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의 내용도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비해서 빠르게 읽어 넘길 수 있었음

코믹스로 이미 일각고래 에피소드를 다 본 터라, 머릿속에 내용이 다 그려져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상황을 펼쳐놓느라 흐름이 두서 없었던 8권에 비해, 각 세력의 입장 정리가 끝난 상황이고 그 전개만 지켜보면 되었던 덕이기도 했음

늑향의 인물들은 다들 말을 두번 세번 꼬아서, 혹은 두걸음 세걸음 앞서 나가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대사 덕분에 인물들이 참 똑똑해 보임

"그런 건 인간이나 늑대나 다를 바가 없을 거야. 잘 아는 자, 또는 믿을 수 있는 자에게 물으러 가지. 그건 말하자면, 마음속의 지도에 따라 미지의 땅을 걸어나가려는 거야. 인간이든 짐승이든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뭔가 행동을 취하면 그 행동방식에서 어떤 지도를 손에 들고 있는지 알 수 있지. 내 귀와 꼬리, 또는 당신의 수염처럼."

-102p

이게 정녕 라노벨 작가가 쓸 수 있는 대사라고...?

인물이 똑똑하다는 설정만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로 그런 대사를 내뱉고 그 내용에 주인공이 실제로 영향을 받는데

제발 작가가 이런 건 어디서 읽기라도 했나 어떻게 생각한 건지 썰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임

타인에 대한 신뢰와 신용, 거래 상의 대화, 인간 개개인의 어리석음과 현명함, 자신의 능력과 그 한계, 철저한 자기 객관화의 필요성 등등

작품 자체에서 이런 내용을 깊게 다루진 않지만 적어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을 계속 흩뿌리고 있음

특히 호로, 키먼, 에이브 

얘네 셋은 다들 한따까리씩 하는 애들이라 로렌스 머리 꼭대기, 독자 머리 위에서 노는 듯 내뱉는 대사가 캐릭터에 설득력을 강하게 부여해줌

이게 참 매력이 있긴 한데..

캐릭터의 대사가 아니라 작가가 충실하게 묘사해야 할 부분까지 그 지랄을 해서 독자가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너무 버거울 때가 있음

맥거핀식 대사까지는 장난스러운 재미라고 받아들이겠지만 

안그래도 글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동화 운반 트릭과 활용은 사건 진행을 핑계로 결과만 요약정리해서 퉁 쳐버렸고,

강남, 강북, 에이브, 키먼, 레이놀즈가 각각 어떻게 엮여있는지, 그들의 정치적 입장은 어떤지 등을 충실하게 묘사 안 하는 바람에 

관계도에 대한 이해 자체가 어려웠음

인물들간의 대화야 그냥 로렌스의 독백으로 다 설명이 되지만 

그 로렌스의 독백을 잘못 써버리면 독자들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음..

독자가 뭘 읽고 싶어하는 지는 아는데, 독자가 뭘 읽어야 하는 지는 잘 모르는 느낌?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 반전의 즐거움이 아쉬웠던 반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이해가 안되는 필력이라 아쉬움이 많았음

아무리 플롯이 복잡하다 한들 

역설적인 경제 다툼의 구도를 명확하게 표현해 활용했던 1, 2권의 필력이 8, 9권에서는 전혀 안 느껴졌음

늑대의 뼈를 찾는다는 목표가 일각 고래 확보로 바뀌는 지점을 잘못 잡아서 분량 조절 실패한 탓인 거 같음

8권에서 일각고래 떡밥을 확실하게 뿌리고, 9권에서는 레이놀즈의 속셈을 확실하게 빌드업 쌓았어야했음 

이 부분이 키포인트임에도 전환되는 지점이 너무 흐지부지 넘어감

코믹스가 재구성을 진짜 잘했다 싶음

암튼 키먼은 8권에서 로렌스 농락할 때가 진짜 현실적으로 매력 있었고

에이브는 마냥 돈미새인줄 알았는데 9권에서 로렌스한테 맘 주고 정 주는 거 보고 호감 됨

마지막에 암여우련이 로렌스 입술 채간 거 보고 호로한테 솔직히 좀 꼬셨다

글게 왜 먼저 안 덮쳐?

허구언날 중요한데서 끊어먹더니 꼬시다

10권 11권 주문하러 감

이제 케르베에서 돈벌이 할 거 다 했으니까 다시 꽁냥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