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두번째 주장으로 되돌아오면..

신이란 존재가 그걸 확인하고 승인하지 않는다면 윤리판단의 절대성은 무너진다는 생각이죠.

이런 주장을 많이 접해 보셨을 겁니다. 이 주제는 플라톤이 이미 자신의 책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 에우튀프론의 대화에서 그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아주 설득력있는 의견을 내 놓는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그가 \'도둑질하지 말라\'는 도덕적 명제를 예로 들어 묻습니다. \'왜 도둑질하는 행동이 나쁜가?\'
친구가 \'신이 그런 짓은 나쁘다고 했으니까요. 신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명령하니까요\' 라고 대답하자
소크라테스는 \'그렇다면 신은 어떻게 이 명제에 도덕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고 되 묻습니다.

그 이유는 그 명제가 원래 그 자체로 도덕적이기 때문이지 누군가의 명령이나 지시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예를 바꾸어, 어떤 사람이 \'살인은 옳은 일이다\'라고 말한다고 가정합시다.
여러분은 당장 \'말도 안돼. 살인은 나쁜 짓이야\'라고 대답할 테죠.
그런데 그가 \'신이 살인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만약 신이 옳지 않은 일을 옳은 일이라고 선포한다면, 그 땐 신이 \'틀린\' 겁니다!!
아무리 신이라도 악을 선으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는 거죠.

실제로 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옳은 명제를 \'반영\'하고 그것을 선포하는 것 뿐입니다.
도둑질이나 살인이 자체로 나쁘기 때문에, 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반대가 아니라는 거죠. 신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바이블의 구절 중 어떤 부분은 꼭 지켜야 하지만, 어떤 부분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은
이상한 주장입니다.

중요한 윤리적 판단을 내릴때 그 기준을 바이블로 삼는다면
바이블에서 어떤 구절이 \'바람직한\' 것인지 판별하는 기준은 과연 뭘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왜 바이블에 매달릴까요?

우리가 어떤 구절이 우리 사회에 \'좋은\' 덕목인지, 나쁜 덕목인지 판단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저는 종교가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생겨난 도덕관념에 무임승차했다고 의심합니다.
저는 우리의 도덕관념의 뿌리를 과학적으로 해명하길 원합니다.

우리의 도덕관념은 상상 속의 어떤 신이나 경전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진화 과정을 통해 자연 선택된 \'이타적 유전자\'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올리버 커리 Oliver Curry, 진화 심리학자, 런던 정경대:
인간은 침팬지나 다른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세련된 사회적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그둘 사이에 \'넘지 못할 4차원의 벽\' 같은 게 있는 건 아닙니다.
침팬지의 그것을 \'MS-도스\'라고 한다면 인간의 것은 \'윈도우2000\'에 비유할 수 있죠.

도킨스:
종교인들은 그들의 신, 혹은 고대의 경전이 선악을 결정하는 절대적 잣대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정말로 선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것을 행하는 것이
신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도덕적인 게 아닐까요?

우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선악의 관념은 처음부터 종교와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본성에는 친절함, 동정심, 자비로움 등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다윈의 진화론이 그런 것들이 생겨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화적 과거의 상당한 기간 동안 우리는 \'이타적 유전자\'를 선호하는 환경에서 살아 왔습니다.
유전자의 생존은 내 가족을 보살피는 것, 그리고 서로 위협을 느끼지 않고 활동을 하는 것에 의존했습니다.
이것은 "네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 주는"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리버 커리와의 대화]

올리버 커리:
종교를 개입시키는 것은 도덕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입니다.
도덕관념은 종교보다 그 기원이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죠.
물론 인간은 선천적인, 또 다양한 도덕관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들은 침팬지와 같은 다른 사회성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발달한 형태로 봐야 합니다.

도킨스:
우리가 침팬지 무리에서 어떤 도덕관념, 혹은 원시-도덕관념을 관찰할 수 있나요?

올리버 커리:
예, 우선 그들은 가족 단위의 집단생활을 합니다. 어미와 새끼들이 언제나 한 팀이 되어 활동하죠.
특히 침팬지들은 우리가 \'공공 서비스\'라고 부를만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 능숙합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무식한 힘자랑 대신, 리더쉽을 보이거나 혹은 다툼을 평화적으로 중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합니다.

도킨스:
이렇게 서로 협동하는 것, 혹은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떤 진화적 이득을 가져다 줄까요?

올리버 커리:
무리를 지어 함께 행동하면 보통 참여하는 개체 전부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보다 집단이 더 나은 것입니다.
(다큐멘터리라 그런 지 아주 간단히 다루고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이런 내용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를 참조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도킨스:
종교, 경전, 혹은 교황이나 아야톨라의 지시가 없어도 우리들의 기본적 도덕관념이 놀랄 정도로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은
아마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적 본성에 그런 관념이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성 동물인 인류는 살인이나 강간, 도둑질이 허용되는, 즉 아무도 그런 사회에서 살기 원치 않는 단계를 졸업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도덕관념,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념은 지금도 계속 변화,발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