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14)

유희자(180.229) 2015.11.09 03:01:30
조회 699 추천 24 댓글 8






<!--StartFragment-->

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13)







작전은 간단했다. 해적 함대가 서던의 해군과 전투를 벌이는 사이 엘사 J. 후크가 이곳에 잠입해 안나 P. 팬을 ‘약탈’한다. 이를 들은 엘사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 무모합니다, 선장님!


확실히 무모했다. 단신으로 적의 소굴-베리온 섬-에 숨어드는 짓은 술에 잔뜩 취해 이성이 마비된 해적이라 할지라도 안 하는 짓이다. 하지만 안나 P. 팬의 일이라면 광인처럼 날뛰는 엘사다. 결국 주스크와 체코가 동행하는 걸로 타협을 보았다.

해적들의 습격을 받은 형무소 측은 죄수들을 감시하는 인원 몇 명을 남기고 나머지를 전투에 투입시켰다. 하지만 예상외로 많은 병력이 형무소에 남아있었다.



“크아아악!”

“말해.”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던 간수는 그만 숨이 멎어버렸다. 그녀는 고운 미간을 찌푸리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엘사의 레이피어는 이미 제 색깔을 잃은 지 오래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몇 십 명의 병사들과 간수들의 피를 포식한 대가였다. 하지만 그거로는 모자랐던 건지, 반대쪽에서 뛰어오는 몇 명의 간수들에게도 이빨을 드러내며 잔인하게 그들의 겉가죽을 도려내었다. 엘사가 끼고 있는 반지만이 무색투명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저-쪽...”



날카로운 쇠갈고리에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간수가 피투성이가 된 손을 펴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엘사는 혀를 차며 시체가 된 간수의 몸을 옆으로 밀쳤다. 저-쪽에 있는 건 계단이었다. 지하로 내려가야 할지 위층으로 가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에 머무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져 버렸다. 해적들은 거의 이곳을 점령할 기세로 해군들과 싸워댔다. 좁디좁은 네버랜드 내에서 서로를 물어뜯던 야수들이 새 먹잇감, 그것도 몸집이 큰 녀석을 발견하고 들떠버린 게 분명했다.



“빌어먹을. 애새끼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선택의 갈림에 선 엘사는 후각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짙은 피비린내, 악취와 함께 희미한 단내가 났다. 엘사는 망설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절박한 호흡이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억지로 더 많은 숨을 삼키고 내뱉어졌다.



그녀는 소총을 든 병사를 해치운 다음에서야 위층 네 번째 감옥 속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던 팅커 벨을 발견했다. 팅커 벨은 감옥 속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평범한 감옥의 정 중앙에 매달린, 꼭 새장처럼 감옥은 신기하게도 요정의 힘을 차단하는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아무리 팅커 벨이라 할지라도 꼼짝 없이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엘사는 탄식과 함께 간수에게 뺏은 열쇠를 가지고 감옥 문을 열었다.



“하필 요정 먼저 발견해버리다니.”



감옥 문이 열리자마자 엘사는 레이피어를 검집에 넣고, 총을 꺼내 새장을 매단 줄을 저격했다. 발포와 함께 새장은 허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충격 탓에 팅커 벨은 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이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시선을 깨닫고 애써 정신을 차렸다. 엘사는 떨어진 새장을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집어들고 있었다.



<이 더러운 해적!>

“애새낀 어디 있지?”

<말 안 해!>



당연히 팅커 벨은 안나 P. 팬이 있는 곳을 알려주려 들지 않았다. 엘사 J. 후크가 안나를 죽여 버릴 것 같아서였다. 안나와 자신이 간악한 인간들에게 붙잡히고 꽤 시간이 경과됐다. 피터 팬이라 해도 몸은 약한 인간 소녀의 것이다. 후크 선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으리라.

엘사가 요정 여왕 얘기를 하자, 팅커 벨이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맨 꼭대기 방! 그리고 이거 놓지 못해 이 바보 얼간아!>



팅커 벨은 꽥꽥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바보 얼간이 멍청이 등등 자신이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은 다해줄 참이었던 팅커 벨 이었지만 곧 이어지는 엘사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난 그 건방진 애새끼 옆에 그 누가 있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래서 ‘피터 팬의 의무’랍시고 아이들 납치해서 부하로 부려먹는 다거나, 요정들과 함께 지내는 그 생활을 모조리 박살내버리기 위해 너희와 전투를 벌이는 거다. 하지만 요정과 함께 있으면 안나 P. 팬이 내 손에서가 아닌 다른 놈에게 개죽음 당하거나 다치는 일은 드물 테니, 그래서 널 몇 번이나 놓아주었던 거야.

네가 그 빌어먹을 진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요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널 몇 번이나 그냥 내버려 두었다고!”



엘사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이를 부드득 갈며 삭였다. 비록 해적 함대를 대동하고 왔다지만 이곳은 섀도 해에 있는 서던의 영토다. 언제 서던의 본토에서 해군이 추가로 몰려오는지 모르는 것도 문제고, 무엇보다 이곳에 온 이유는 ‘점령’이 아닌 ‘약탈’이다. 첫째도 냉정, 둘째도 냉정, 셋째도 냉정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간수 몇 명을 해치운 주스크와 체코가 엘사에게 달려왔다. 엘사는 주스크에게 팅커 벨이 갇혀있는 새장을 던지듯 넘겨주었다.



“주스크, 이 새장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 졸리 로저 호에 신호를 보내라. 서쪽 맨 꼭대기 방이다.”

“네!”



엘사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방금 막 시체가 된 간수를 치웠다. 체코도 이를 도왔다. 체코는 쇠갈고리에 찍혀 고통스럽게 죽은 간수의 얼굴을 잊으려 애써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후크 선장은 피터 팬에 관련된 일이면 이렇게 미쳐버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선대의 후크 선장들과 달리 엘사는 굉장히 냉철한 편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반전모습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습격이다! 습-”



또 다른 간수가 나타나 이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리려는 걸, 어느새 검을 뽑아든 엘사가 손에 쥐고 있던 레이피어를 던져서 정확히 간수의 목을 꿰뚫어 버린다. 간수는 눈을 부릅뜬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체코.”

“네.”

“주스크와 함께 졸리 로저 호로 가서 배를 이곳 가까이 대라. 언제든 출항할 수 있게 준비를 해놓도록.”

“혼자 가실 생각이십니까? 위험합니다!”

“명령이다. 얼른 꺼져.”



만류하는 체코를 내버려두고 엘사는 위층으로 향했다. 남겨진 체코가 안절부절 못하며 엘사가 올라간 계단을 바라보고 섰다.











“실로 오랜만이군요, 캡틴 훅.”



위층으로 올라온 엘사를 가로막은 건 한스와 특무대 소속 경관 셋, 병사 다섯 명이었다. 그들은 좁은 문을 등지고 서있었다. 문을 열면 형무소의 취조실 혹은 독방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한스는 이 복도를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이곳을 수호하는 경비선과 군함은 열세였지만 아직까진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해적들이 밀려오기 전에 이곳에서 엘사 J. 후크를 격퇴하고 죄수와 함께 이곳을 탈출할 계획이었다.



“2년만이던가요.뭐, 그땐 우연히 마주친 거에 불과했죠.”

“무법항에서 어슬렁거리던 애송이는 역시 너였군.”



병사들은 소총을 들었고 경관 셋은 긴 목봉을 들고 있었다. 목봉 끝부분은 기름을 잔뜩 먹인 무명천이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맨 뒤에 선 한스는 공손한 말투로 엘사를 맞이했다. 엘사가 가볍게 빈정거렸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나.”

“저희 사이에 섭섭하군요.”

“긴말하지 않겠다. 거길 비켜.”

“그럴 순 없습니다. 여긴 악질 범죄자가 갇혀있기에... 설마, 그 범죄자를 구하러 온 겁니까, 캡틴 훅?”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난 내 것을 찾으러 왔을 뿐이다.”

“‘내 것’이라고요?”

“안나 P. 팬은 내 것이다. 그걸 약탈해서 되찾겠는데 뭔가 문제라도 있나?”



문제야 많다. 너무나도. 한스는 뜻밖의 말을 듣고는 놀라서 능글맞게 굴던 태도도 버리고 되물었다.



“피터 팬이 제임스 후크, 네 것이라고?”

“그래. 저건 내 거야.”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피터 팬은 현재 우리 수중에 있다. 순순히 돌려줄 것 같은가?”

“나도 순순히 약탈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약탈은 자고로- 거칠고 위험해야 하는 법이지.”



엘사의 말이 신호가 되어, 한스는 병사들에게 손짓을 했다. 병사들은 침착하게 소총을 발사했다. 좁은 통로에 벽을 기대고 선 엘사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지형이었고, 일렬로 발사된 총알에 맞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하지만 총알은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허공에 정지했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기현상에 병사들의 눈이 하나같이 다 커졌다.



“흥, 역시 요상한 술수를 쓰는군. 병사들은 칼을 들어라!”



한스의 명령에 병사들은 대열을 정비하고 칼을 빼들었다. 한스는 침착하게 전황을 살폈다. 잘만하면, 작전대로만 간다면 자신은 피터 팬뿐만 아니라 캡틴 훅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7년 전 수행했던 악어작전은 성공직전에 와서 어그러지고 말았다. 이젠 실수하지 않으리라. 7년 전처럼 피터 팬과 캡틴 훅을 잡아 공훈을 올리고, 왕에게 직접 인정을 받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당당히 입증하리라. 이때까지만 해도 한스는 자신만만해했다. 이곳까지 온 엘사의 몸에는 피가 묻지 않은 곳이 없었고, 검을 든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필시 남은 체력은 얼마 되지 않을 터였다.



“쳐라!”



엘사는 레이피어를 검집에 꽂고, 총을 꺼냈다. 다시금 쇠갈고리가 새로운 피에 흠뻑 젖었다. 병사들이 휘두르는 검격을 귀신같은 솜씨로 피해낸 엘사는 허점을 노출한 병사의 등에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한 병사가 죽어버렸다. 병사가 쓰러지자마자 뒤에서 뜨거운 불길이 엘사를 덮쳤다. 경관이 목봉을 휘두른 것이다. 엘사가 혀를 찼다.



“쯧-”



목봉을 든 경관이 갑자기 발생한 수증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엘사를 감싸 안은 기묘한 한기는 날카로운 형체로 굳어져 경관의 목 줄기를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남은 병사들과 경관들의 발밑에 서리가 조금씩 자라나더니 이내 그들의 발을 묶어버렸다. 그들의 하반신은 얼어붙어버렸다. 한 병사가 공포어린 비명을 질렀다. 한겨울 바닷물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하지만 엘사 J. 후크는 그보다 더 차가운 눈동자로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엘사 J. 후크가 요상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설마 이 정도였다니. 그들 모두 겁을 집어먹었다.



“이젠 거길 비킬 마음이 들었나?”



쓸모없어 진 부하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스가 이성을 잃은 듯, 직접 검을 빼어들고 엘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스도 부하들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검을 섞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붙잡히다니. 굴욕이었다. 한스는 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감히 천한 해적 주제에!”

“맞아. 난 천한 해적이다. 그러는 넌 서던의 열세 번째 왕자, 아니면 루헤임 해적단의 선장이라고 불러드릴까?”



한스의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흉하게 일그러졌다.



“....어떻게 안 거지?”

“무법항 상인의 장부에서 우연히 서명을 보았다. Lugh-Heim이라고 하더군. 중구(中歐)라면 ‘하임’이라고 발음하지만 북구(北歐)는 ‘헤임’이라고 발음하지. 네버랜드 해와 가장 인접한 북구의 국가는 서던 제도. 즉, 너흰 서던 제도 출신이다.”



엘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숨이 무겁게 깔렸다.



“다만, Lugh를 ‘루’라고 읽진 않지. Lugh를 ‘루’라고 읽는 곳은 서구. 루는 서구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을 일컫는다. 서로 다른 두 단어 덕분에 처음엔 서구 쪽 인간인지 서던의 인간인지 알 수 없었지. 그러다 상인들에게 우연히 들었다. 한스 웨스터가드 서던, 넌 어렸을 적 볼모로 브라이튼 제국에 끌려간 적이 있었다고 말이야. 그래서 확신이 섰다. 그런 너라면 서구 신화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게다가 유일하게 네버랜드에 드나들 수 있는 서던의 인간은 네놈 밖에 없어.”

“훌륭하군. 역시 폐하의 눈에 들을만해.”



나와는 달리- 한스의 말에는 분노, 시기와 굴욕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런 그에게 엘사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한스 왕자, 널 살려주겠다.”

“너까지 날 우습게 보는 건가! 서던의 왕자인 내가 불쌍하게 느껴지느냔 말이다!”



그딴 동정심을 가졌으면 이 목은 진즉에 떨어지고도 남았어. 엘사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이를 알리가 없는 한스는 길길이 날뛰려 했지만 몸의 반절이 얼어버려 움직일 수 없었다. 부하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의 상관과 무시무시한 해적 여 선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불쌍? 천만에. 넌 아직도 네 자신의 입장을 몰라.”

“뭐?”



콰콰쾅!

콰콰쾅!

하늘을 가르는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혀있는 취조실의 문이 지진이라도 난듯 흔들렸다. 이정도 충격이면 아마도 취조실은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안에 갇혀있는 피터 팬은? 한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대로 피터 팬이 죽어버리면 모든 게 다 끝장나고 만다.



“베리온 섬 후미에 내가 타고 온 나룻배가 있다. 혼자서 추하게 살아남아 내 앞에 다시 서봐, 어리석은 왕자. 그리고 한 가지 더-”



엘사의 말과 함께 한스와 그의 부하들의 몸을 붙잡고 있던 얼음도 녹아들 듯 사라졌다. 그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엘사는 그를 스쳐지나가면서 섬뜩하게 경고했다.



“한 번만 더 안나 P. 팬에게 손을 댄다면 그땐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어.”









“설마-”



해적선에서 발포한 대포소리가 들렸다. 안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곧이어 또 한 번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폿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듯, 대포 알 하나가 취조실 벽을 뚫어버렸다. 괴이하게도, 벽에는 구멍만 났을 뿐 취조실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다. 안나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요정가루의 냄새가 났다. 워낙 요정과 붙어살다보니 요정의 냄새든 가루의 냄새든 코가 익숙해져버려서 잘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식별할 수 있었다. 기묘한 점은 화약 냄새와 요정가루의 냄새가 섞여있다는 것이었다.



“안나 P. 팬!”



가까운 곳에서 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나는 본능적으로 엘사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말도 안 된다며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오랫동안 얻어맞은 탓에 자신이 환청이라도 들은 모양이라고 치부했다. 구레나룻 어른의 말대로 엘사 J. 후크가 정말 이곳에 왔을 리가 없다고.

돌연 취조실에 오싹한 한기가 돌았다. 벽면에 서리가 끼고, 천장 위로 고드름이 자라기 시작했다. 삐그덕하고 취조실 문이 열렸다. 피로 범벅이 된 엘사 J. 후크 선장이 위태롭게 서있었다.



“날 죽이러 여기까지 왔어? 아니면 설마 날 비웃으러 오기라도 한 거야?”



후크 선장이 자신을 구하러 올리는 없다. 이 생각을 배제한 작은 머리통에서 나오는 건 좁은 생각과 좁은 말 뿐이었다. 안나의 생각에 후크 선장은 자신을 비웃으러 왔거나 죽이러 온게 가능성이 높았다. 엘사는 말없이 밧줄에 묶인 안나를 안아들어, 어깨에 걸쳐 멨다. 딱딱한 쇠갈고리가 옆구리를 찔러 와서 안나는 몸부림을 치며 엘사의 품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다.



“엘사 J. 후크!”



후들거리는 몸을 추스른 한스가 엘사의 뒤를 쫓아 취조실에 들어왔다. 취조실의 벽면은 뻥 뚫려있어 바다가 그대로 보였다. 바다에서는 활대가 서로 엮인 배들이 전투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번 약탈도 성공이군.”



엘사 J. 후크는 자신의 어깨위에서 애벌레처럼 난동을 피우고 있는 안나 P. 팬의 몸을 쇠갈고리 손으로 고정을 시킨 다음, 바다를 향해 뛰어내렸다.

동반자살이라도 할 생각인가? 한스는 얼른 뚫린 벽면 가까이까지 다가갔다. 곧, 한스의 눈에 디딤돌을 밟고 뛰기라도 하듯, 허공을 가로지르는 엘사 J. 후크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엘사의 명령대로 소강기미를 보이는 전투에서 먼저 이탈해, 베리온 섬 가까이에 배를 정박시키고 있던 후크 해적단은 갑자기 하늘에서 배로 떨어지듯, 하지만 사뿐하게 활대에 선 엘사를 발견하고 기절할 듯 놀랐다. 심지어 엘사는 그 못된 애새끼를 어깨에 멘 채였다.



“맙소사, 선장님! 선장님 대체-”



요정도 아니면서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나타나냐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집어 삼켰다. 이 말을 했다가 다음 널빤지 행으로 끌려가기 딱 좋았다. 싫어하는 말은 많았지만 엘사가 그중 요정에 관련된 말을 제일 싫어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부하들을 움직이도록 명령한 건 활대에서 갑판으로 내려온 엘사였다.



“잔말 말고 배를 움직여. 네버랜드로 귀환한다.

아, 여기 남아서 약탈을 하고 싶다면 다른 배로 옮겨 타 다른 해적단 놈들과 함께 하도록. 단, 1시간만이다. 스미, 네가 다른 놈들을 이끌어 네버랜드로 귀환해라.”

“아, 알겠습니다.”

“저, 선장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주스크가 조심스럽게 새장을 들어올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새장을 지금 당장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베리온 섬에서 새장을 손에 든 그 순간부터 방금 전까지 팅커 벨은 고장 난 자명종처럼 쨍알쨍알 시끄럽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바보, 멍청이 등등 다수의 모욕적인 말을 했지만, 요정의 말을 알아듣는 해적은 없었으니 의미전달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지쳐버린 팅커 벨은 그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만일 안나가 엘사에게 붙잡혀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아까 소리를 지른 것보다 더 큰 목소리로 울어댔을 것이다.



“스미, 네가 가지고 있다가 네버랜드에 귀환하는 즉시 새장을 연 채로 바다에 던져버려.”

“네, 선장님.”

“그리고-”



안나를 들쳐 멘 어깨가 아파왔다. 엘사는 흘긋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나오기 전까지 선장실 안으로 들어오지 마라.”




------------------------------------------------------------------------------------------------------------------------------------------




ps. 점점 더 길어지나봐... 본편 내용이.... 나쥬미 죽 ㅠㅠㅠㅠㅠㅠ 짤막하게 끊어가면서 연재 텀을 줄이고픈데 그게 힘드네. 다음 편은 되도록 일찍 올릴게;


psps. 엘후크의 비밀 하나가 까발려지는 순간. 엘사 본인은 이 능력 쓰는 걸 극도로 꺼리는 편이고, 컨트롤이 약간 서툼. 감정이 격해지면 저도 모르게 튀어나감.


pspsps. 지금은 네버랜드 & 엘산나 중심이니 대충 뭉뜽그렸는데  여기서 나오는 서구는 서유럽, 북구는 북유럽 정도 됨. 시대배경도 차차 나올 예정.


pspspsps. 2016.01.05. 연도 수정


추천 비추천

24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끝까지 다 본 걸 후회하게 만든 용두사미 드라마는? 운영자 25/07/07 - -
AD AI 가전이 궁금해? 운영자 25/07/07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4] 운영자 14.08.29 168076 510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71] 운영자 13.07.31 440169 286
1125844 쪄주글뻔했워 [1] ㅇㅇ(223.38) 21:22 9 0
1125843 잘자욧 엘산나 ㅇㅇ(223.38) 00:37 9 0
1125842 헬요일이었어 ㅇㅇ(223.38) 07.07 11 0
1125841 뭐든 올라오거라 [2] ㅇㅇ(223.38) 07.06 30 0
1125840 열정열차 설갤러(168.126) 07.06 17 2
1125839 1년 반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해 ㅇㅇ(223.38) 07.06 21 0
1125838 그래도 작년보다는 덜 더운데? ㅇㅇ(223.38) 07.05 14 0
1125837 사는 게 재미가 없네 [3]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 42 0
1125836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그나마 덜 최악으로 왔으면 [2] ㅇㅇ(223.38) 07.05 40 0
1125835 청춘열차 설갤러(168.126) 07.04 30 4
1125834 올해도 에어컨 풀가동이야 [2] ㅇㅇ(223.38) 07.04 42 0
1125833 더위 에바네 진짜 [1]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 34 0
1125832 현퀘 끝 [1] ㅇㅇ(140.248) 07.04 25 0
1125831 안나의 상징색은 초록색일까 자주색일까 [3] ㅇㅇ(223.38) 07.03 51 0
1125830 비공식 공식 소식 떴다 [1] 설갤러(118.235) 07.03 68 0
1125829 목요갤은 역시 정전 [1] ㅇㅇ(223.38) 07.03 34 0
1125828 엘산나 ㅎㅇ ㅇㅇ(223.38) 07.02 23 0
1125827 겨울최고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 39 0
1125826 이제 본격적으로 덥대 잘 살아남아 봅시다 [2] ㅇㅇ(223.38) 07.01 46 0
1125825 11월 개봉이었는데 티저가 2월에 나왔었잖아 ㅇㅇ(223.38) 07.01 26 0
1125823 종점의 파라다이스 풍광 설갤러(168.126) 07.01 33 4
1125822 현퀘종료 ㅇㅇ(223.38) 07.01 19 0
1125821 하반기 ㅎㅇ 설갤러(39.7) 07.01 23 0
1125820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0 16 0
1125819 상반기 막글 [1] 설갤러(175.205) 06.30 36 0
1125818 일찍 잘게 [1] ㅇㅇ(223.38) 06.30 44 0
1125817 다른 애니를 봐도 엘산나 치환병 [1] ㅇㅇ(223.38) 06.30 56 0
1125816 다른 영화 보다가 엘사 생각나더라 [3] 설갤러(175.205) 06.29 76 0
1125815 2025년 하반기라고 [1] 설갤러(175.205) 06.29 50 0
1125814 2월도 아닌데 왜 벌써 인사한거야 [1] ㅇㅇ(223.38) 06.29 46 0
1125813 7월에도 잘 부탁쥼 [1] ㅇㅇ(223.38) 06.28 51 0
1125812 큰일났다 [5] 설갤러(175.205) 06.28 64 0
1125811 토요엘산나 ㅇㅇ(223.38) 06.28 19 0
1125810 뜨거운 금요일 이미 시작했다 ㅇㅇ(223.38) 06.27 24 0
1125809 금요제압해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7 19 0
1125808 금요점심해 ㅇㅇ(223.38) 06.27 19 0
1125807 연상안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51 0
1125806 오 약 2년 5개월 남은 프3 ㅇㅇ(223.38) 06.26 30 0
1125805 캭 오늘막글 ㅇㅇ(223.38) 06.25 20 0
1125804 엘사 오기 이틀 전 ㅇㅇ(223.38) 06.25 27 0
1125803 막글안돼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4 19 0
1125802 음 좋아 ㅇㅇ(223.38) 06.24 22 0
1125801 설설하하 엘엘산난나나하하이이 [2] ㅇㅇ(223.38) 06.24 58 0
1125800 늦음) 생존신고 겸 안탄절 낙서 [4]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3 158 6
1125799 안탄절 창작물조와 ㅇㅇ(223.38) 06.23 20 0
1125798 안탄절 기념 그림) Queen Anna Birthday 2025 [3]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2 119 6
1125797 저녁설하 ㅇㅇ(223.38) 06.22 19 0
1125796 뿌듯한 주말 보내는 중 ㅇㅇ(223.38) 06.22 25 0
뉴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서현-옥택연, 스타일부터 분위기까지 완벽 케미! 캐릭터 맞춤 전통美 의상에 시선 집중! 디시트렌드 07.0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