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히코 요시카즈 `요즘의 개헌론은 서브컬쳐적`

구름다리(221.166) 2007.05.14 11:02:23

조회 2969 추천 4 댓글 1

야스히코 요시카즈 `요즘의 개헌론은 서브컬쳐적`

요즘의 개헌론은 서브컬처적

기동전사 건담에서 주인공의 적으로 나오는 지온공국은 나치스입니다. 정렬해서 거수하며 "지크 지온".
그런데 건담의 인기는 지온 때문이라 할만큼 지온이 인기 있었습니다. 상당히 부정적으로 그렸는데도 그걸 잘 알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의 천성이란 것이겠죠.

(전 총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씨를 국민들은 "되도 않게 말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멋지다고 긍정했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걸 밀어붙이는 쪽이 사과하는 것보다도 좋다면서 말이죠. 그것도 어떤 류의 천성이겠죠.

"뭐 재밌는 거 없나?" 하는 관심에 이끌리는 것이 서브컬처의 세계. 거기서는 행동거지가 나쁘며 찰나적이고 비일상적인 것을 찾습니다. 예전에는 \'재미\'에 지나지 않던 건데 최근엔 뭔가 대단한양 얼굴을 치켜뜨고 나오며 실제 정치를 본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서브컬처적인 정치 붐이랄까요?

저는 아니메를 그만두고 나서 <보라빛 트로츠키>라는 만주국을 무대로 한 만화를 그렸습니다. 만주국은 일본에 있어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졌죠. 제대로만 하면 \'왕도락토王道樂土\'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라세우기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지에서는 일본인들은 으시대며 썩었고 결국은 인과응보. 진심이었지만 틀려먹었던 겁니다.

평범한 \'선악론\'으로는 뭔가 부족한, 인간의 삶의 방식이나 미묘한 것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의 혐중, 혐한과 한 세트인 개현론은 그런 건 관계없다는 투더군요. "(다른 나라에) 깔보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하면서 말이죠. 과격하고 임팩트가 있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서브컬처적이죠.

제가 학생운동을 하던 무렵에도 일본은 미국이 지켜줘서 반영구적으로 평화롭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삶이 평안하니 평화헌법은 버리기 어렵다, 그런 건 싫었지만 인류 최고의 목표를 적은 간판 그늘 밑에서\'해석 개헌\' 운운하는 부끄러운 상태도 이어져왔습니다. "이제 작작 좀 하고 그 간판을 떼어버리자"는 기분은 압니다.

하지만 요즈음의 이런 정치 분위기로는 너무나도 레벨 낮은 헌법 개정이 됩니다. 그럴 바에야 부끄럽더라도 분별이 갈 때까지 지금의 간판을 계속 놔둬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2007.02.11)

야스히코 요시카즈 : 1947년 홋카이도 출생. 弘前대 중퇴. 데츠카 오사무의 \'무시 프로덕션\'을 거쳐 TV아니메 <기동전사 건담><용자 라이딘> 등의 작화감독을 담당. 89년부터 만화에 전념. 주요 작품으로 <왕도의 개> 등. 神戸예술공대 교수. 만 5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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