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즈카 오사무가 증오한 만화가

[리뷰] 데즈카 오사무가 증오한 만화가앱에서 작성

Joco

2018.02.19 23:53:30

조회 19248 추천 148 댓글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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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와 데즈카 오사무가 한창 활동하던 1966년, 만화잡지 '가로'에 한 만화가가 데뷔합니다.

이름은 사사키 마키입니다.

오늘 이 만화가의 해변의 거리라는 만화를 보았습니다.

단편 '해변의 거리' 중

만화가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독자를 네종류로 분류합니다.

그림의 아름다움과 기술의 숙련도를 중시하는 고전주의자
이야기의 주제와 서사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영혼주의자
만화 자체의 형식에 대해 고민하는 형식주의자
실제 삶에 비추어 보는 우상파괴자

대다수의 독자들은 2번입니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읽는 것입니다.

그래도 나름 만화 좀 봤다 하는 만갤러들도 '그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만 재밌으면 좋은 만화다.' 라고 말하는것 보면 이야기의 힘이란 건 참 대단합니다.

단편 '슬픈 막스' 중

그런데 보기에 위의 만화는 어떤지?

아무 이야기가 없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도 없습니다.

만화의 정의를 나름 내린다면 '의도된 순서로 편집된 글과 이미지의 나열'입니다.

이미지에는 순서가 있고 관련성이 있습니다. 글 또한 이 이미지와 합쳐져서 만화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 만화가는 이 모든 것들을 무시합니다.

단편 '거대한 코끼리' 중

컷들은 컷들끼리 대등합니다. 텍스트 역시 논리가 없습니다.

넌센스, 의미가 없는 상태입니다.

만화에서 서사를 제거하면 무엇이 남나에 대한 만화입니다.

답은 그저 전체적인 인상입니다.

만화는 그저 이야기를 실어나르는 도구가 아니라는 겁니다.

미술 쪽은 문외한이지만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읽어본적이 있습니다.

현대 미술의 혼란스럽고 주제가 없는 작품들에 대해서 저자는 '그 자체'라는 표현을 씁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자체'에 대한 심상이 이 작품이 말하려고 하는 바라는 겁니다.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들 간의 불협화음과 파편적인 표현 그 자체가 이 만화입니다.

그래서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역시 아닙니다.

만화 표현의 저변을 넓힌 혁명적인 작품이니 뭐니 해도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가 좋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듯 싶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라고 하더군요. 본인 단행본 표지 일러스트를 자주 맡긴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듯 합니다.

데즈카 오사무는 '이런 미치광이의 나쁜 만화라고도 할 수 없는 만화를 잡지에 실어선 안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

해변의 거리, 북스토리, 400여쪽,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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