카가 고민할 즈음 인영이 내려왔다.


무척이나 예쁜 사람.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까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정교한 얼굴과 몸가짐이었다. 덩굴로 장식된 화려한 옷차림 또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처럼 보였다.


치카와 미노리, 어느 쪽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입을 벌리고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넋을 놓고 지켜보았다.


안녕하세요.”


그 말에는 차마 대답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저는 숲의 음악가 크람베리. 마법소녀를 하고 있습니다.”





* 후기 : 요즘 마육계 원작을 오랜만에 다시 읽다보니 갑자기 막 쓰고 싶어져서 써봤다. 이 갤에 이런 거 읽는 사람이 있을지 의구심이 가지만, 아무튼 뒷편은 쓰는 대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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