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지만 누워있으면 아파서 자지도 못했다.

병원에서는 고통이 덜해져 누워 자는게 가능해져 감사해졌고 누워있거나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였지만 다른 환자들에 비해 걸을 수 있음에 또 감사했다.

이전에는 재미없게 사는 방법을 몰랐다.

컴퓨터를 키고 디시를 보거나 자극적인 동영상을 보거나 노래를 듣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 단지 온전하게 살아있기만 해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 자극적인 것을 계속 집어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고통에 둔감해지고 이전보다 단조로운 패턴과 미니멀리즘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비워지자 다시 채워넣을 공간이 생겼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채우기 힘든 것은 살아오면서 쌓아온 많은 것을 비우지 못하고 지니고 살기 때문이다.

서른이 가까워진 내게 직장에서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이 먹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든지 비울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아이로 돌아갈 수 있고

많이 먹었다는 관념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