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후기는 쓰지 않아야겠다 마음을 먹긴 했지만 또 재미있게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주둥이를 나불거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니 그 결심을 번복하고 시작한다
도쿄 도착하기 전에 뭔가 많은 스토리가 있지만 어차피 이 글 읽는 사람들에게는 다 관심 밖의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에 과감히 생략하고 시작하겠다
[1일차 : 10월 12일]
밤샘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자기는 했지만 역시 비행기에서 자는 잠은 피로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시간의 시차를 다시 복귀해서 아침 7시 30분에 나리타에 착륙하고, 떡진 머리와 함께 시내로 들어오는 내내 피곤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여행이란게, 체력, 재력, 정보력 이 3개의 함수인데 시작부터 체력이 이 모양이어서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기에 호텔에 짐을 맡기고 샤워만 간단히 하고서는 곧장 길거리로 뛰쳐나간다

우선 아키하바라에 들러 내일 있을 나카마루 미쿠루 (中丸未来) 이벤트 티켓과 함께 소품으로 쓸 DVD 몇 장을 산 다음 가와사키로 이동한다
가와사키 역에서 내려서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골목길을 지나쳐 가면 스트립클럽 가와사키 로쿠자 (川崎ロック座)가 있다
아사쿠사, 신주쿠, 요코하마에도 극장이 있지만 아마 그 중에 가장 작은 규모가 여기 아닐까 싶다

가까운 데를 두고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스트립 클럽 순회의 목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여기의 출연자가 제일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사오토메 러브 (早乙女らぶ), 나나세 카렌 (七瀬かれん) 모모세 레나 (桃瀬れな), 하루히 에나 (春日えな), 이 4명이 모두 전현직 AV배우이다
공연은 늘 그렇듯 좋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반쯤 졸다깨다를 반복하며 공연을 봤다
그리고 오늘 찍는 사진은 인화사진이 아니라 체키라고 한다
위에 얘기한 4명하고 한 장씩 사진을 다 찍어본다
사오토메 러브는 예전에 AV배우들로 구성된 아이돌 마시마로 3d (마시마로 같은 D컵의 가슴을 가진 3인조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 시절의 CD를 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는 정말 예뻤는데 최근에 얼굴이 너무 부자연스러워진 것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예전의 그 높은 텐션은 여전했다
나나세 카렌은 케이팝 매니아로 알려져있는데, 공연 프로그램의 음악 선정도 블랙핑크와 브레이브걸스였다
모모세 레나는 예쁘다기보다 귀여운 느낌인데 에너지가 대단했고, 하루히 에나는 차분한 느낌의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이었다
원래 체키를 찍고 사인을 부탁하면 약 2시간 뒤에나 찾아갈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바빠서 사인은 포기하고 그냥 사진만 들고 나오는 것으로 해서 1부 공연만 보고 호텔로 돌아온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 다음 곧장 신주쿠로 이동한다
고맙게도 목요일 조금 이른 시간에 지하아이돌의 공연이 진행된다
Royal Melt는 무려 풍속영업허가까지 받아놓고 새벽까지 영업하는 콘카페이고, 또 그 위에는 케이팝 카페까지 있는 난해한 장소에 공연장이 있다
사실 이 공연보다 더 좋은 선택의 아이돌 공연이 몇 개 있긴 했지만, 기왕 AV배우씹덕으로 노선을 확실히 정한만큼 현역 AV배우 니시모토 메이사 (西元めいさ)가 멤버로 있는 JUGS MAFIA의 공연을 선택한 것이다


관객은 예상대로 20여명 밖에 없었는데, 맘만 먹으면 출연진 전체하고 체키 한 장씩 찍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아이돌씹덕 안할거니까 두 명하고만 찍고 나온다
슈퍼마카로니샐러드 (スーパーマカロニサラダ)의 게이 멤버, 탓시 (たっしー)와 2장을 찍었는데, 한국여행가서 이태원 게이클럽 가고 싶다고 하더라
그리고 오전에 구매한 DVD를 들고 니시모토 메이사와도 한 장
이번에 SODstar에서 kawaii로 이적한 것에 대해서 조금 얘기를 나눴는데, 개인적으로 kawaii하고 분위기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덕담을 하며 공연장을 나온다


공연장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SODLAND
입구 앞에 갔더니 SOD 식음료사업부 정직원들이 부채를 나눠주며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 중 여직원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전에 코미나토 요츠하 (小湊よつ葉) 이벤트 오셨던 그 한국분 아니냐’며 아는 척을 하는 것이다
관종이라 이런 관심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대체 11개월 전에 진행되었던 이벤트에서 한 번 본 외국씹덕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내 비주얼이 그정도로 인상적이게 심하단 말인가?)
팔찌를 받아들고 곧장 3층으로 이동한다
오늘 3층에 출근하는 멤버는 AV배우 겸 풍속아가씨 겸 도겐자카69 (道玄坂69)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인 칸자키 유마 (神崎ゆま)와 나마나카노죠시 (生中野女子) 멤버인 아마미야 미스즈 (天宮みすず)
샴페인을 땄더니 저 정신 나갈 것 같은 건배사는 대체…… (지하아이돌 씹덕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저 MIX를 SODLAND에서 외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옵빠이 체키 (체키를 찍고 브라 안에 넣었다가 꺼내주는 것)를 주문했는데,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유마와 미스즈가 자기들끼리 이번에는 망꼬 체키를 해보자면서 체키를 자기들 빤스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런데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그 체키들을 받아들고 시미켄이 빙의된 표정으로 체키의 냄새를 맡았더니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이 모두 나를 ‘진정한 변태’라며 칭찬을 해 주는 것이다

오늘 유마와의 대화 중에 기억나는 것 하나
나 : 근데 궁금한게 있어요 데뷔작을 보면 결혼해서 3살짜리 애가 있고, 남편과 섹스리스로 1년째라고 했었잖아요?
유마 : AV는 다 설정이에요 결혼한 적도 없고 애도 없어요
배우피셜로 AV는 다 설정이라고 한다
약간 취기가 올라온 상태로 아카사카로 이동한다
전부터 몇 번 가보고 싶었는데 실천하지 못했던 SM페티시바 아카사카 도미나트릭스 (赤坂Dominatrix)
10시쯤 방문하고 싶다고 메일을 미리 보내놨는데, 시간 맞춰 도착해보니 손님이 아직 한 명도 없었고, 가죽 옷을 입은 누님 4명과 남자 바텐더 한 명이 로프로 사람 묶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4명이 다 달려들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일단 분위기를 휘어잡기 위해서 4명 모두에게 드링크 하나씩 돌리고 대화를 시작해본다

사실 나는 SM 플레이는 해본적이 없지만 예전에 페티즈 (フェッティーズ)라는 SM 컨셉의 아이돌을 보러 다니는 과정에서 이쪽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 페티즈는 해체하고 없지만, 당시 페티즈가 남긴 사진들은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일본지하아이돌을 까는 사람들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
가죽옷 누나들이 SM의 세계를 왜 궁금해 하는지 묻기에, 페티즈를 만나고 공연보러 다닌 얘기로 답변을 했는데 모두들 잘 알고 있다면서 그 멤버들이 이 가게에서 일했던 것도 알고 있냐고 반문하더라 (물론 알고 찾아온 거지만......)
당시 멤버였던 시오리는 아직도 이 가게에 출근을 한다고 했다 (다만 오늘은 출근을 안했으니 다음 기회에 꼭 재회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김행 돈벌게 해줄 생각은 없지만 이 위키트리 기사 맨 마지막 사진에서 남자 위에 올라타 앉아있는 여성이 바로 시오리이다 (여담이지만 저 밑에 깔려있는 남성도 개인적으로 나와 아는 사이다)
기사
가게는 각종 SM도구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나보고 한 번 체험해보겠냐고 하기에……
나: 처음이라 때리는 건 못하겠고 맞는 건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나들: 그렇다면 아주 쉽네 넌 가만히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서 나를 위해 꺼내온 채찍
검은색은 거의 안아프고 핑크는 조금 아플 수 있다고 하던데, 엎드려서 맞아보니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둘 다 맞을만 했다
그리고 채찍으로 때리는 법에 대해서 실습과 함께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게 그냥 힘으로 때린다고 되는게 아니고 힘을 빼고 채찍을 내던지듯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종 M 몸에 이상한 말 적어넣으면서 능욕하는데 사용하는 펜이라고...... (원래 사진 금지인데 특별히 허락받고 얼굴 안나오게 찍음)

캐스트중 Rica라는 분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온 한국남자와 사귄적 있다는 얘기 (그때 자기 16었는데 남친은 30이었다고..... 보고있냐 나이 쳐먹고 미성년자 건드리는 개자식아), FANZA에서 오나홀 파는 일 했었다는 얘기, 그리고 비밀인데 SM 계열 AV에 출연한 적 있다는 얘기......
즐겁게 떠들고 가게를 나오면서 다음에 방문하면 나를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주겠단다
밧줄에 매달려보는 경험하러 또 가야겠네
이제 밤 11시반쯤 되었는데, 술을 더 먹기는 체력이 안되고 그냥 잠들기는 뭔가 좀 아쉬워서 심야 지하돌 공연을 보러 이케부쿠로로 향한다
이게 한 달에 한 번 있는 심야겐바인데 오늘 운이 참 좋다

오랫만에 GANGDEMIC의 공연을 보고 멤버 7명과 한장씩 체키를 찍는다
얼마 전에 본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이게 이 팀과 벌써 6개월만의 만남이었다
순서대로 Sui, Megu, Tsubaki, Kurumi, Ria, Mirei, Ice

공연을 보면서 함께 방방 떴더니 술도 깨고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 같았지만 이 이상 무리하면 힘들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간다
이케부쿠로에서 롯폰기까지 심야에 택시를 타면 대충 5500엔 전후로 요금이 나온다
[2일차 : 10월 13일]
의외로 금요일이 이벤트가 많지 않은 날이다
그래서 낮시간을 이용해 보통 다른 장르 씹덕들이 도쿄에서 성지순례 다니듯 나도 성지순례를 해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신나카노로 이동한다
여기가 바로 SOD의 본사가 있는 건물이다
혹시 츨근하는 배우라도 없을까 앞에서 잠시 서성여봤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상하게 쳐다볼 뿐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시부야로 와서 가파른 도겐자카길을 걸어 올라간다
그 언덕의 끝에 있는 이 건물 4층에는 유한회사 프레스티지가 있다

그래 이건 성지(聖地)순례가 아니라 성지(性地)순례인 것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성지순례도 했으니 이젠 이벤트장으로 가보자
오늘 4시부터 진행되는 촬영회 주인공은 아마미 츠바사 (天海つばさ), 얼마 전에 데뷔 14주년을 맞이했던 주인공이다
가까이서 보니 이젠 세월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도 증명이 되듯이 상당히 예쁜 얼굴이긴 하다
일단 행사제목이 코스프레 촬영회여서 큰 기대는 안했는데 오히려 츠바사 본인이 더 과감한 포즈를 연출해 주는 걸 보고 역시 짬밥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6시에 다른 촬영회를 위해 여기 돌아와야하지만 람타라 에피카리로 이동해 어제 구매한 나카마루 미쿠루 (中丸未来) 이벤트에 참가해야한다
SOD식음료사업부에 소속된 직원으로 데뷔했는데 그 전에는 지하아이돌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아이돌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좀 나누면서 사인을 받아왔는데, 내가 저런 포즈를 취했더니 내 뒤의 팬들이 줄줄이 따라하는 것이었다

다시 아까의 장소로 돌아와 츠바키 리카 (椿りか)의 촬영회에 참가한다
츠바키 리카도 영상보다 실물이 더 예쁜 편이었는데, 예전에 네가 작품에서 입었던 의상도 경매로 산 적 있다고 했더니 몹시 놀라워했다

세 개의 이벤트를 연속으로 참가한 것은 처음인데, 그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아서 약간 여유를 가지고 SOD여자사원주점에 방문한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7시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다행히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서 들어갔더니 히로사키 아야카 (弘前綾香) 앞이었다
아야카는 데뷔 전에 투포환선수였던 특이한 경력이 있는데 의외로 한국어 실력이 상당했다
지난 주에 서울 다녀왔다고 하던데 가서 뭐했냐고 했더니 강남에서 피부관리받고 왔다고......
캐스트가 로테이션되면서 내 앞으로 온 친구는 히즈미 마이카 (日泉舞香)
소속사가 ALIVE인 걸 보고 혹시 이시카와 미오하고도 친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닌 모양이다
상당히 몸매가 슬렌더하고 매력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손님들이 계속 들어차는 바람에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두 명하고 체키 한 장씩 찍고 나오려는데 티아 (ティア)한테 라인으로 연락이 왔다
사실 이미 티아한테 연락해서 레드드래곤 예약을 해 뒀는데 예약시간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지금 호텔에 들러서 네 선물 챙겨들고 가겠다고 하고 서둘러 또 길을 나선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산 스킨케어 풀세트가 대체 몇 개국을 거쳐서 이제서야 주인을 찾아가는지……)

또 8층에 자리잡고 앉아서 메뉴판에서 유일하게 내가 알만한 이름의 샴페인 한 병을 주문한다
벨에포크…… 샴페인 이름이 참 마음에 들어서 가끔 먹기는 하는데 사실 난 샴페인이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른다

오늘도 평소처럼 티아와 3시간을 즐겁게 대화했고, 잠깐 티아가 자리를 비울 때는 카미시로 미오 (上白美央)와 나츠메 유키 (夏目優希)가 곁에 있어줬다
사진은 순서대로 유키, 미오, 티아



여러 대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제 유마가 언급했던 ‘유부녀인척 설정하고 데뷔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런 컨셉으로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시라이시 마리나 (白石茉莉奈) 얘기가 나왔는데, 티아는 마리나가 정말 자녀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마리나에게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함께 활동했었을 때의 느낌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고…… (티아 개인의 의견일 뿐이니 그냥 참고만 하는 것으로……)
지금 생각하니 다소 지나치게 개인적인 질문이었던거 아닌가 약간 후회는 되지만 그 대화의 끝에 티아의 자녀에 대해 물었다 (티아도 자녀가 있는 상태로 데뷔를 했다)
대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엄마로서의 티아가 인간적으로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레드드래곤을 나와서 산책겸 약간 골목길을 돌아서 호텔로 돌아간다
일부러 약간 돌아가기로 한 이유는 마지막 성지순례 장소가 남아있었기 때문인데, 롯폰기 대로변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주식회사 WILL의 주소지로 되어 있는 건물이다
간판도 하나도 없어서 사무실이 있는지도 알기 어렵지만, 이렇게 조용히 일하고 있는 회사가 MOODYZ, S1, IdeaPocket, 혼나카 (本中) 등을 산하메이커로 두고 있는 일본 최대의 AV제작사인 것이다

[3일차 : 10월 14일]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속이 쓰리지만 오전에 시부야로 향한다
시부야 거리는 정이 별로 안가지만, 시부야 MAGNET 5층 SOXSOCKS 팝업스토어에 난죠 사야카 (南條彩)가 일일 점장으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SOXSOCKS는 예전부터 다양한 콜라보로 대담한 의상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콜라보의 대상 중 하나는 SOD이다

매장에 들어서니 사야카가 등장해서 매장에 있는 옷들의 컨셉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다
올해 7월에 데뷔한 신인 점장을 보러 온 한국인이 신기했는지 꽤나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는데,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옷을 3만엔 어치를 사 들고 있었다
사야카가 입고 있는 옷과 똑 같은 옷을 사서 함께 커플룩 컨셉으로 체키를 찍었고, 추가로 매직미러호 티셔츠를 한 벌 사가지고 나왔다
사진에 보면 SOX의 O자가 조금 생김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텐데, 사야카가 귓속말로 이렇게 얘기한다
"사실 저 O자가 E인거 아세요?"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벌어지는 장소는 지바현에 위치한 공연장이다
우리한테는 두꺼비 아저씨로 더 잘 알려진 요시무라 타쿠 (吉村卓)가 주최하는 공연인데, AV배우 및 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밴드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진행한다
그리고 금상첨화로 아마츠카 모에 (天使もえ)가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체 남자 AV배우들이 왜 음악활동을 하는지 궁금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이분들은 되게 진지하게 오랜 시간동안 음악활동을 해왔다
이 이벤트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요시무라 타쿠, 오오시마 조 (大島丈), 히라모토 카즈호 (平本一穂), 토니 오오키 (東尼大木)…… 아마 이름은 생소할지언정 얼굴보면 알만한 형님들이다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전문 가수가 아닌 이상 실력은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어차피 공연이란 것은 현장성이 생명이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남자 AV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관객을 들었다 놨다 장난이 아니었다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괜히 글만 장황해질 테니 궁금한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


공연 중에 또 하나 재밌던 장면
드럼솔로 부분에서 드럼 소리가 좀 신기하다 싶어서 쳐다봤더니 전동마사지기를 이용해서 연주하고 있었다
아래 사진 왼손에 들고 있는 게 전동마사지기

아마츠카 모에는 예전에 "きみとパンツ"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공식 굿즈로 빤스를 판 적이 있다 (가격 : 1000엔)
라이브에서 이 곡을 부를때는 관객들이 모두 이 빤스를 흔들게 되는데, 예전에 사둔 빤스를 나도 드디어 흔들 기회가 온 것이다

https://youtu.be/NrY_NYyeWDw?si=n1lmnDRP1emsWNR4
관객이 남녀 반반 60여명 정도 됐는데, 남자들은 전원 아마츠카 모에의 팬이었고, 여자 전원은 남자 배우들 팬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관객 성비의 공연을 본 기억이 없다)
공연 후 우선 아마츠카 모에와 체키를 찍고 공연장 위층에 마련된 애프터파티 장소로 갔다

위에 언급한 4명의 남자 배우들을 제외하면 모두 여자인 애프터파티에 나만 혼자 남자팬으로 낑겨있으니 좀 많이 긴장이 됐다 (별별 신기한 막장 이벤트에 다 가본 사람이 정작 이런 평범한 이벤트에 더 긴장한다는 게 이상하지만)
배우들에게 남자로서 존경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함께 술마시는 것은 독특하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음 여행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형님들께 큰인사하고 다시 롯폰기로 돌아온다
사진 순서대로 토니 오오키, 히라모토 카즈호, 요시무라 타쿠, 오오시마 조




마지막으로 돌아오기 전에 BURLESQUE TOKYO에서 URARA와 인사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전에도 얘기했듯 AV배우 카논 우라라 (花音うらら)의 댄서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바로 URARA이다
토요일 저녁 11시 30분 공연도 꽉 차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는 여기 다니기 참 힘들겠구나 생각하면서 입장을 했다
공연 시작 전에 URARA가 와서 인사해주고 본격 공연이 진행된다

이번에 보니까 공연 진행자가 처음보는 친구인데 진행하는 스타일이 조금 달랐다
사실 내가 하루종일 티셔츠 때문에 시선을 한몸에 받았었는데, 나를 쳐다보고 느닷없이 ‘어? 한국인?’ 그러더니 진행중에 시도때도 없이 나를 소환해서 약간 좀 과장하면 ‘여기보세요 한국인 있어요’ 같은 분위기가 벌어졌다
그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눈하나 깜짝 안하고 뻔뻔하게 버티고 있던 나란 새끼는 참으로 타고난 관종이구나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휩싸여 나도 모르게 팁을 4만엔이나 뿌려버린 것은 실수
팁을 뿌리면서 IBUKI, URARA, MOMO와 투샷도 찍고, 진행자의 배려로 무대 위에 끌려올라가서 댄서들과 인증샷을 또 찍을 수 있었다
그렇게 BURLESQUE TOKYO 전광판에 나부끼는 태극기




그리고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BURLESQUE에 앉아있던 한국인 지하아이돌 씹덕 두 명을 만나게 된다
원래는 곧장 호텔로 돌아가서 잘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외국에서 동포들이 만났으니 그냥 갈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PARTYON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까지 더 술을 마시기로 했다
PARTYON은 BURLESQUE와 같은 브랜드의 업소이긴 하지만 약간 캐주얼한 쇼와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데,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한다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늦은 시간에도 자리가 없어서 간신히 자리를 잡았고 평소처럼 SOMI한테 팁을 전달하며 또 투샷을 하나 찍어본다


한가지 팁을 주면 PARTYON은 새벽 3시 30분에 아주 짧지만 인상적인 마지막 공연이 있다
이건 BURLESQUE에서 진행되는 공연과는 느낌이 완연히 다른데, 말로 설명하긴 좀 애매하지만 직접 보면 다들 중독될 것이라고 믿는다
돈은 좀 많이 깨지겠지만 좀 길게 도쿄 여행가는 친구들은 하루 정도는 PARTYON에서 밤샘 음주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결국 마지막 밤은 잠을 한숨도 못잔 상태로 귀국 비행기에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체력적으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좀 부담스러웠던 원정이었지만, 이번에도 후회없이 즐겼더니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서 잠을 자는 대신에 이렇게 후기를 쓰고 앉아있다
씹덕질과 여행의 공통점이라고 생각되는게 누구는 현생에서 도망가기 위해 그걸 하고 누구는 현생을 더 열심히 살기 위해서 그걸 한다는 것이다
또 내일부터 현생에 더 열심히 집중해서 다음달 일본 원정에서는 또 이것보다 더 새로운 경험을 또 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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