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주민등록번호 같이 일원화 된 신분증명 제도가 없었음.

그래서 일본 정부 입장에서 행정 등에서 불편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니까 16년 이후 '마이넘버'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이유로 반발이 워낙 거세서 처음에는 제도 정착이 힘들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백신이나 마스크 배급 등을 마이넘버를 통해서 하면서 운전면허증을 제치고 나름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는 중임

그런데 주민등록증에도 주소를 표기하듯이 일본의 '마이넘버 카드'에도 주소를 기입하는데 일본 특유의 괴랄한 주소 문화 때문에 오표기 되는 일이 잦다고 함

예컨데 주소가 港区赤坂一丁目2の3이라면,

[미나토구 아카사카 1쵸메 2의 3]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미나토구 아카사카 1의2의3]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어서

주소표기가 통일되지 않는 바람에 오표기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함

그런데 사실 이건 정말 기본적인 문제고 더 심각한 건 따로 있음

원래 일본 주소 자체가 못 알아볼 정도로 엉망인 건 아님

예컨대 TBS 방송국 본사의 주소는 港区 赤坂５丁目 3-6 이라고 쓰는데 [미나토구의 아카사카 5쵸메 3번지 6호]라는 거임

조금 더 한국식으로 의역하면, [미나토구 아카사카5동 3번지 6호] 정도로 쓸 수 있음

n쵸메(n丁目)는 한국으로치면 법정동에 숫자 붙여서 행정동으로 나누는 개념처럼 이해하면 됨

그런데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와 동떨어진 주소도 존재한다는게 문제임

짱구는 못말려로 유명한 카스카베시의 고마츠 초등학교의 경우 주소가 春日部市 八丁目353-1임

일반적인 주소처럼 읽게 되면 [카스카베시 8쵸메 353번지 1호]라고 읽겠지만 사실 이 주소는 앞선 경우와 차이가 있음

앞에서 본 '아카사카 5쵸메'는 '아카사카'의 5쵸메라는 의미로 쓰인 거지만, 고마츠 초등학교의 '8쵸메'는 그냥 동네이름임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은 여기가 '어떤 동네'의 8쵸메인 건지, 아니면 '8쵸메'라는 동네가 있는 건지 매우 헷갈릴 수 있다고 함

'성수2가1동'을 '성수동2가1동'처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엄청 어색한 느낌이 들텐데 일본은 그런 거 신경쓰지 않고 만들다보니 저런 일이 발생하는 거임

카스카베시 외에도 이와테현의 十二丁目(12쵸메, 쥬니쵸메)나 東十二丁目(동12쵸메, 히가시쥬니쵸메) 같이 헷갈리는 이름을 가진 동네들이 전국 곳곳에 깔려 있다고 함

그런데 이것도 뒤에 나올 문제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일에 불과함

진짜 문제는 같은 주소표기를 쓰면서도 전혀 다른 장소에 위치한 지역들이 있다는 거임

니가타현 니가타시 키타구에는 '히가시사카에마치'라는 곳과 '토에이쵸'라는 곳이 있는데(거리는 약 9km),

한자로 쓰게 되면 두 곳 모두 東栄町(동영정)이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한자 표기만 보고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 생김

한자를 훈독도 하고, 음독도 하는 일본 특유의 언어 체계 때문에 발생한 문제

앵커로 보이는 여자는 뉴스 원고 같은 곳에 東栄町이라고만 써있으면 전혀 다른 지역으로 잘못 읽을 수 있겠다며 걱정함

이런 문제는 역시 저곳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전역에 산재해 있음

효고현의 경우도 '카니가사카'와 '와사카'라는 지역이 있는데 둘 다 和坂라고 씀

일반적인 일본인이라면 和坂를 '와사카'라고 읽지 '카니가사카'라고 읽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임

지역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어떤 역사적 이유로 저런 식의 훈독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한자로만 써놓으면 읽는 법을 알 수가 없으니 외지인은 '와사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이것 말고 또 다른 문제도 있음

치바현의 야치마타키타 중학교의 주소는 八街市八街 ハ18-2 (야치마타시 야치마타 하 18번지 2호)인데

이걸 한자로만 표기하게 되면 八街市八街 ハ十八-二 가 됨

그런데 활자체와 달리 손글씨는 八과 ハ가 구분이 잘 안 되어서 八街市八街 八十八-二 등으로 오표기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함

또 아이치현의 경우에 'ヰノ割'라는 지역과 'イノ割'라는 지역이 있는데 둘다 '이노와리'라고 읽어서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에노와리'라는 발음은 같지만 표기가 エノ割, ヱノ割 처럼 갈리거나

'오노와리'라는 발음은 같지만 표기가 オノ割, ヲノ割와 같이 갈리는 곳이 존재하는 등 이것도 만만찮은 문제라고 함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많아보이지만 댓글들을 보면 필사적으로 옹호하면서 일본만의 자랑이라는 정신승리를 하는 일본인들이 압도적으로 다수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참으로 신기할 따름임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왜 모든 의견이 "에에~ 얏빠리 니혼와 스고이데스네~ 니혼고와 우츠쿠시이~", "외국은 가지지 못하는 일본만의 특장점이라구^^" 등으로 귀결되는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