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Changgi, ?, 7.1, 3.40)
쇼기(Shogi, 1587, 7.4, 3.80)
샹치(Xiangqi, 762, 7.1, 3.58)
18 릴리퍼트 쓰러 왔다가 아래에 장기 / 체스 글 있길래 씁니다. 18 릴리퍼트는 담에.
극동아시아 3국에 대해,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나라' 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를 단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문화적 예가 장기라고 생각한다. 보통 생각하기로 체스 = 서양식 장기, 장기 = 동양식 체스 정도로 인식되는 편이지만 사실 장기는 영어로 해도 장기(Changgi)다. 아님 코리안 체스던지. 그 자체로 고유명사인 셈. 중국 장기는 원 발음대로 샹치 혹은 차이니즈 체스고, 일본 장기는 쇼기 혹은 재패니즈 체스.
이건 체스와 비교하면 꽤 큰 차이인데, 물론 체스도 과거 지역마다 로컬룰이 존재하고 그랬지만 동일한 판에 동일한 기물을 가지고, 정말 특수룰에 걸친 경우에 해당했으며 결국 하나의 '체스'로 통합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 그러나 아래 설명하겠지만 동아시아 3국 장기는 기물의 모양도 다르고, 이동도 다르고, 정말 아예 다른 게임 수준이다. 태국 장기랑 몽골 장기도 있다는데 그건 안해봐서 모름.
사실 동아시아 3국 장기도 잘 모름. 이상한 파트는 그냥 아 얘는 이렇게 느끼는 구나. 겜알못새끼구나 하고 넘겨주셈.

1. 한국 장기
친숙하지? 긱에서 퍼온거라 그런지 왕 위치가 이상하다. 기물 모양도 다르고. 삼국사기에도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바둑과 비슷한 시기 전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캄.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을 테마로 하며, 때문에 연장자가 한(한고조 유방이 초패왕 항우보다 나이가 많았으므로)을 잡는다는 테마적 설명도 어우러짐.
다들 알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특징적인 부분은 아래서 타 국가 장기와(특히 중국 장기)와 비교하면서 말하겠음

2. 일본 쇼기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특이한 장기. 모양부터가 특이한데, 사무라이의 칼 끝을 상징한다.
거의 패망에 이른 한국장기와 비교해서 대단한 성세를 누리고 있는 장기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일본의 KBS에 해당하는 NHK에서 쇼기 대회를 열고 생방송 중계까지 한다. 다들 장기 중계 보신 적 있으신지? 일본의 한 여 아이돌이 쇼기가 취미라 한 일화는 몰락해가는 한국 장기 팬에게는 꿈과 같은 일임.
일본에서는 바둑보다 더 높은 인기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컴퓨터나 콘솔 게임에 밀려 인기가 하락세긴 함.
일단. 동아시아 3국 장기 중에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 장기나 샹치에 비해 다양한 기물들을 가지고 있으며, 기물들의 이동도 다채롭다. 기물들의 이동은 체스나 장기가 아니라 보드게임 듀크나 오니타마 정도가 더 흡사함. 더군다나 체스처럼 승급(폰이 맵 끝에가면 퀸으로 바뀌는 거처럼)도 있으며, 체스랑 달리 승급할 수 있는 기물도 여러 개다.
그 와중에 포가 없다는 것도 중국 장기랑 한국 장기와 비교해서 큰 차이. 때문에 중국 장기나 한국 장기는 마(말)가 이동로에 다른 기물이 있으면 뛰어넘지 못하지만 쇼기는 뛰어넘을 수 있음. 체스의 나이트처럼.
그리고 가장 괴랄한 것은 잡은 상대 기물을 내 기물로 내려 놓을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사무라이들을 잡고 풀어주면 사무라이들이 은혜를 입었다며 주군을 갈아타는 식이라고 함. 덕분에 사진을 보면 한국 장기와 다르게 기물 간 차이(색, 필체)가 없다. 또한 가로 세로 선의 교차점에 착수하는 한국 & 중국 장기에 비해 얘는 그냥 공란에 착수함. 하여튼 유달라.
국가 감정도 그렇고, 애초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한국에서는 제대로 플레이 할 수가 없는 게임인데, 변형 쇼기라면 어지간한 보드게이머라면 모두가 체험해 봤다. 바로 동물장기, 혹은 더 지니어스에 나왔던 십이장기가 대표격임.

동물장기 - 쇼기의 관계가 일종의 참새작 - 마작의 관계와 유사하다. 동물장기는 애초에 쇼기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진 보드게임이다. 기물들을 아동들에게 적합하도록 귀엽게 표현했고, 각 기물마다 이동법을 적어두었으며, 원래 9x9이던 맵을 5x5, 4x3으로 줄여 접근성을 높인 게임임. 게임사에서는 4x3으로 시작해 점차 넓혀나가 9x9까지 시도하라고 말하고 있고. 동물장기가 맘에 들면 쇼기도 진출해보셈
동물 장기 외에도, 장기처럼 말만 국민게임이 아니라 '진짜' 국민게임이었던 보드게임답게 바리에이션이 많다. 요즘 보드게임스런 것도 있고.

3. 중국 샹치
??? 기물을 보면 바로 뭔가 이상한게 보일거다. 초 한 구분이 없제? 난 처음 봤을 때 문화충격이었음. 장기를 보고 초한지라 한 건 옛날 사람들의 리테마였다. 두둥. 바다 건너 쇼기와 다르게 여기는 한국 장기와 흡사하긴 하다. 말 배치도 왕 빼고는 흡사하잖음? 다른 건 육각 기물이 원형이 된게 어색하다는 것 정도? 물론 겉모양만 흡사함.
일단 맵 중앙을 보면, 선이 이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저길 '강'이라 표현한다. 아예 퍼렇게 칠해진 보드판도 있음. 강은 기물들의 이동에 영향을 주는데, 졸은 강을 건너기 전까지는 직진만 가능하며, 상은 강을 아예 건너지를 못함.
그 외에도 차, 마를 빼고는 기물의 이동이 한국장기와 비교하여 모두 다르다. 왕은 상하좌우로만, 사는 대각으로만, 포는 차와 동일하게 이동하면서 공격 시에만 기물을 넘고 포끼리 넘거나 포가 포를 먹는 것도 가능함. 왕끼리 직선상에 섰을 때 안피하면 죽는다는 룰도 중국 장기에는 없다.
더 나아가, 인게임에서는 상당히 전략성이 큰 부분으로, 한국 장기는 패스가 가능하지만 중국 샹치는 패스가 불가능하고, 한국 장기는 상마마상/ 상마상마 대충 이런 식으로 기물들의 위치를 바꿀 수 있고, 그게 초기 전략이 되는데 반해 중국 장기는 안된다 는 점이 있다.
그래서 플레이를 해보면, 한국 장기가 뭔가 융통성이 더 있다. 애초 말의 기동성이 중국장기에 비해 다들 업그레이드 되어 있어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행동하기 좋고, 역으로 사와 졸을 활용한 방어도 능동적이며, 특히 면포, 중포 등 포를 활용한 공격과 방어가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중국 장기는 초반에 이동이 까다로우므로 한국 장기에 비해 기동성 너프를 안먹은 차를 이용한 침투(외통수)가 굉장히 효과적이다. 한국 장기에서는 졸을 졸 옆으로 붙여 차를 이용한 침투 원천 차단이 가능한데, 샹치는 그런게 불가능하기 때문임.
둘의 차이는 후반으로 갈 수록 서로 상황이 역전되어 극명한데, 한국장기는 공격이 핵심이 되는 포가, 후반으로 갈수록 뛰어넘을 말이 없어 붙박혀있고 궁의 대각선을 타고 다니는 왕과 사의 방어 무빙이 좋아 자연스레 게임이 루즈해지는 반면,
중국 장기는 포가 후반으로 갈수록 날뛰기 좋고(이동을 차랑 똑같이 하기 때문. 오히려 기물들이 많아 진로에 방해가 되는 초반 활용이 더 불편), 왕 무빙과 사를 이용한 궁 방어가 불편하고, 졸이 제 역할을 뿜어내므로 게임이 보다 스피디 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전체적인 게임은 중국 장기가 훨씬 더 빨리 끝나는 편임. 한국에서 '장기 잘 둔다 = 끝내기 잘한다'로 인식이 고정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한국 장기는 초반에 아무리 잘해봤자 끝내기 수계산 할 줄 모르면 무승부 나걸랑. 이런 후반의 답답함이 한국 장기의 진입장벽이기도 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동아시아 3국 장기 중에 중국 장기인 샹치가 가장 인기가 좋다. 예전에는 쇼기였는데 이제는 샹치임. 이유는 간단한데 중국에서 돈을 왕창 뿌리기 때문.
우리는 그나마 바둑만 인기가 좋다보니 중국 바둑에만 신경을 쓰는데,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체스 강국이 러시아와 중국임. 중국이 체스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샹치도 같이 어필을 했고, 그 성과로 이제와서는 프로 체스 대회에서 이벤트 무대로 샹치를 둔다던지, 프로 체스 기사가 프로 샹치 기사를 겸한다던지 하는 일도 색다른 일이 아니게 되었다고 하더라. 긱 투표수와 코멘트도 샹치 > 쇼기 >>>>>>>>>>>>>>>>>>>> 장기임.
체스와 샹치를 모두 겸하는 프로기사 말로는 초반 전략은 체스가 더 다채롭고(아무래도 폰의 수가 압도적이니 오프닝이 다양하잖음), 샹치는 후반으로 갈수록 수가 다양해진대.
중국의 샹치 / 체스에 대한 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이번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임. 체스, 바둑, 샹치가 신설됐거든. 개최국 특전을 체스 바둑 샹치에 쓴다는 거니 열정이 느껴지시는지.

다만 걱정되는 건.. 우리나라 장기협회는 이번 대만 ICOC배 국제대회 샹치 국가대표를 뽑으면서, 선발전을 한국 장기로 하겠다고 해 또 다른 말을 생성하고 있는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이런 일 없도록 다들 장기에 관심 많이 가져주자.
총평
한국장기 : 잔룰이 적은 편. 포 운용이 매우 중요. 초반이 속도감 있고 공격적인데 반해 후반으로 갈수록 급격히 쳐짐
중국장기 : 한국장기보다 조금 더 복잡. 초반에는 조금 처지는데 반해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감이 빨라짐.
일본장기 : 아예 다르다고 할 정도로 가장 특이한 장기. 세 장기 중 행마가 가장 복잡하다고도 하고, 그만큼 입문장벽도 있지만 특이한 맛이 있어서 해보고 맘에 들면 깊게 트라이 해보셈.
TMI. 장기와 체스는 모두 인도의 '차투랑가'라는 추상전략 게임에서 유래한 거임. 동양에는 대충 불교랑 손잡고 전래되었다고 쳐도, 서양에는 어떻게 전래되었을까가 묘한데 그에 대한 일화임
사산조 페르시아 시절 한 왕에게 인도에서 사절이 왔는데, 보석으로 조각된 '차투랑가'가 금은보화로 가득찬 수레에 실어 오면서
그 쪽 왕국에 현자가 많다던데, 이 보드게임의 규칙을 알아낼 수 있으면 수레를 가지고, 모르겠으면 수레를 반납하되 똑같은 수레를 하나 더 바치라고 이니시를 걸음.
그러자 사산조 페르시아의 한 현인이 하룻밤을 꼬박 새며 차투랑가의 규칙을 (기물만 보고!) 알아내고, 똑같은 조건으로 새로 보드게임을 슉 만들어 인도에 딜을 거니 그게 바로 '백개먼'이라는 것. 인도 사람들은 규칙을 알아내지 못했고 사산조 페르시아는 돈복사 버그에 걸린 듯 수레 하나를 꽁으로 더 받았다는 이야기임. 그렇게 페르시아로 간 차투랑가는 서양의 체스가 되었고, 인도로 온 백개먼은 조선의 쌍륙이 되었제.
물론 그냥 썰임. 학자들에 따르면 그 이전부터 백개먼이나 차투랑가의 흔적이 나온다고들 하니까. 재미로만 보시고, 님들도 간단한 추상전략 게임보면 보드게임 기물만 보고 룰 맞추기 트라이 해보셈.
사진은 긱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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