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영도 통통배 풍경

오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4.30 19:47:38
조회 482 추천 0 댓글 8

통통통.
오늘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은 통통배 한 척이 부산 영도 대평동과 자갈치 사이를 오간다.
통통배가 오고 갈 때마다 낡고 허름한 도선장에는 평범한 영도 사람들이 모여든다. 자갈치
시장에서 해산물을 산 주부도 있고, 윤기 나는 머리를 휘날리는 여고생도 있다. 어떤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지긋한 눈길로 바다를 쳐다본다. 저쪽 뱃머리에선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주변의 풍경을 찍는다.

b2870bf13a2157ea6d5cf1fb7161f42c.jpg

통통배 위로 날아다니는 한 떼의 갈매기들. 갈매기들은 작은 울음소리와 함께 힘찬 날개 짓을
하면서 배 주변을 돌아다닌다. 저 멀리 보이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의 평화로운 모습. 이 배는
100년 전에도 영도와 남포동을 오가면서 수많은 이들을 실어 날랐다. 그들이 흩뿌리고 간 사연과 함께.

영도와 육지를 잇는 최초의 뱃길은 1890년 한 척의 나룻배로 시작되었다. 영도에 사람들이
점차 모이면서 육지와의 뱃길이 필요해졌는데, 영도 사람들이 돈을 추렴하여 오늘의 봉래동
갯가에서 현재 롯데월드를 신축하는 옛 부산시청 사이에 나룻배을 통한 물길을 연 것이다.

9336e901a3615a996c2b4b62ce7958bc.jpg

그런데 영도에 점차 인구가 늘고 나룻배도 4척으로 늘어날 즈음인 1901년 일본인들이
또 다른 뱃길을 열어 영도나룻배를 따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 나룻배가 현재 통통배의
시원인 것이다. 당시 영도사람들과 일본인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뱃길을 운영하였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배는 수탈을 위한 장치였지만 조선인들의 배는 옥성학교(현재의
영도초등학교) 운영하기 위한 자금줄이었다. 배 운영 수익으로 영도 사람들을 위한 학교를 경영하였던 것이다.

33e0618066d1764e6c01c12ad4ee28d5.jpg

1910년 일본인들은 나룻배를 디젤엔진 동력선으로 바꾸었고 영도나룻배도 뒤질세라 통통선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에 의한 합방이 이루어진 후에 옥성학교는 공립학교로 강제 접수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이 학교의 수익원이 되었던 영도 나룻배는 부산부에서 직영하게 되었다.
참으로 한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나룻배 하나에도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으니 말이다.

1934년 11월 영도다리가 개통되자 영도 사람들이 운영하던 나룻배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 배가
다니던 길에 영도다리가 놓여 졌으니 더 이상 효용성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반면 일본인이 운영하던
뱃길은 살아남게 되었고, 이 뱃길이 지금 통통배가 다니고 있는 길이 된 것이다.

18b31bad4938bda4130261cbd5e68002.jpg

이름 하여 영도도선장. 영도 대평동에 자리 잡은 허름한 시멘트 건물. 잿빛 시멘트 건물에는 군데군데
실금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좁고 어두운 통로에 자리 잡은 허름한 매표소. 버스 요금보다 몇 십 원
싼 요금을 내면 바로 배를 탈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승선권도, 탑승 명부도, 안내원도 없다. 그저
매표소 유리창 너머로 무표정하게 돈을 주고받는 앳된 얼굴의 아가씨 하나만 달랑 앉아 있다. 때론 이
아가씨가 아저씨로 바뀌기도 한다. 하긴 어느 아가씨인들 이 낡고 비좁은 공간에 있기를 좋아할까.
그래서 이 도선장에는 아련한 향수와 정겨운 추억이 흐른다. 70년대의 버스 안내양을 연상시키는
애틋한 그리움이 켜켜이 묻어 있다.

32b67ccaf00146b402b00384d172a9b2.jpg

왜 아직도 이 통통배가 유지되고 있을까? 해답은 시간이었다. 대평동 사람들이나 자갈치 상인들이
 버스를 이용해서 영도에 가려면 10분 이상 걸리지만 이 통통배를 타면 5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통통배는 이런 편리함 때문에 아직도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만일 이 통통배가
경제적 효용이 별로 없다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면 도심 속을 가로지는 통통배의 추억과 낭만도 사라졌겠지.

곽경택의 친구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점은 왜 이 통통배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네 친구들이 통통배를 타면서 우정을 나누는 장면을 찍었다면 아주 그럴듯한 그림이
 되었을 터인데 그렇게 하질 않아 무척 아쉬웠다. 이 통통배에서 바라 본 풍경은 정말 그럴듯하다.
배를 타고 가면 영도와 자갈치, 용두산의 풍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또한 밤이면 정말 끝내주는
부산의 야경을 실컷 볼 수도 있다. 특히 요 근래 준공한 신동아시장의 노란 조명이 밤바다에 어우러진 풍경은 환상적이다.

a13f89e5d143099d0e4db58be2f91129.jpg

오늘도 통통배는 영도와 자갈치를 오간다. 지난 100년 간 조선인과 일본인들이 드나들었던 그 뱃길
위로 통통배는 작고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갈매기는 여전히 끼룩거리고, 밤바다의
 물결은 은린처럼 반짝인다. 부산의 바다 여행은 비단 크루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고도 값싼 통통배로도
얼마든지 부산의 바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통통배를 타면서 즐겨본 부산의 바다 야경. 아마, 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
<OBJECT height=408 width=500><PARAM NAME="movie" VALUE="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1249203269A7A1BE5C61185158158FA1F14E&outKey=167a4dbdf58b3fda42978ba9bf44cf93f4b90b5b21ea3e5d11466bd38f5e2339aff218aa7d53cf15c8bb70e1d67f7a8a"><PARAM NAME="wmode" VALUE="transparent"></OBJECT>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59356 인구 8만의 속초 거대한 호수를 끼고... [1] Rim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20 508 0
159355 문제는 부산인들이 부산 산동네꼬라지로 평지도시한테 앵기는것 [11] 65ㅅ(220.122) 08.06.20 212 0
159353 내가 부사닌부터 부산 산동네꼬라지를 인식하게 하겠다 6ㅅ(220.122) 08.06.20 109 0
159352 장항선 온양온천역 [1] (116.44) 08.06.20 276 0
159351 [2008.06.18] 광대한 하늘 아래 [3] Fatli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20 194 0
159350 표류하던 IBM 데이터센터, 송도 착공소식과 금감원 ㅂㅅ들 KOM(210.111) 08.06.20 376 0
159348 여기 역세권 투가를 하면 돈좀 건지겠냐 [12] rrr(221.157) 08.06.19 298 0
159347 공중부양 건물 [4] rrr(221.157) 08.06.19 450 0
159346 나 이때까지 부산 무시했는데...이거보니까 생각이 180도 달라진다;;; [19] ㅇㅇ(59.22) 08.06.19 749 0
159344 일지매 다봤다 ㅋㅋ 일지매 마을 풍경이 부산 산동네풍경같네 [1] 6(220.122) 08.06.19 225 0
159343 도쿄에 세계최고 높이 타워 7월 착공 도쿄 스카이트리 610m [2] 부산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581 0
159342 전국일주 일주일 ㅋㅋ [4] 왕십리사자왕(123.254) 08.06.19 407 0
159341 일산신도시의 밤 [1] 테헤란...(58.75) 08.06.19 250 0
159339 친환경 부산메트로시티 [6] 푸른바다(210.127) 08.06.19 590 0
159337 SK 텔레콤 부산점 오피스빌딩 [2] (124.28) 08.06.19 545 0
159336 부산 역세권 훼밀리 레스토랑 [1] (124.28) 08.06.19 323 0
159334 부산 최대 중심 서면인데 [8] 66ㄱㄱ(220.122) 08.06.19 568 0
159333 부산 산동네 지하철 던전으로 들어가는 남한국의수도(해신) [7] (220.122) 08.06.19 371 0
159332 부산 센텀 지반 침하중인데 그럼 센텀 건물들 공중부양건물되나요? [2] 66(220.122) 08.06.19 324 0
159330 부산 최고층 오피스빌딩 19층 높이가 70미터 (220.122) 08.06.19 136 0
159329 하늘..산..논..그리고 마을 안드로메다人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267 0
159321 포항은 한국최고의 항구도시답다 [5] (218.156) 08.06.19 579 0
159320 울주군 구영리 [14] ㅉㅉ(116.120) 08.06.19 473 0
159318 [대구]한국 쵝오의 주상복합 [13] 태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701 0
159317 목포하당만 봤을때는 진짜 서울어느곳에도 꿀리지 않아보인다 [20] (218.156) 08.06.19 802 0
159312 캐리비안베이 아쿠아환타지아 비교 ㄲㄲㄲㄲ 아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372 0
159304 MBC 신사옥 결국 짓네.. [4] ㅁㄴㄹ(220.70) 08.06.19 852 0
159303 의왕 청계마을 [1] esse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273 0
159296 부산 재개발중..산복도로 [1] 미쓰비시 08.06.19 449 0
159295 그리고 부산 [12] 신규(210.109) 08.06.19 510 0
159292 만약 박정희때 수도를 대전으로 옮겼다면 어땠을까? [12] QWERT(152.99) 08.06.19 821 0
159289 유리도시 [2] ♨해신 08.06.19 334 0
159287 개발이 집중될 경산 ㅡ 진량 ㅡ 영천라인 [18] 대구올림픽(210.216) 08.06.19 567 0
159284 대구지하철 2호선 경산연장 국비 200억 늘어 [73] 대구올림픽(210.216) 08.06.19 861 0
159282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고언 [6] ㅇㄷ(219.253) 08.06.19 386 0
159275 지방발전을 위한 고언 [17] 케케케(121.135) 08.06.19 523 0
159271 부산의 계절 [2] (61.98) 08.06.19 444 0
159269 좌동 상업지구 [4] ㅈㅈㅈ(221.138) 08.06.19 503 0
159265 특1급호텔 4개가 밀집된 해운대의 해변가 [20] ㅈㅈㅈ(221.138) 08.06.19 1148 0
159261 속초 아남프라자 [4] Rim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990 0
159257 이거 정말 웃기네 부산 산동네 던전입구로 들어가는 저분은 [8] 40ㅂ(221.139) 08.06.19 488 0
159252 [항도] 부산의 활기찬 모습 [42] 東南의 秀都 08.06.19 1023 0
159250 [美都] 항구도시 목포 [9] 東南의 秀都 08.06.19 592 0
159245 부산 최대중심인데 부산은 중심가도 산동네로 도배하네 [50] 6ㅎ(221.139) 08.06.19 724 0
159244 부산 대창동 중앙 가로수공사 [42] 천국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9 863 0
159238 김해 인구가 곧 창원 추월.. 곧 2개구 분구, 2020년 65만 이상 [58] 반니스텔루이(152.99) 08.06.18 1158 0
159236 일산 호수공원 야경 (알바 이거 왜 지움?) [3] 밤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8 320 0
159220 [볼링공]부산. [2] 볼링공 08.06.18 425 0
159218 [볼링공]부산. [2] 볼링공 08.06.18 382 0
159212 현대백 쉣텀에 백화점 짓기 싫어요 ㄲㄲ [25] 아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18 83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