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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메인갤!!) 가을을 줍다

첫사랑(211.50) 2013.10.30 11:00:56
조회 723 추천 13 댓글 8

 

  이웃집 담장을 따라 길게 이어진 넝쿨들이 붉은빛과 진노랑색으로 물들어가고 담장 옆 골목길은 한가로운 가을빛이 노닐고 있다.

회색의 건물들틈에 끼어 살았던 곳을 떠나 이 곳에서 맞는 첫 가을은 잔잔한 클래식의 선율처럼 평화롭고 가을 햇살만큼이나 여유로웠다.

성인 남자 두 사람이 함께 이사왔음에도 이웃들은 크게 놀라거나 호기심어린 시선을 주지 않아 오히려 놀란것은 두 사람이었다.

이 마을을 소개해준 신부님의 말씀대로 편견없는 시선, 남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더 할 수 없이 고맙고 감사했다.

 

  바람이 불었는지 앞 마당 잔디에 나뭇잎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늘 곁에 있는 카메라를 습관처럼 들고 나갔지만 한 차례 지나간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비어있는 목덜미에 소름을 만들고 지나가자 한 순간 온몸의 세포들이 일어나 춥다고 아우성이다.

오슬오슬 떨리는 팔뚝을 문지르며 들어가려다 눈 앞에 걸린 하늘이 오도가도 못 하게 마음을 물고 늘어졌다.

우선 따뜻한 옷이라도 입고...라고 마음을 다독이고는 두툼한 가디건을 걸치고 문 밖을 나섰다.

 

  몇 채의 나즈막한 집들 사이로 한 껏 기지개를 켜며 가지각색의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언제 이렇게 계절이 변했을까?...스스로 피식거리는 웃음을 거두며 사각의 프레임속에 보이는 것들을 채워넣었다.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바람을 따라 유영을하고 나뭇잎들은 스스로 땅으로 내려와 흙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보니 숲 길이었다.

나뭇잎들의 흔들거림에 틈 새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셨다.

발 밑의 나뭇잎을 하나 집어들고 숲 길 의자에 앉았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촉촉함이 손 끝을 따라 전해졌다.

손바닥 크기의 나뭇잎을 정성스레 닦아 옆에 놓아두고, 또 하나의 나뭇잎을 집어 소중한 물건을 다루 듯 닦아주었다.

누군가의 기쁨이 되었을 어느 한 철의 푸르른 기억을 뒤로하고 또 다시 내일을 약속하는 계절의 시간들에 문득 코끝이 시큰거렸다.

 

  어린시절의 치기어린 반항은 죄절이라는 댓가를 치뤄야했고, 세상을 거부하는 방황은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야하는 고통을 남겼다.

남들처럼 푸르기만 할 것 같았던 그 시절, 오늘을 즐기며 세상 속에서 마음껏 웃었던 그 시절...

많은 것을 잃었고, 치유할 수 없는 상처들이 곪아 터져 차마 죽기를 소원했던 그 시절...그러나 그렇게 보내기에는 너무도 가여운 삶.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하는 것에 굴복하며 슬픔보다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당당함으로 버텨냈다.

그리고 만난 인연...그 반짝거림에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순간이었다.

초조해하며 누군가를 기다린 것도 아닌데 그의 뒷 모습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그가 남긴 명함을 들고 무작정 걷고 있는 그를 돌이켜 세웠다.

놀란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거리다 이내 잠잠해지는 것을 보고, 팔을 끌어 가까운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뒷 모습을 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초조감이 사라졌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망성이는 그의 앞에 젓가락을 놓아주고 뜨겁게 김이 오르는 국을 식혀주었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밀어주니 아주 잠깐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초조하지 않았고, 더 이상의 슬픔도 없었고....흘러내리던 상처의 아픔도 멈추었다.

그렇게 그와 인연이 되었다. 그림자처럼 스며들어와 상처를 감싸안고 웃어주는 사람.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에 난 상처를 닦아주고 그의 눈에 나를 담았다. 내 마음에 그를 담은 것 처럼...

 

  해가 지고 있는지 햇살이 주춤거렸다.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가방을 메고 일어서며 정성껏 닦았던 나뭇잎들을 손에들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그가 오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기다려 줄 것이고...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을 아니까...

 

  "이제 와? 추운데 옷 좀 따뜻하게 입고 나가지 그랬어."

 

  "따뜻하게 입었어. 잘 다녀왔어?"

 

 "응...환절기라 그런지 환자가 좀 많아서 고생했지만 후후. 그건 뭐야?"

 

  "어?...아...가을..."

 

  "가을? 후후 무슨 소리야. 가을이라니."

 

  "가을이 가는게 아쉬워서...우리가 처음 함께 맞는 가을이 가는게 아쉬워서...

그래서 영원히 기억하려고 주워왔어. 우리의 가을..."

 

  "후후...잘했어. 가을을 줍다니 하하하하. 그런데 벌써 이렇게 나뭇잎들이 변한거야?"

 

  "그래. 그렇더라구. 우리 와인이라도 한 잔할까? 가을을 주운 기념으로?"

 

  "와인 좋지. 그 전에 일단 뭐 좀 먹자. 바빠서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더니..."

 

  "이리와 봐...너 보고싶어서 혼났다. 바쁠까봐 전화도 못 하고."

 

  "뭐야...작업한다고 해서 일부러 전화도 안 하고 문자도 안 했는데...나도 참느라고 혼났어 후후."

 

  "알아...좋다...따뜻해..."

 

  "응...나두 좋다. 너한테 가을 냄새가 난다...나무 냄새도 나고..."

 

  "그래서 싫어? "

 

  "아니...좋아...우리 주말에 어디 여행갈까? 네 말대로 가을 주우러?"

 

  "그럴까? 나야 언제든 좋지."

 

  "가자. 토요일에 가서 일요일 늦게 오면 시간 충분할거야. 그러니보니 우리 여행간지도 오래됐다."

 

  "어...네 말대로 일단 뭐 좀 먹자. 너 배고프다며. 기다려 금방 너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여줄게.

얼른 씻고 나와. 왜? 왜 그렇게 봐?"

 

  "후후...아니야. 씻을게. 김치찌개하니까 더 배고파지는데."

 

  "말 돌리긴 후후후...하여간 너 하하하."

 

  "내가...내가 뭘...시끄러 밥이나 빨리 줘."

 

  "내가 밥순이냐 밥이나하는 하하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가 퉁퉁거리며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그의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치를 꺼내 썰고는 적당히 물을 부어 가스불에 올리고 밥통에 밥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냉장고를 열어 마른반찬들을 꺼내 식탁을 장식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밖은 이미 어둠으로 짙게 물들어 마당에 있는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시려보이는 밤이었다.

주워온 가을을 책 갈피에 끼우며 그와 보내는 첫 가을이 영원이 되기를...기도했다.

어느 햇살 좋은 바람부는 날...그렇게 길에서 가을을 주웠다.

 

 

 

 

 

 

***글쓰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느낌 ㅎㅎ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 감기 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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