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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씨가 삼국지를 펴냈네용.

영호충 2004.11.24 11:39:40
조회 1205 추천 0 댓글 13


5년만에 ‘삼국지’ 안고 돌아온 장정일 △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장] 장정일, 새 ‘삼국지’ 기자회견 한족중화주의·이씨에 날선 비판 <삼국지>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이 또 있을까. 한국 독자들의 <삼국지> 사랑은 실로 놀랍다. 너무 많은 <삼국지>가 나오고 팔리는 통에 균형잡힌 독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고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새로운 <삼국지>가 하나 더 등장했다. 새로운 삼국지의 주인은 바로 소설가 장정일(42). 그가 5년 만에 자기 이름을 내건 <장정일 삼국지>(김영사 펴냄·각권 8900원)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음란성 파동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이 ‘논쟁적 작가’와 <삼국지>의 조합은 뜻밖이고 또 그래서 눈길을 끈다. 장씨야말로 삼국지와 가장 거리가 멀 것같은 작가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씨가 <장정일 삼국지>를 들고 나옴으로써 현재 출판시장에서 ‘황금시장’으로 꼽히는 ‘삼국지 시장’은 기존 <이문열 삼국지>와 <황석영 삼국지>, <장정일 삼국지>가 정말로 ‘삼국지’ 구도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22일 열린 장씨의 기자회견장에는 장씨의 유명세를 반영하듯 거의 대부분의 종합지 문학 또는 출판 담당 기자들이 참석해 근래에 드문 ‘성황’을 이뤘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 색 옷을 입고 나온 장씨는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섬세한 말투로 뚜렷한 주관과 날선 비판 의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장씨는 <장정일 삼국지>가 시장에서 맞붙게 될 가장 덩치 큰 상대인 <이문열 삼국지>에 대해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장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출판사쪽을 통해 발표한 ‘나의 삼국지 이야기’란 글에서 <이문열 삼국지>을 매섭게 질타했고,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이문열삼국지>의 보수성과 고답성 불구 ’번역’이란 이유로 비판전무” 장씨가 비판한 <이문열 삼국지>(민음사 펴냄)는 이문열씨가 <나관중본 삼국지>를 평역한 것으로, 지난 1988년 출간된 뒤 해마다 거의 100만권씩 팔리며 지금까지 모두 15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다. 특히 대학 논술고사에 좋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이 책은 논술교재로도 폭발적 인기를 누려왔다. 그동안 이문열씨의 보수적 경향과 정치적 성향에 대한 비판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이문열 삼국지>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전무했던 실정이었다. 장씨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문열씨의 ‘보수성’과 ‘고답성’이 <이문열 삼국지>속에 면면히 숨겨져 있는데도 이 ‘문제 많은’ 삼국지에 대해 비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온전한 저작이 아니라 평역한 ‘번역서’라는 점 때문에 식자들과 비평가들이 “봐주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가 그토록 자랑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평설 역시 객기와 객담의 차원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씨가 앞서 발표한 글 ‘나의 삼국지 이야기’와 이날 기자회견을 토대로 모처럼 돌아온 ‘장정일’ 그리고 ‘장정일 삼국지’ 이야기를 전한다. “삼국지는 하자 투성이… 새로 쓸 수밖에 없었다.” 출판계에서 ‘삼국지’는 ‘삼국지 시장’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비중이 큰 책이다. ‘삼국지’는 단순히 역사소설이 아닌 일종의 처세서로도 인기 높고 논술교재로도 손꼽히기 때문이다. 해마다 100만명 정도가 새롭게 생겨나는 ‘황금시장’으로, 출판사라면 모두가 뛰어들고 싶어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출판사로서는 부담이 엄청난 책이기도 하다. 분량이 10권에 이르다보니 제작비가 다른 책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또한 ‘삼국지 시장’에는 언제나 뛰어넘어야 하는 선행주자들이 존재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황석영 삼국지> 앞에는 <이문열 삼국지>가 버티고 있었듯 <김구용 삼국지> 앞에는 <김광주 삼국지>, 그 앞에는 <박종화 삼국지>가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삼국지’는 작가가 먼저 시작하기 보다는 출판사가 작가를 찍어 작업하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이번 <장정일 삼국지> 역시 출판사 김영사가 먼저 ‘새로운 젊은 삼국지’로 기획해 그 적임자로 장씨를 선택해 이뤄졌다. 그러나 장씨가 처음부터 삼국지 제의를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장씨는 “한문도 모르고 번역도 못하므로 거절하다가 출판사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한글작가 장정일’만의 새로운 판본을 내놓겠다는 도전의식으로 수락했다는 것이다. -거의 5년 만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간혹 발표하는 ‘독서일기’를 빼고는 온전히 이 작업에 매달렸다. 내가 ‘삼국지’를 쓴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의외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실제 삼국지는 나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 처음 김영사가 삼국지를 써달라고 제의했을 때 그래서 거절했다. 삼국지가 워낙 남성적 서사로 가득찬 군담영웅소설이자 권력투쟁의 이야기란 점에서 개인적 성격과 전혀 맞지 않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중에 제안을 받아들여 쓰기로 정한 뒤에 고민도 많았다. 삼국지는 여성잔혹사…유비는 “형제는 수족과 같고 처자는 의복과 같다” -보도자료에 수록된 ‘여성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 “남성들의 세계가 기만과 모략, 굴종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삼국지>를 보며 비웃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흔히 고전을 ‘남녀노소’가 모두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고전은 여성들에게는 전혀 친절하지 않은 책, 여성의 접근을 막는 금줄을 쳐놓고 있는 책들이다. <삼국지>가 그 대표적인 고전이다. △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러나 삼국지를 잘 살펴보면 꽤 많은 여성인물이 등장하는 것에 오히려 놀라게 된다. 대신 대부분이 경국지색의 요부거나 당대 유교이념을 대편하는 열녀들이다. 그러다보니 삼국지는 일종의 ‘여성 잔혹사’에 가깝다. (장씨는 삼국지의 ‘여성 잔혹’ 결정판으로 ‘유비’를 꼽았다! 유비는 <삼국지>에서 “형제는 수족과 같고 처자는 의복과 같다”면서 무려 4차례나 부인을 팽개치고 도망다녔다.) 특히 조조의 근거지를 빠져나온 관우가 형수인 유비의 부인을 호위해 유비를 찾아가는 도중의 이야기는 실소를 자아낼 지경이었다. 당시 관우의 명성을 들은 황건적 잔당들이 관우에게 자신들을 거둬달라고 원했다. 관우가 거절해도 그들은 계속해서 졸라댔다. 그러자 관우가 유비의 부인인 감부인에게 가서 방도를 묻는데, 대부분의 기존 삼국지에서는 감부인이 “남편과 황군의 이름을 욕되게 할 수 없으니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쓰고 있다. 그런 여성상에 대해 반감이 들어 나는 감부인의 대답을 바꿨다. “예로부터 병비일가(兵匪一家)라고 했으니 받아들여도 되지 않겠는가”라고. 곧 군인과 비적은 원래 하나라는 것.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로 남성적 기만의 세계를 통째로 거부하고 비꼬고자 한 것이다. 여성독자들이 삼국지를 많이 읽고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용호상박의 싸움을 벌이는 남자들의 전 생애가 위선과 기만, 모략에 더해 굴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비웃어 주기를 바란다. 삼국지는 허구의 비중 더 높아…칠실삼허 아닌 ’삼실칠허’ -가장 어려웠던 점은? =흔히 삼국지를 실제가 7할, 허구가 3할이어서 ‘칠실삼허’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알았다. 그런데 쓰겠다고 하고 직접 읽어보며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와 비교해보니 사실은 그 반대로 3할이 실제고 7할이 허구인 ‘삼실칠허’였다. 이 간극 사이에서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가 고민스러웠다. -이전 삼국지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가? =부담이야 출판사가…(웃음). -직접 번역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는데? =원래 우리 독서시장에서 그리스로마신화는 거의 대부분 불핀치가 묶어펴낸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로마신화>가 나온 이후로 이 불핀치란 이름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 나관중 삼국지만 사람들이 아는데 실제 삼국지는 많은 판본이 있다. 나관중본과 모종강본은 숱한 삼국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하나의 원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이다. 지금까지 나관중본으로 읽을 이유는 없다. 그래서 번역이냐 아니냐의 접근은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판본, 내 개인적 창작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제 정사에는 ‘도원결의’나 적벽대전의 ‘연환계’, 초선의 미인계 등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특히 소설 삼국지들의 춘추필법과 한족 중심사관을 교정하고 싶었다. 춘추필법은 미리 선악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삼국지를 실제 읽지도 않은 사람들도 유비는 선이며 조조는 악이라고 안다. 또한 한족이 아닌 동탁, 여포 등은 당시 다른 제후들처럼 주인없는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이들인데 특히나 폄하되어 있다. 이는 철저한 한족중심 사고다. 문제는 우리 작가들이 번역한 삼국지들이 이런 사고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독자들의 내면에 중화주의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조조간웅론, 황건적, 동탁, 여포 폄하는 철저한 한족중심 중화주의 장씨는 중화주의적인 사례로 여러가지를 들었다. 우선 꼽은 것은 ‘조조 간웅론’. 인물평을 잘하기로 소문한 허소라는 이가 조조의 관상을 보고 “그대는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간웅”이라고 했다는 부분이다. 장씨는 나관중본과 모종강본에는 이 말에 조조가 크게 기뻐했다고 되어 있는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의도적 윤색이라고 분석했다. 태평성대에는 고만고만한 신하로 만족하고, 혼란한 시대에는 더욱 혼란을 부추길 사람이라는 평에 조조가 기뻐했다는 것은 뭔가 아귀가 안맞기 때문이다. △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실제 <후한서>같은 정사 역사책에서는 이 구절을 정반대로 “그대는 태평세월의 간적이요, 난세의 영웅”이라고 반대로 쓰고 있다고 한다. 곧 ‘혼란한 세월이 오면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 것이고, 그래서 젊은 조조가 기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관중, 모종강은 허소의 인물평을 왜곡해 ‘영웅’을 ‘간웅’으로 바꿨는데 이는 촉한을 세운 유비를 왕조의 정통성을 이은 인물로 강조하기 위해 조조를 능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황건적’이란 호칭에 대해서도 장씨는 이의를 제기했다. “‘황건군’을 ‘황건적’이라고 사갈시하는 기술 또한 유교이념이 득세했던 시절의 체제지배적 해석”이란 것이다. “동학란이란 비칭이 동학농민혁명으로 승격되어 불리는 이 시대에, 옛날 옛적 먼 나라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황건기의(黃巾起義)’이라고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는 일에 인색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장씨는 되물었다. 그리고 문제는 한학자 출신 번역자들이 이처럼 원전중심주의에서 한발도 비켜나지 않으면서 이 땅을 그늘지게 한 중화주의의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비판했다. “<이문열 삼국지>는 작가의 온갖 보수성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이자 무덤” 장씨는 <삼국지>가 “그것이 읽혀지는 시대와 우리 주변의 인물 군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현재 행형의 역사”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삼국지>로부터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지 ‘안이한 번역본’들처럼 그것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비난한 ‘안이한 번역본’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삼국지를 재구성하고 당대와의 대화를 시도한 삼국지로 <이문열 삼국지>를 꼽았다. 오로지 이 평역 삼국지만이 천년 전 중국 역사와 현재 사이의 ‘역사적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열 삼국지>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열삼국지는 80년대 민중의식과 운동권에 각을 세우기 위해 쓰였다 본다” -<이문열 삼국지>가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는데, <삼국지> 자체가 원래 그런 보수성을 지니고 있는 텍스트인 측면도 있지 않은가? =이문열 선생의 삼국지는 평역이라고 하고 그래서 평문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내가 느낀 바로는 이 삼국지가 80년대를 이끈 민중의식과 당시 운동권에 대한 목적의식적인 ‘대타의식’을 갖고 이에 대한 각을 세우기 위해 쓰여졌다고 보인다. 그래서 작가의 보수성과 고답성이 면면히 은닉되어 있다. 작가가 그토록 자랑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평설 역시 객기와 객담의 차원에 불과하다. 오늘에 와서 두차례 대선을 거치면서 뒤늦게 이문열 선생의 보수성을 이야기하는데, 이 선생의 보수성이 이미 모두 이 <이문열 삼국지>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비판적인 이야기를 안했던 것은 식자들이나 비평가들이 봐주었기 때문이다. 그 <삼국지>가 작가의 온갖 보수성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이자 무덤임에도 불구하고 식견 있다는 사람들은 번역이지 작가의 온전한 저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책을 찬찬히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에 태만했다. “우리는 유비의 편도 조조의 편도 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어떤 가치관으로 새롭게 삼국지를 쓰고자 했는가? =춘추필법과 한족중심주의 덜어내고 아래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독자가 조조의 편도, 유비의 편도 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미리 선악이 정해져 있으면 독자가 선택할 여지가 없다. △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또한 중화주의와 춘추필법 걷어내고자 햇더니 ‘소설이 보였다’. 이는 사람 심리가 더 잘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관중본을 보면 유비가 제갈량을 군사로 모시기 위해 찾아가는 ‘삼고초려’ 일화가 나온다. 그 내용을 보면 유비가 찾아갔는데 제갈량은 마침 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서 유비는 저 멀찍이 떨어져 그가 깨어나길 기다렸다고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유비가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참모가 없어 그토록 아쉬워했던 그가 그 유명하다는 제갈량을 찾아가게 되었으니 도대체 제갈량이란 어떤 이인지 몹시나 궁금해 했을터이고, 그래서 처녀가 선보듯 가슴 콩닥거리면서 제갈량이 잠든 모습을 슬쩍 보기도 하면서 도대체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했을 것으로 본다. 그런 심리적 부분을 중시했다.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삼국지가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무엇으로 보는가? =삼국지가 재미있는 것은 삼국지를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삼국지에 대해 말하게 하는 점이다. 이는 삼국지가 워낙 많은 내용과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 관심있는 이들은 외교 이야기를 하고, 다른 부분에 관심있는 이들은 그 부분을 말한다. 의료, 그리고 요리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책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음에도 나관중본 등은 춘추필법과 중화중심주의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해놓았다. -아쉬운 부분은? =동아시아 전체적 관점에서 많이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제후들 가운데 상당수가 변방인들로, 동아시아의 거의 모든 민족이 등장한다. 고구려 이야기도 나온다. 동명왕이 군대를 파견해 위군과 함께 공손씨를 토벌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관점의 서술을 많이 집어넣지는 못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를 해체하는 것이 우리에게 모종의 자각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껏 삼국지와 우리 사이에 거리를 둘 필요가 없는 모종의 일체감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삼국지>를 읽는 한국 독자들은 항상 유비를 ‘우리편’으로, 조조를 ‘나쁜 편’으로 정해놓고 읽게 됐고 그러다보니 유비 삼형제가 모두 죽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책읽기를 멈추기까지 한다. 이게 바로 ‘삼국지는 우리것’이라고 여겨온 우리 무의식이다. 이제 이런 의식과 결별해야 한다. 우리는 조조의 편도, 유비의 편도 될 필요가 없다. 대신 전투로 날이 새고 지는 그 시대에 대한 해석을 통해, 말썽 많은 오늘날의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지혜를 얻으려고 해야 한다. 칠종칠금의 다른 해석…맹획의 가열찬 투쟁 덕에 제갈량은 남만 자취권 인정 장씨는 삼국지를 관통하는 춘추필법, 곧 유교를 배운 한족은 선한 ‘청류’로, 반면 변방민족은 악한 ‘탁류’로 해석하는 관점의 폐해를 누누히 지적했다. 이런 시각의 문제점이 우리 독자들의 내면에 매점을 심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장씨가 지적한 것이 그 유명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고사다. 칠종칠금 고사는 제갈량이 남만의 장수 맹획을 일곱번이나 사로잡았으면서 매번 풀어주어 결국 오랑캐로부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복종을 끌어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 독자들은 제갈량의 재기와 인덕에 경탄하면서 중국인들의 배포에 감탄하기 쉽다. 그러나 장씨는 “이 일화가 중국인들에게 읽히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고까지 표현했다. 그 이유는 이 일화에 중국의 오만한 중화사상과 주변국들 다스리는 통치술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숨은 이데올로기를 직시하게 되면 더이상 제갈량의 재기나 중국인의 배포에 놀라지 않고, 오히려 미련하고 염치없어 보였던 맹획의 행동에서 지혜를 끌어내려 하게 될 것이라고 장씨는 강조했다. 그가 보기에 맹획은 주체성을 가지고 끈질기게 저항하는 것만이 한 민족의 존엄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길이라는 것을 일찍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맹획이 그토록 가열차게 투쟁했기에 제갈량은 힘들여 정복한 남만에 자취권을 인정하고 군대를 거두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한겨레> 문화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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