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저런 일에 치여서 갈까 말까 고민만 몇 주 하다가 막판에 예매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 뿐이야. 그냥 힘들다는 이유로 안 다녀왔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듯?

내 목적은 치롤린 파타 보는거라 이 둘만 봐도 솔직히 충분하니 다른 밴드들은 별 기대 안 했어. 근데 전체적으로 공연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어. 밴드를, 노래를 알든 모르든 이런걸 다 떠나서 전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게 정말 좋았어! 보컬 마이크랑 앰프가 좀 구멍이었다만,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에서는 거진 다 그런 편이라(실제로 대학생 때 공연 여러번 했는데 어디가나 보컬 마이크 엠프 다 별로였음) 그냥 그러려니 할려고.

무엇보다도 가장 기뻤던건, 아직도 안 믿기겠지만 무려 XJAPAN+Ra:IN의 기타리스트인 PATA선생과 투샷 찍음!!!!!! 공연 대기중인데 아는 사람이 밖에 저 쪽에 파타 있다 그래서 뛰쳐 나갔어. 그 놀라고 정신없는 와중에 편지 챙겼고.

나 말고도 몇몇 팬들이 있었고, 잡지나 가방 있는 팬들은 싸인도 해주셨어. 하필 나는 편지뿐이라 이거 전달했더니 받으셨고, 덤으로 악수도 해주셨고 사진 찍어주실 수 있냐고 하니깐 흔쾌히 찍어주셨어!!!!!! (같이 찍은 사진은 솔직히 여기 올리기 그렇고, 아마도 나랑 아는 사이인 분들은 다 보셨을 듯.)
이야 12년 엑스 덕질이 헛된 짓이 아니었구나, 어떤 방법으로라도 성덕이 되구나를 깨달았어. 인생은 진짜 타이밍. 말로만 듣던 성덕 이라는 단어를 내게도 쓸 수 있는 사실에 놀라고 또 놀라고 아직도 여운이 안 가심.


암튼 잠시후 공연 시작했고, 한국밴드 일본밴드 들이 번갈아서 함. 밴드와 노래를 알든 모르든 그런거 전혀 상관없이 즐기는거 자체에 의의를 두는 편이라 나름 재밌었음. 게다가 난 맨 앞에서 봤고.
이브 출신 김세헌씨를 실제로 완전 가까이서 봤고, 알고보니 이 밴드(히스테릭스)의 베이시스트가 타이지 팬이더라고. 실제고 어제 스타일도 타이지 따라한 느낌도 있었고. 말 걸지는 못함.

1부 끝나고 2부까지 브레이크 타임이 약 30분 정도였고, 2부 오프닝은 치롤린이었어. 당연히 너무나 기다려졌고. 이제부터 시작이고 진짜가 나타난다 싶었어.

치롤린의 등장 두둥!!! hide with Spread Beaver 할 땐 솔직히 히데팬이라 히데만 부각되어서 보였다만 이번에 본 치롤린은 정말 대박이었어. 베이스 치면서 노래 하는게 어찌 저리 자연스럽나 싶고, 그 말로만 듣던 철근을 씹는 소리가 딱 이거다 싶었어. 진심으로 치롤린의 파워풀한 공연은 모두를 압도하고 놀라게 만들었어.

치롤린 피크 던진거 내가 잡음!!!!!!!! 이거 내 무덤에 가져갈거야!!!

아 그리고 치롤린 되게 재밌는 사람임ㅋㅋ 중간에 막 한국어로 재밌나요?? 그러고, 어제 인천 공항에서 왔는데 닭한마리 먹었다, 맛있었다 그래어. 그리고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참이슬 달라고 그랬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롤린 공연 끝 무렵 쯤에 편지 던질까 했는데 던지지 않고 팔 쭉뻗어서 드렸더니 받아 가셨어!!!!!!!!!!!!!

치롤린 차례 끝나고 잠시 다음 팀 준비 시간이라 몇십분 쉬고 있는데, 저 뒤로 치롤린 나가는거 보고 아는사람이랑 밖으로 나갔어. 드디어 치롤린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나 싶었고! 무대 밖 치롤린은 진짜 친절 그 자체!!!! 나 말고도 잠시후 팬들 나왔는데 한명한명이랑 말도 하면서 사진 찍어주고 싸인도 해줌. 나도 당연히 같이 사진 찍었고, 뒤늦게 공연장 들어가서 CD 샀고, 여기에 싸인도 받았어!!!!! 히데 뮤비나 라이브 영상에서 본 사람을 실제로 보는것도 감지덕지인데 같이 사진 찍고, 싸인까지 받았다니 정말 감동적이었어!!!

그 다음에 체리필터 라넌큘라스 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체리필터 조유진님이 하신 말 중 기억에 남는게 있는데 "뒤에 공연에는 제가 꼬꼬마 때 락을 꿈꾸게 해주신 멋진 분이 계십니다." 였어. 뭐 1000000000% XJAPAN의 PATA를 말하는거 같은데, 이 때는 Ra:IN으로 출연했지만 그래도 원년부터 현재까지 X 멤버는 맞긴 하니깐.

체리필터도 완전 가까이서 본거 처음인데, 초딩때 생각도 났고, 모두들 호응이 제일 높았어. 아무래도 다들 아는 노래 하니깐.

그 다음에 있는 라넌큘라스 라는 밴드는 앞으로도 한국 활동을 계속 할거 같고, 베이시스트가 편지를 읽어줬어. 한국어 1도 모르는 외국인이 한국어 읽는 느낌 알지? 이제 글씨 읽을 수 있는 어린아이가 말하는 느낌??(당연히 가타가나로 표시 했을 법한) 딱 그렇게 읽는데 앞에서 그나마 알아 듣는 사람들이 또 다시 말하면서 한국어 통역을 해줬고 멤버들도 다 빵터졌어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모두가 가장 기다린 Ra:IN!!!!! 진짜 인터넷 예매가 저조해서 좀 걱정 되긴 했는데 현장판매로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나봐! 맨 앞에 있었는데 뒤에 가끔 돌아봤는데 제법 많았어! 기다리던 레인의 공연이 시작 되었고, 보컬없는 밴드의 공연은 처음이라 낯설고도 신기했어.

파타선생도 멋진건 당연하지만 베이스(미치아키)치는 분도 짱 멋졌어. 공연보면 가끔씩 기타, 베이스 치는 사람이 관객석에 가까이 올 때 있고, 그럴 때마다 팬들이 와~하면서 악기에 손대잖아. 파타선생은 안 그랬는데 미치아키 라는 분은 몇 분 간격으로 나 있는 곳에 베이스 가까이 들고 오셨어. 난 당연히 손 대는건 매너가 아니라 안 그랬고, 그나마 쪼금 가까이에서 손흔들기는 계속 하면서 호응해줬어.
(일개 동아리였지만 베이스를 쳤는데, 베이스 치는 사람끼리 알아보는 뭔가가 있나? 라는 망상 아닌 망상도 했어.)

삘받아서 공연 보고 Ra:IN의 멜로디에 완전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어. 그렇게 감상을 하고 호응을 하다보니 막차 시간 다돼서 어쩔수 없이 나왔어. 맨 앞에 있다가 갑자기 가니깐 솔직히 민망.. 절대 재미없어서 지루해서 나온게 아니라 같아탈 열차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거 놓치면 버스도 없고 끝이라 그런거였어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그 뒤에 어땠는지 카톡으로 알려주셨어.
공연은 최종 11:10에 끝났대. 레인 뒤에 피날레로 참여 그룹들이 총출동해서 핑크 스파이더, 로켓다이브 했다는거야!! 와 이걸 못 봤다니 솔직히 너무 아까움.. 막차가 뭐길래ㅜㅜㅜㅜㅜㅜㅜ

결론은, 정말 잊지 못할 하루였어. 갑자기 성덕이 되어서 너무나도 기쁘고, 다음에도 또 이렇게 공연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