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의 음성학적(phonetic) 위대함을 노래로 증명한 가수 등려군.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변모해 온 그녀의 얼굴은,
대한민국 역대 미녀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조금씩 닮은 듯 하다.

그녀의 노래가사 대부분이 순수하면서도 유치하지 않고,
애절하면서도 천박하지 않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이따금 머리가 복잡해 질 때, 그녀의 연창회 (演唱會-중화권에서는 콘서트를 이렇게 부른다)
실황을 들으면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오른다.

그녀는 항상 연창회의 끝 곡으로 再見, 我的愛人(Good bye! My love)을 불렀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가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연창회의 이 마지막 노래가사는,
그녀를 오랫동안 흠모했었던 사람들의 가슴을 찔렀을 것이다.

안녕, 내사랑!

그녀는 그렇게 지구와 이별한 후,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영원히 빛나는 별을 남겼다.

가끔 뭔가가 꼬일대로 꼬여서 안 풀릴 때마다
대만 진산(金山)에 있는 그녀의 무덤을 방문한다.

그리고는 상석(床石) 위의 향로에 향불을 꽂으며 소원을 빈다.
그 바램이 이루어지는데 가장 오래 걸린 것이 5개월이다.

진산으로 가려면 타이베이 역 근처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진산행 버스를 타도 되지만,
달리는 버스 창문을 통해서 대만 북쪽 해안가 풍경을
좀더 오래 구경하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고 단수이(淡水) 역으로 가서,
해안도로 코스를 달리는 진산행 버스를 타고 왼쪽에 앉으면 된다.

삽상한 바람이 파도를 타고 넘실대는 해안 도로 위에서
마치 덕아웃에서 팔짱을 끼고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김응룡 감독처럼, 
달리는 차량의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해풍(海風) 냄새에 젖어든다. 
그리고 한 시간 남짓이면 진산에 이른다.

거기서 하루에 두번 있는 주밍(朱明)미술관 행 셔틀을 타고
미술관에 도착한 후 조금 걸어가면 되고,
시간을 맞추지 못해 셔틀을 타지 못하면 곧장
택시를 타고 무덤이 있는 산중턱으로 향해도 된다.

물론 그냥 걸어 올라가도 된다. 시간이 많다면...

바다를 낀 산비탈에 있는 무덤이라 습도가 많아서 그런지,
갈 때마다 구름이 끼거나, 안개에 덮히거나, 아니면 비가 내렸다.

상석에 붙은 그녀의 사진은, 궂은 날씨로 인해 물기에 젖어 눈물을 흘린다.
3번이나 갔는데도 날씨가 맑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의 무덤에 참배한 후 내려오는 산길에서 
북쪽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장쾌하다.
멀리 진산 앞바다가 아스라이 보인다.

ps. 혹시 등려군 노래 좋아하는 사람있으면. 
      홈피에 연창회(live) 실황 깔아두었으니 들어도 좋다.
      비오는 오늘, 갑자기 그녀의 노래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