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중반대의 기타들뿐이지만 나름 기타 두대를 일본에서만 사서 들어왔던 경험이 있어서 글을 좀 써봄
관세컷이 어쩌고 택스프리가 어쩌고 하는 중요한 것들은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고, 나는 주관적이고 자잘한 팁만 적을게
0. gakki = 楽器(がっき)
1. 기내반입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음
일단 좁은 비행기에 아무리 쥐어짜도 딱히 둘 공간이 없음
꼬우면 좌석 하나 사서 거기에 둬야 하는데, 악기 보험 드는 수준의 대단한 기타를 사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세관 피하겠다고 낡은척하느라 스티커 붙이고 난리를 떨었는데 이제 보니까 더 수상해보이네)
옛날에 도쿄에서 처음 기타 사들고 귀국하면서 JAL 데스크에 ‘악기 둘 공간이 필요해서 가장 앞자리를 주면 좋겠다‘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마침 좌석이 남아서 일단 좌석배치는 그렇게 해주긴 했었음
하지만 개빡센 항공기 안전규정상 찐빠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스튜어디스가 가져가서 자기 짐칸에 맡아 두더라?
뭐 직접 저렇게 안내해 주고 가져간 건 아니라서 처음에는 ‘와시발 일본 스튜어디스 개친절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보면 내가 찐빠를 저지른 거였음
웬만하면 순순히 화물로 부치도록 하자
그래서 두번째 기타 사올 때는 아예 악기점에다가 “니들 기타 입고할 때 깠던 상자 남아있으면, 이거 비행기에 실어야 하니까 그거 써서 좀 포장해줘, 완충재도 좀 넣어주고“라고 얘기했음
그러면 이렇게 잘 포장해준다(fragile 태그는 공항에서 붙인 것, up&down 표시는 내가 노파심에 따로 했음)
손잡이가 정중앙에 있지 않은 이유는 기타의 무게중심에 손잡이 위치를 맞췄기 때문임. 그래야 덜 흔들리고 편함
근데 중요한 게, 저 플라스틱 손잡이가 딱딱하고 얇아서 손 개같이 아픔
오른손 쳐아파서 귀국후에도 통증으로 이틀쯤 고생했으니까 뭐든간에 보충재를 덧대고 잡도록 하자
하드케이스 부속하는 기타면 알아서하셈
2. 여행 스케줄을 짜는 단계에서 미리 악기들을 탐색해라
일본 악기점은 온라인 재고관리가 철저함
어떤 기타가 어느 지점에 입고되어 있는지를 전부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시연해보고 싶은 기타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두고 여행 동선을 짜면 된다
각각의 재고마다 사진을 따로 찍어서 상품 페이지를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악기점에 입고되어 있는 기타의 탑 뽑기도 온라인 샵에서 미리 파악할 수 있음
나는 이렇게 미리 찾아보면서 쓰레기탑 올라간 재고들 다 쳐내고 예쁜거 한개만 찾아서 찍고 방문했음
내가 이짓한지 몇년 돼서 가물가물한데, 번역기 켜고 잘 찾아보면 ‘그 지점에 입고된 다른 기타들이 뭐가 있는지’도 볼 수 있다
이 가게는 시부야에 있다고 하니, 시부야에 갈 때 잠깐 악기점 들러서 그 PRS 모델이랑 함께 봐둔 한두대만 시연해보고 원래 일정을 소화해도 되는 것
일붕이라면 오차노미즈에 3일 내내 대가리박고 수천대를 구경하더라도 존나 행복겠하지만, 가족여행이라던가 여친끼고왔다던가 하는 사정으로 인해서 악기점 구경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가 없다면 이런 식으로 스케줄 짜는 게 답임
A지점에 있는 악기를 B지점에서 시연해 볼 수 있도록 운송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긴 한데, 역시나 좀 부담스럽긴 하다. 이케베는 안 됨
아 맞다 이펙터 중고가 존나 꿀통임
3. 이새끼들 영어 존나 못함
영어로 말걸어도 낮빛 하나 안 바뀌고 태연하게 일본어로 대답하는 일본 점원들을 보면 가끔 무섭기까지 하다
픽업 구매하려는데 이 기타에는 뭐가 맞겠느냐고 물어봤더니 일본어로 뭐라뭐라 설명해서 그냥 안삼 씨발
하지만 얘네가 스피킹이 안 되는 거지 리스닝조차 못 하는건 아님. 애초에 외국일붕이 많이 오는 매장에 귀머거리를 세워놓겠냐
그리고 메뉴얼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일처리를 잘못 하는 경우는 적다’
그러므로 일본어를 못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뭘 하러 왔는지, 뭐를 시연할 것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점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기만 하면 점원이 알아서 잘 처리해줄 것임
4. 각각의 악기점 얘기들
이케베가 제일 크고 전국적으로 지점이 많음
코로나 동안에 시부야에 중고 전문점을 따로 차렸는데 이 샵도 매우 쓸만함. 작년에는 시부야에 초대규모 매장까지 하나 오픈함
이시바시는 이케베에 비하면야 작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모고, 온라인 스토어의 카테고리가 매우 상세해서 기타 찾아보기가 편함
펜더 깁슨을 집중적으로 보고 싶다면 미키악기의 오사카 아메리카무라(도톤보리 바로 윗동네) 지점이 펜깁 전문취급점임
빅보스는 ESP계열이기 때문에 오차노미즈의 가게를 방문하면 씹덕콜라보나 한정판 기타, 커스텀샵 제품 및 커스텀 상담데스크까지 볼거리가 아주 많음. 카달로그도 가져갈 수 있는데 이것도 읽는 재미가 ㅅㅌㅊ
카이신도 악기(開進堂楽器)에서 운영하는 MPC 악기센터라는 샵은 다소 니치한 성향의 브랜드들 및 하이엔드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일본 기타시장의 특색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함(특이하게도 지점 이름을 Blue Guitars, White Guitars, Red Guitars, Green Guitars 이렇게 색깔 이름으로 작명해 놨음). 하지만, 주요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어정쩡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행객이 방문하기에는 무리가 있음. 한국으로 치면 홍대 놀러온 부산사람이 낙던・자유새・버즈비・뮤클 냅두고 양평에 있는 윌로우즈 공방 보러가는 꼴이라.
5. 시연을 존나 오래 하고 싶다면?
원체 눈치를 많이 안 주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각잡고 시연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럴때는 매장에 들어가서 ”저 여기서 기타 한대는 무조건 사서 나갈 건데요“를 시전하도록 하자
기타 세대 세워놓고 두시간 넘게 테스트하는데 아무런 터치도 안 했음
부작용은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있다면 진짜로 한대 사서 나와야 한다는 거다
근데 이건 한국에서도 먹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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