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등 하나 없이, 가냘픈 초승달에 의지해 밤 바닷가에 서 본적 있는가?
어디선가 불어온 겨울 바람 소리, 박자를 조금씩 바꾸며 귓전에 울리는 파도 소리, 이따끔 들리는 이름모를 새소리...
10년 전 겨울 바다, 눈앞에 펼쳐진 이름 모를 자갈밭,
새벽 두 시의 초소...
서로다른 소리들이 어두운 수평선과 뒤섞이자, 어느덧 의식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졸리냐"
팔뚝이 웬만한 사람의 종아리보다 굵은 박철곤 해병님의 낮고 울리는 목소리가 어둠을 가로질렀다.
"아닙니다!"
가슴팍 계급장에 새겨진 검은 한줄만큼이나 절박한 내 목소리. 소총을 움켜쥔 방한장갑이 파르르 떨렸다.
"아까 맞은데는 괜찮나?"
점호 후 이어진 선임들의 몽둥이질로 엉덩이엔 시퍼런 멍이 가득했지만 내색할 순 없었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새끼야"
"..."
정적을 깬건 타탁 거리는 라이터 소리였다.
담배 두 까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박 해병님이 담배 한 까치를 넘겼다.
"피워라"
"괜찮습니다."
"피워"
푸르스름한 담배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불이 반쯤 타들어갔을까. 박 해병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선임들이 널 왜 때렸다고 생각하나?"
"제가 아직 실무에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다"
"제가 기합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니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급한 고민 끝에 다시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박 해병님이 입을 열었다.
"사랑..."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십시오"
"진부한 표현이지만 다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
박철곤 해병님의 목소리에 묘한 떨림이 있었다.
"때리는 선임도, 욕하는 선임도 결국 다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 해병대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나"
"전우애 입니다!"
"맞다. 아쎄이든 병장이든, 해병의 모든 행동은 전우애에서 나온다. 너에게 욕을 하는 것도, 때리는 것도 모두 전우애라는 뜻이다."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부는 겨울밤이었지만 초소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아니, 그 순간 내 눈시울만큼은 대대장실의 난로보다도 뜨거웠다.
박철곤 해병님이 손가락을 내 볼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곤 자신의 입으로 그 눈물을 쭉 빨았다.
"진한 전우애... 앞으로 이 눈물을 기억해라"
나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눈을 들어 박철곤 해병님과 눈을 맞췄다.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던 박철곤 해병님은 갑작스레 고개를 숙여 내 입에 당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우리는 서로의 전우애를 끊임없이 탐닉하며 흡수했다.
"네 상처를 보여다오. 전우애가 새긴 영광의 훈장 말이다."
박철곤 해병님이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나는 황급히 탄티를 풀고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박철곤 해병님이 잘 볼 수 있도록 내 엉덩이를 위로 치켜세웠다.
둔덕을 쓰다듬는 박철곤 해병님의 손길이 뜨거웠다.
"훌륭한 전우애다. 역시 우리 모두는 해병이다."
시퍼렇게 멍이 든 맨살 위로 겨울 바람이 할퀴어 지나갔다.
"춥겠군, 전우애로 다시 데워야 겠어."
박철곤 해병님은 바지를 벗어 자신의 몽둥이를 꺼냈다. 해병님의 팔뚝만한 몽둥이었다.
순간적으로 치솟은 전우애에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몽둥이의 굵기가 두려웠지만 마음을 다잡고 두 손으로 양 둔덕을 벌려 전우애를 주입할 준비를 했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새소리 사이로 전우애가 만들어가는 거친 박자의 소리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싸워서 이기고 지면은 죽어라 헤이빠빠리빠 헤이빠빠리빠!
내 허리는 기합과 감탄, 전우애 모든 것이 뒤엉켜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 해병님의 리드는 점점 빨라지고, 우리의 전우애는 이윽고 거대한 파도 소리마저 삼킬듯했다.
따흐흑 따흐윽
부라보! 부라보! 해병대!
겨울 바람이 부는 밤바다를 본 적 있는가?
만약 당신 곁에 진정한 전우애를 지닌 사나이가 없었다면 당신은 아직 밤바다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바다를 보며 담배를 피울 때면 생각이 난다. 그날 초소에 묻어둔 나와 진짜 해병의 뜨거운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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