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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27)

유희자(118.43) 2017.07.27 01:55:19
조회 612 추천 19 댓글 3






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26)













황금 해골이 있던 무인도를 지나친 안나는 계속 해서 걸었다. 둘의 말다툼 소리가 뒤쪽에서 아득하게 들려왔다. 이상하고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저기 구멍 난 기억 때문에 혼란스럽고 답답했다.



“그래도 흐릿하긴 하지만 앞은 보여. 이대로 가면 돼.”



안나는 혼잣말로 저 자신에게 속삭였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생기는 불안함을 누르기 위함이었다.



“저걸 또 보게 될까?”



어쩐지 보고 싶지 않다. 저 안나는 틀림없는 자기자신이었지만, 정작 안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강탈당한 기억을 눈앞에 보여줘 봤자 약 올리기밖에 되지 않는다. 질 나쁜 장난이나 다름없다.



“장난은 요정들이 잘 치는데. 그럼 정말 요정들이 내 기억을 훔쳐갔다는 건가?”



안나는 계속 생각했다. 여기서 나가서 요정들에게 물어봐도, 요정들이 순순히 대답을 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알아야 해. 내 기억인데 내가 모르는 건 말도 안 된다구. 그럼 누구한테...”


- 네가 잊어버린 기억까지... 전부 내가 가지고 있어


불현 듯 후크 선장의 말이 떠올랐다. 어째서 후크가 제 기억을, 잃어버린 기억까지 갖고 있다는 건지 궁금했다. 버릴 수 없어서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는 아닌 것 같았다. 조심히 기억의 실타래를 잡아당긴 안나는 얼굴을 확 붉혔다. 지금은 떠올려도 도움이 안 될 기억까지 딸려 나온 것이다.
후크 선장과 입을 맞추고 있었다. 모양새로 보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채로.



“어, 어어, 아... 아?”



안나는 제 입술을 입으로 가렸다. 간질간질했다. 뭐라도 묻은 것처럼 연신 소매로 입술을 닦아냈다. 순식간에 입 주변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왜, 왜 입으로 때리는 거야? 역시 나빠 처먹은 해적이라니까. 근데 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데!”



키스가 뭔지도 모를 만큼 어린 안나 P. 팬은 누구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소리를 질렀다. 확확 달아오른 얼굴은 식을 줄을 몰랐다. 역시 엄청 나쁜 해적 선장이다. 기억이 궁금해도 절대 물어보지 않을 거다 절대로!



그러나 안나는 제 굳은 결심을 단 몇 분 만에 깨버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뒤쪽에서 선의를 입은 여자가 빠른 속도로 안나를 지나쳐 앞으로 달려 나갔기 때문이다. 마치 요정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지나간 자리에는 거친 숨소리만 남아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절박한 소리가 안나를 멈추게 했다.
후크였다.



“왜 하필 지금이야아-!”



안나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데 저 뒤를 따라가지 않으면 이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만난다면, 지, 진짜로 어쩔 수 없이! 만난다면. 진짜로! 난 진짜 싫다구! 맞아. 여기서 나가려면 어쩔 수 없어!”



절규하듯 자기합리화를 끝낸 안나는 달리기 시합을 하듯, 몸을 살짝 숙이고는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물속을 달리려니 평지에서 달리는 것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헤엄치는 건 싫었다. 따지면 캡틴 훅을 보는 건 ‘싫다’고, 헤엄치는 건 ‘정말정말 싫다’ 였다. 수영만 안 하면 된다. 2차 자기합리화를 끝낸 안나는 부지런히 발을 놀려, 간신히 후크의 뒤까지 바짝 쫓아가게 되었다.



“쳇쳇. 발만 더럽게 빨라서. 다른 해적들은 뒤뚱뒤뚱 거리던데.”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서 제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럼 욕이나 실컷 해줄 요량으로 바보멍청이똥개바보바보멍청이메롱메롱, 하고 같잖은 혀 놀림까지 선사한 안나는 문득 허무함을 느꼈다. 대체 뭔 짓거리인가 하고 한숨까지 나왔다.



후크는 호흡은 거칠었지만 뛰는 속도는 여전히 빨랐다. 조금도 느려지지 않고 필사적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어딜 가는 거야? 왜 그렇게까지 뛰어가?”



당연히 대답은 없다. 안나는 아까부터 쌓였던 소외감이 폭발해버렸다.



“야! 야! 너 자꾸 그러면 진짜-!”
“-이 빌어먹을 애새끼가!”
“힉”



놀란 안나가 고개를 움츠리고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잠시 후,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몹시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고작 해적 따위한테 쫄다니! 안나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발길질하는 시늉을 했다. 에잇 에잇! 하고. 그리고는 양팔 간격을 살짝 벌려, 틈새로 후크를 쳐다보았다.



주저 앉은 후크의 품 안에는 축 늘어진 또 다른 안나, '안나 P. 팬'이 있었다.



“-입 닥쳐. 누누이 말했지? 넌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그러니까 지금 죽지 마!”
“네 말은 안 들어.”



안나 P. 팬은 끊어지려는 숨을 간신히 이어가면서도 입을 멋대로 놀렸다.



“넌 고작 캡틴이잖아. 난 대장이고. 내가 훨씬 더 쎄.”
“웃기는 소리.”



후크는 안나 P. 팬을 안아든 다음, 아까처럼 빠르게 뛰었다. 이를 지켜보던 안나도 허겁지겁 뒤를 쫓았다. 안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 안나 P. 팬은 죽음에 이르고 있었고, 후크는 자신을 살리려 하고 있었다.



“후크.”
“말을 아껴라. 거의 다 왔다.”
“죽는 건 안 무서워.”
“무서워하는 게 좋을 걸. 네가 죽어도 난 널 죽이러 갈 거니까.”
“....안 돼....”



안나 P. 팬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절박하게, 후크는 달렸다.



“왜? 넌, 맨날 나 죽인다고 했잖아.”



안나가 멍하니 물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크의 발이 멈췄다. 후크의 앞에는 눈부신 빛 덩어리가 팔을 벌리고 있었다. 후크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안나 P. 팬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크가 뭐라고 외쳤다. 후크의 외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빛 덩어리는 반응을 보였다. 빛 덩어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가루가 후두둑 쏟아졌다.



안나는 그 이후로도 대여섯 번 정도 비슷한 ‘기억’을 보았다. 후크가 입고 있는 옷은 조금씩 바뀌었고, 후크의 얼굴도 조금씩 조금씩 어려졌다. 언제나 어둡고 음침하게 가라앉았던 분위기도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시간의 흐름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후크는 변함없이 죽어가는 안나 P. 팬을 안아들어, 달리고 있었다. 뒷모습에서도 절박함이 뚝뚝 묻어났다.



이윽고 후크는, 캡틴 훅은, 해적은, 여린 소녀가 되어있었다. 여기저기 헤진 흰색 슈미즈와  그 위에 잎사귀를 엮어 만든 외투를 입은 소녀는 안나 P. 팬을 품에 안고 달렸다. 잠시 후, 소녀의 발을 멈췄다. 소녀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후크를, 캡틴 훅을, 해적을, 소녀를 몇 번이고 무릎 꿇린 유일무이한 존재는 눈부신 빛과 함께 나타났다.



“요정... 여왕?”



안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든 다 할 테니 제발.. 안나를 살려주세요!”



백금발의 소녀는 무릎을 조아리고 이마를 바닥에 댄 채 빌었다. 그 앞에 앉아 있던 요정 여왕은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뭐든?>
“뭐든 다!”



요정 여왕의 손에서 한 줄기 물이 흘러내렸다. 바닥에 흘린 물줄기는 이윽고 금빛 가루로 변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요정가루가 한가득 쌓이자, 요정 여왕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이걸 다 삼킨다면 피터를 살려주겠어요>



소녀는 떨리는 손으로 요정가루를 한 움큼 집었다.



“안 돼. 먹으면 안 돼!”



안나는 손을 뻗었으나 소녀에게 닿지 않았다. 요정 여왕과 안나 P. 팬과 소녀가 있던 기억은 흐릿흐릿하게 모습을 감추었다.



안나만이 이곳에 남아 텅 빈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 가루를 먹으면...”



먹으면. 안나는 구토감을 느끼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몹시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 <피터, 이걸 먹으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예요>


가루를 삼키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된다. 아팠다는 기억을 잊고, 아픔마저 사라니까. 요정 여왕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요정들은, 기억을, 빼앗아...”



안나는 홀린 듯이, 제 목을 졸랐던 ‘해적 선장’이 했던 말을 되뇌었다.
아파서 가루를 삼킨 안나는 아프지도 않으면서 안나 P. 팬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삼킨 후크를, 캡틴 훅을, 해적을, 소녀가 있었던 곳을 쳐다보았다. 방금까지 무릎을 조아렸던 소녀가 있었던 자리에 차가운 온기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안나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출구’가 있었다.



“이대로는 못 가.”



안나는 터지려는 울음을 참았다. 그 눈동자는 분노로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 기억을 되찾아야 해.”



안나는 뒤돌아서서, 달렸다.












무작정 기억을 쫓아 달렸던 만큼, 안나는 자신이 얼마나 더 되돌아가야하는 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냥 무작정 달려야만 했다. ‘기억’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돌려 받고 싶었다. 그걸 방해하는 존재는, 해적이든 요정이든 용서치 않으리라.
안나는 단검을 쥐었다. ‘해적 선장’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을 가차 없이 찔렀던 단검이 예기를 뽐냈다.



“기억을 되찾으면 후크를 만나야지. 만나서...”



만나서 뭘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할까. 내 말을 들어주기나 할까? 어두운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두려웠다. 이내 안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기억을 찾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겁을 집어먹는다는 건 안나 P. 팬 답지 않았다.



“가자! 난 안나 P. 팬이라구! 모험은 두렵지 않아!”



안나는 스스로에게 의지를 북돋는 기분으로 당당히 가슴을 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가면 되는 것이다! 두렵지 않다!



<안나!>
“왁!”
<놀랐지, 놀랐지?!>



갑자기 안나 눈앞에 작은 빛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안나는 기겁해서 뒤로 넘어졌다. 물속이라 아프진 않았다.



“베, 벨? 너 팅커 벨?”
<뭘 얼빠지게 굴고 있어?>



팅커 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안나는 어버버 하면서 입만 뻐끔거렸다. 그러나 곧 안나는 이 또한 기억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제 몸에서 또 하나의 안나가, 안나 P. 팬이 튀어나와, 팅커 벨과 말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은 계속되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기억을 이정표삼아 이들을 쫓아가서 길을 찾으면 된다. 안나는 이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잘 만났다 이 말괄량이 요정!”
<마, 말괄량이?! 네가 할 말이니, 이 빨강머리 말괄량이야!>
“빨강머리가 뭐 어때서 이 딸랑이 요정아! 웬디는 예쁘다고 계속 칭찬해준단 말이야!”
<그놈의 웬디타령! 그 못생긴 애가 뭐가 좋다고!>
“웬디는 너보다 예뻐! 다른 요정들 보다 훠얼씬 더! 그리고 내가 경고 했지? 웬디 괴롭히지 말라고!”



웬디! 안나는 벼락에라도 맞은 것처럼 기묘한 전율을 느꼈다. 지금까지 봤던 후크에 관한 기억들이 여기저기 구멍이 난 느낌을 받았다면 이 기억은 송두리째 잘려진 느낌이 들었다. 후크는 웬디였다. 웬디. 웬디에 대한 기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티끌만한 흔적조차도.



“웬디...”



웬디가 여기에 있다. 안나는 주변을 살폈다. 땅 밑의 집 근처 숲이었다. 울창한 나무와 탐스러운 열매가 맺힌 덤불들이 있고, 키를 잰 흔적들이 표시된 고목이 있는 숲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보였다.
안나는 여전히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둘을 내버려두고 숲을 헤맸다. 어딘가에 웬디가 있다.



“콜록.”



기침소리였다. 안나는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하필 키재기 나무 뒤쪽에서 나고 있었다. 안나는 숨을 집어삼켰다. 소녀가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입을 가려 기침을 하고 있었다. 나무에 새겨진 키 표시를 넘어설 정도로 소녀는 키가 컸다.



“콜록콜록.”



말싸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후크의, 웬디의 기억인 것이다. 안나는 눈을 끔벅거렸다.



“아...”



기침과 함께 선혈을 한 움큼 토해낸 소녀는 나무에 등을 대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변이 얼어붙고 있었다. 소녀는 놀라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숨겨. 숨겨. 괜찮아. 느끼지마.”라고 중얼거렸다.



“이런 몸이니까...”



불치병에 걸린 건 아니다. 소녀의 몸은 다른 동년배의 몸보다 튼튼한 편에 속했다. 감기 같은 잔병치레를 겪어본 적도 없다. 네버랜드에 온 이후로 증세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차라리 병이었으면 했다. 병이라면 치료를 할 수 있고, 치료법이 없어서 죽어버린다 해도, 최소한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위안은 삼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건 병이 아닌 저주였다. 소녀가 지나간 자리에 살얼음이 돋아있었다. 소녀와 소녀의 가족 들은 이것을 저주라고 믿었다.



“빨리 가야겠다.... 피터가 걱정할 거야.”



소녀, 웬디는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아내고는, 땅 밑의 집으로 들어갔다. 안나도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기억은 거기서 끊기고, 또 다른 기억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소도 바뀌어, 이번에는 작은 꽃밭이었다.



<웬디를 집으로 돌려 보내>
“싫어.”
<웬디는 거의 어른이라구. 여기에 어른은 있어선 안 돼! 게다가 웬디는 허락받지 않은 아이야. 억지 그만 부려>
“싫어!”
<‘아이 고목’에 키를 재는 거 봤어. 너도 알잖아? 쟤는->
“‘아이 고목’? 이름도 유치하고! 난 그 키재기 나무 싫어. 그거 뽑아버릴 거야!”
<너...>



분노한 팅커 벨이 말을 와다다다 쏟아냈다.



<너 그런 짓을 했다간 여왕님이 가만 계실 것 같아? 여왕님이 어디까지 봐주실 것 같은데? 저 앨 멋대로 데려와서 멋대로 웬디로 삼고!>
“난 저 웬디가 아니면 안 돼. 웬디가 좋단 말이야.”
<끝까지 고집 부려! 흥! 어차피 웬디가 먼저 끝날 테지만>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안 알려줘 이 바보 얼간아!>



팅커 벨은 안나 P. 팬을 두고 떠나갔다. 안나에게 갈림길이 생겼다. 이대로 또 다른 안나를 보느냐 아니면 날아간 팅커 벨을 뒤쫓느냐로. 빨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팅커 벨을 쫓아갈 수 없게 된다. 팅커 벨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요정 여왕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면 한 번 더 웬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나는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안나가 망설이든 말든, 기억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쳇.”

 


토라진 안나 P. 팬은 입을 삐죽 내밀고 있다가 돌연 밝은 목소리로 누군가를 반겼다.



“웬디!”
“피터,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디였다. 안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확실히 이쁘긴 이뻤다. 팅커 벨보다 훨씬 더.



“못난이 요정이랑 좀.”



안나 P. 팬은 말을 얼버무렸다. 웬디를 내보내야한다느니 싫다느니 같은 화제는 필시 웬디를 슬프게 할 테니까.



“팅커 벨이랑 싸우지 말아요. 피터의 요정이잖아요?”
“필요 없어요, 그 시끄러운 요정. 내가 사양이라구.”
“아하하. 그렇게 싸우다가도 사이좋게 지내잖아요?”
“음. 뭐, 다른 요정들에 비해서 팅커 벨이랑 조~금 더 가깝긴 해요.”



안나 P. 팬은 웬디의 말에 바로 수긍을 했다. 웬디는 그런 안나 P. 팬을 쳐다보다가 눈을 내리깔며 조심히 물었다,



“아, 저, 피터?”
“응?”
“나도 팅커 벨처럼 피터를 ‘안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안나 P. 팬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물론이지!”



그러자 웬디는 꽃이 피어나듯 흐드러지게 웃었다. 안나 P. 팬도 순간 멍하니 웬디를 쳐다봤을 정도였다.



“안나.”
“응응. 응! 나 안나 P. 팬이야. 응! 웬디가 불러주니까 더 좋아요. 내 이름 불러주는 건 벨밖에 없어서...”
“내가 많이 불러줄게요, 안나. 안나. 안나.”



까르르 웃는다. 웬디도 따라 웃었다.



“안나. 안나도 날 이름으로 불러줄래요?”



안나 P. 팬은 입을 열었다. 딸랑. 딸랑. 말대 신 나온 건 요정들이나 낼 법한 방울소리였다. 당황한 안나 P. 팬은 다시 소리를 내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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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팅커 벨은 엘사를 웬디라고 안 불렀었음. '걔'나 '계집애'라고 지칭하곤 했는데. 안나도 계집애라서 하는 수 없이 웬디라고 칭해줌.




psps. 과거랑 현재시점이랑 섞어쓰는게 어렵구나 어흐흑. 8월 전체는 긴급 현퀘라 네버랜드를 빨리 끝내야하는데. 30편 넘겠네 ㅋㅋㅋㅋㅋ 다 잘라내고 있는데 어째서 ㅠㅠ




pspsps. 이번편은 좀 짧아서 원작 내용 조금 포함. 피터팬 까는 내용임.






"창문 닫으란 소리는 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돌아와서 들어오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
"참 그렇군. 내가 깜박 잊었어."

(윈도우는 열린문. 활짝 오픈.)


.
.

.


"팅크, 어서 창문을 닫고 잠가 버려. 그래 됐어! ...조금 뒤에 웬디가 오면 어머니가 걸어 잠근 걸로 생각하겠지. 그렇게 되면 하는 수 없이 나와 함께 네버랜드로 돌아가야 할 거야."



...피터는 줄곧 머리 속에서 이렇게 할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게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아 춤을 추며 날아다녔습니다.








허허. 원작 피터팬 이 싸이코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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