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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에 실장된 말들 중 누가 가장 강할까?(90년대)(4)

ㅇㅇ(122.44) 2022.08.13 16:20:01
조회 18569 추천 78 댓글 142



탄력을 받아 90년대까지 오늘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음. 98 클래식의 '황금 세대'의 3마리, 그리고 '세기말 패왕'까지 적어볼 예정..인데 너무 길어지면 또 잘릴 수도.


이번에도 공지의 고증글들과 핫산된 글들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는 글이니까, 관심있다면 찾아가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그러면 시작해 보겠음.




엘 콘도르 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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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11전 8승, 3세 재팬컵 제패, 연대율 100%. 일본의 말도 개선문에 통할 수 있단 것을 보여주며, 일본 경마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개선문 앓이를 시작한 말이자, 그 어떤 말보다도 개선문에 가장 가까웠던, 일본 역대 최강의 말을 꼽으라 그러면 그 적은 커리어에도 반드시 나오는 거물. 덤으로 국제 레이팅 기준 일본마 사상 최고 레이팅인 134를 기록하기도 했음. 보통 125 정도가 G1 레이스의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급이라 판단한단 점을 고려하면, 엘 콘도르 파사가 그만큼 높게 평가받았다는 의미일 것임.


마주 와타나베 타카시는 유럽 경마에 동경을 품고 있었음. 1979년, 서른 살이란 젊은 나이에 마주가 된 그는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혈통의 말을 찾고 있었고, 1992년 '새들러스 겔'이라는 암말을 발견하게 됨. '명 암말의 혈통'이라는 쏭의 피가 흐르는데다, 아버지가 새들러스 웰즈라는 유럽의 명종마로, 이 쏭의 피가 더욱 강하게 흐르는 말이었음.


이 말에 눈독을 들인 와타나베 마주는 경매장에서 이 말을 구매하려 했지만, 말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품이 취소되었음. 그러나 마주는 포기하지 않고 목장에 연락해가며 이 말을 구매하려 했고, 결국 새들러즈 웰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음.


천신만고 끝에 새들러즈 웰을 손에 넣은 와타나베 마주는, 교배 2년 차에 종마로 '킹맘보'라는 말을 선택함. 미국의 씨수말인 '미스터 프로스펙터'의 혈통을 타고난 말이었기에 배합은 일견 괜찮아 보였지만, 여기엔 폭탄이 하나 숨어 있었음. 킹 맘보의 모계 핏줄에 또 다시 쏭의 혈통이 섞여 있었고, 이는 극단적인 근친교배(인브리드)로 이어진 것임.


분명 극단적인 근친교배는 혈통을 짙게 타고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 역시 근친혼이 심할 경우 유전병이 발생하듯, 말 역시 극단적인 근친교배는 유전적인 문제를 만들 수 있었음. 그렇기에 보통 근친교배를 시도할 경우, 3X4, 3대와 4대에 같은 말이 들어가는 식의 교배 방식이 보편적임. 하지만 이 경우는 노던 댄서가 3X4, 네이티브 댄서가 4X5, 스페셜이란 말이 4X4, 포를리란 말이 4X5X5, 쏭 역시도 4X5X5라는 극단적인 인브리드였음.


극단적인 리스크였지만, 와타나베 마주는 "이 혈통이어야 세계를 노릴 수 있다"란 믿음 아래 극단적인 배합은 강행했음. 1995년 3월 17일, 미국의 켄터키 주의 목장에서 이 배합 아래 말이 태어나니 이게 엘 콘도르 파사였음.


2세까지 특출난 면은 없어 보였던 엘 콘도르 파사였지만, 데뷔전 직전에 같이 달렸던 마토바 기수는 이 말의 힘에 감탄하고, 이윽고 데뷔전의 기수가 되기로 결정했음. 이 특출난 면이 없다는 점은, 보통 일류마에게 보이는 특성, 즉 스피드가 뛰어난지, 스태미너가 뛰어난지 등의 강점을 판별할 요소가 없어보였다는 점이었는데, 이 말이 보여준 강함을 생각하면, 그냥 모든 면에서 강했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2세 신마전, 다리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더트 1600m라는 코스를 선택한 엘 콘도르 파사는 늦은 출발로 인해 후방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 4코너에선 이미 선두와 경합을 펼치다 마지막 직선에선 콘도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격이 다른 스퍼트를 보이며 완승했음. 마신 차이는 무려 7마신. 스퍼트 시간도 혼자 37초대로, 2착이었던 말이 39초, 다른 말들이 40초대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였음.


거리를 좀더 늘린 더트 1800m의 조건전, 엘 콘도르 파사는 이번에도 스타트를 망쳤지만 어김없이 압도적인 힘을 보이며 독주, 조건전을 9마신 차로 압승하게 됨. 이 승리로 엘 콘도르 파사는, G1 아사히배 2세 스테이크스를 완승하며 4전 4승을 달성한 '밤색의 괴물' 그래스 원더와 더불어 세대 최강의 외산마 후보로 자리매김하였음.


조건전까지 함께했던 마토바 기수는 그래스 원더와 이 말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그래스 원더를 선택하였고, 한 경기만을 더 타기로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음. 다음 경기는 잔디에서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출주한 G3 공동통신배 3세 스테이크스. 하지만 폭설로 인해 경기장이 더트로 변경되었고, 당연히 압도적인 1번 인기를 등에 업은 엘 콘도르 파사는 이번에도 강함을 증명하며 2마신 차의 승리를 거뒀음. 마토바 기수 역시 "그래스 원더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멋진 말이고, 내 몸이 2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란 말을 남길 정도로 두 말중 어떤 말의 주전 기수가 될지 고민했던 것으로 보임.  


외산마였기에 클래식 3관에의 출전이 막힌 엘 콘도르 파사는, 결국 외산마들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을 NHK 마일컵에 도전하게 되었음. 이 시점에서 NHK 마일 컵은, 열었다 하면 외산마들이 10두 넘게 출주하는 외산마계의 더비에 가까운 경기였음. 원래라면 마토바 기수가 그래스 원더를 선택했기에 다른 기수를 찾아야 했지만, 그 그래스 원더가 골절로 인해 봄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리게 되며 결국 봄 시즌 동안은 마토바 기수가 다시 엘 콘도르 파사의 고삐를 쥐게 되었음.


전초전인 뉴질랜드 트로피, 그래스 원더에 밀려 아사히배 스테이크스에서 2착한 마이넬 러브 등의 말이 출주한 이 경기, 엘 콘도르 파사에겐 익숙하지 않은 잔디 마장이 펼쳐져 있었음. 아니나 다를까 잔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늦게 출발한 엘 콘도르 파사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최종 직선에 들어설 때까지도 선두에 붙지 못한 상태였음. 경기장 자체가 1400m에 불과하기도 했고. 하지만 500m가 넘는 도쿄의 긴 직선에서 스퍼트한 엘 콘도르 파사는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당당하게 1착, 첫 잔디 무대에서도 2마신 차의 승리를 거두며 NHK 마일 컵의 최유력마로 등극했음.


물론 다른 무패마들이 2마리나 더 있었지만, 최대의 라이벌인 그래스 원더가 부상으로 출주하지 못하는 지금 NHK 마일 컵은 엘 콘도르 파사의 것으로 보였고, 단승 1.8배의 1번 인기를 증명하듯 1과 3/4마신 차로 승리했음. 이번엔 출발에서의 문제도 없었고, 코너링에서 바깥쪽을 돌면서도 보여준 모습이었기에 더욱 압도적인 경기였음.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거리적성의 의문은 남아 있었음. 실전에서 뛰어본 경기는 어쨌든 더트와 잔디의 단거리~마일 경기.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최강이 되려면 더 긴 거리에서도 강하단 것을 증명해야 했음. 그렇기에 선택한 경기장은 1800m의 마이니치 왕관. 이 경기에 출주하기로 한 말들 중 주목해야 할 말은 둘이었는데, 동기이자 라이벌인 외산마 그래스 원더, 그리고 '이차원의 도망자' 사일런스 스즈카였음.


마토바 기수가 그래스 원더를 선택한 상황이기에 진영은 새로운 기수를 찾아야 했는데, 타케 유타카 역시 사일런스 스즈카를 탄 상황이었던데다 원래 선택하려 했던 해외 기수인 올리비에 페리에는 '단기 면허로 하루만 기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JRA의 통보로 인해 선택할 수 없게 되었음. 이 상황에서 엘 콘도르 파사 진영이 선택한 기수는 관동의 리딩 자키이자, 이 시점에서 이미 경력 12년 차의 베테랑 기수인 에비나 마사요시였음. 이는 이후 엘 콘도르 파사의 모든 경기를 함께한 조교사와 기수 조합이 이 시점에서 완성된 것이기도 했음.


마이니치 왕관이 시작되고, 레이스의 시작은 어김없이 사일런스 스즈카가 끊었음. 전반 1000m를 57초대로 끊은 어마어마한 하이 페이스 속에서, 엘 콘도르 파사와 그래스 원더는 사일런스 스즈카를 뒤쫓고 있었음. 하지만 마지막 직선, 그래스 원더가 결국 페이스를 버티지 못한 채 실속하고, 엘 콘도르 파사만이 사일런스 스즈카를 쫓고 있었음. 아주 조금씩 좁혀지는 차이, 하지만 결국 2마신 반 차이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2착에 머무르며 처음으로 패하고 말았음.


사일런스 스즈카를 상대로 한 패배, 하지만 진영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음. 3착과의 차이는 무려 5마신이나 차이나고 있었고, 본 무대를 위한 전초전의 결과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임. 와타나베 마주는 이 시점에서 마일 챔피언십과 재팬컵을 놓고 고민하는데, 자신의 꿈인 유럽 무대를 가기 위해서라면 더 긴 거리를 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임.


원래라면 세계 레벨의 마일 대회도 후보로 생각해뒀겠지만, 타이키 셔틀이 자크 르 마루아 상을 우승한 시점에서 와타나베 마주의 버킷 리스트에서 이 대회는 지워졌음. 같은 대회를 나가 우승해봐야 결국 재탕에 불과하다 여겼기 때문이었음. 하지만 와타나베 마주는 자신의 욕심이 애마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품었고, 니노미야 조교사에게 "그래도 실적이 있는 마일 쪽을 고르는 게 나을까요?"란 질문을 던졌음. 하지만 조교사는 "어느 쪽을 고르든 이길 수 있으니,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역으로 던졌고, 마주는 이 대답에 망설임을 떨쳐내고 재팬 컵을 선택하였음.


98년의 재팬 컵에 출주한 말들 중 주목할 말은 '여제' 에어 그루브, 그리고 98년 더비를 우승한 같은 세대의 클래식마 스페셜 위크가 있었음. 그 외에도 전년도 브리더즈컵 더비를 제패한 해외마 치프 베어하트 등이 출주한, 재팬컵답게 강호들이 즐비한 레이스였음.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은 마일러에 가까웠던 엘 콘도르 파사였기에, 2400m라는 재팬컵은 너무 긴 게 아니냔 얘기가 있었음. 하지만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음. 1번 인기는 더비마 스페셜 위크, 2번 인기는 전년도 재팬컵 2착의 에어 그루브였고, 엘 콘도르 파사는 3번 인기에 6.0배의 배당을 받은 상태였음. 여담이지만 기수도 마주도 처음 겪어보는 거리였기에, 말의 강함은 믿지만 승리를 확신하진 못하는 상태였음.


이윽고 시작된 경기, 사일런트 헌터란 말이 홀로 도주에 나서고, 엘 콘도르 파사는 2-3번째 자리에서 스페셜 위크, 에어 그루브와 함께 기회를 엿보고 있었음. 기수는 엘 콘도르 파사의 리듬을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 사활을 다하고 있었고, 이윽고 승부를 걸 순간이 찾아왔음. 4코너가 끝나고 들어가는 도쿄의 직선, 먼저 스퍼트를 건 엘 콘도르 파사는 400m를 남기고 실속하기 시작한 사일런트 헌터를 제치고 치고 나가고 있었음. 한 발 늦게 스퍼트를 건 에어 그루브와 스페셜 위크, 하지만 스퍼트하는 엘 콘도르 파사를 잡지 못한 채 스페셜 위크가 먼저 나가 떨어지고, 에어 그루브 역시 쫓아가 봤지만 엘 콘도르 파사를 잡을 순 없었음. 마신 차는 2마신 반, 그야말로 여유있는 승리였음. 이는 사상 최초로 3세마가 재팬컵을 승리한 경기가 되었고, 거리의 문제는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경기가 되었음.


NHK 마일 컵과 재팬 컵의 승리 덕에, 엘 콘도르 파사는 사츠키-킷카상 2관마인 세이운 스카이를 제치고 98년의 최우수 3세마로 선정되었음. 연도 대표마는 자크 르 마루아 상을 포함해 춘추 G1 마일을 제패한 타이키 셔틀이었음. 이 시상식에서 와타나베 마주는 해외 원정을 선언, 4세 시즌을 모두 해외에서 보낼 거라 선언함.


99년 4월 14일, 개선문상을 약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엘 콘도르 파사는 프랑스에 장기 원정을 떠나게 되었음. 처음 겪는 잔디와 마장, 그리고 환경이었지만 와타나베 마주는 적어도 환경 면에서는 최대한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음. 건초나 마방의 환경 등을 일본 시절과 최대한 유사하게 맞춰주기로 한 것임. 이 준비 자체는 이미 한참 전부터 해온 것이었단 점에서, 와타나베 마주의 유럽 경마에 대한 꿈과 준비성을 느낄 수 있을 듯.


니노미야 조교사 역시 철저한 조교로 엘 콘도르 파사를 갈고 닦았는데, 처음엔 유럽의 잔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엘 콘도르 파사였지만, 힘들다 못해 가혹하다고까지 할 정도로 철저하게 조교한 채로 프랑스의 잔디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음.


엘 콘도르 파사의 첫 프랑스 경기는 G1 이스파한상. 1850m라는 거리는 엘 콘도르 파사의 거리 적성에는 들어맞았지만, 처음 겪는 프랑스 잔디에서의 실전에 더해 중마장이라는 환경은 엘 콘도르 파사 입장에서 처음이었고, 2착이라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손에 쥐었음. 300m를 앞둔 지점에선 1위를 탈환한 적도 있었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기도 함. 하지만 생소한 마장이었음에도 참패하기는 커녕 좋은 모습을 보여줬단 점은 고무적이었음.


그 다음 경기는 2400m의 G1 경기인 생 클루 대상. 10마리만이 참가한 경기였지만, 유럽 경마의 특성상 이런 상황에서 출주한 10마리는 보통 강한 말들이 모이는 경우가 많았음. 이 경우에도 전년도 개선문상을 3착한 타이거 힐이나 전년도 프랑스 더비와 아일랜드 더비를 제패한 드림 웰, 전년도 개선문상마인 사가믹스, 당시 세계 최강의 암말이라 불리던 보르지아까지, 그야말로 쉬운 상대가 없는 경기였음.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또 다시 중마장에서 경기를 치뤄야 했던 데다, 이번에 엘 콘도르 파사에게 걸린 근량은 무려 61kg. 1kg가 1마신 정도의 차이를 낸다는게 보편적인 인식이란 걸 생각하면 큰 페널티였음.


레이스가 시작되고, 드림 웰과 엘 콘도르 파사가 충돌하며 엘 콘도르 파사의 다리에 상처가 생기거나, 경기 도중 빠져나온 편자가 에비나 기수의 눈 앞을 지나가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있었음. 사고라 부를 장면들이 있었음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달린 엘 콘도르 파사는 직선에 들어서며 가속, 자신의 앞에 있던 타이거 힐까지 제치며 2.5마신 차의 승리를 거뒀음. 일본 경마사 최초의 유럽 중거리 G1 제패를 이뤄낸 순간이기도 했음.


하지만 이 레이스에서 입은 부상이 봉와직염으로 악화되었는데, 뉴스에는 경상으로 보도되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태가 심각했음. 굴건염에 가깝게 발전하기 직전이었던 다리를 간신히 치료했지만 이미 시간은 8월, 조교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 거기에 조교사가 자전거를 타던 도중 미끄러져 늑골이 부러지거나, 트럭의 소리에 놀라 일어난 엘 콘도르 파사가 덩굴에 얽히는 등의 자잘한 사고까지 겹치는 등의 위기도 있었음.


천신만고 끝에 조정을 마친 후 준비한 대회는 개선문상의 전초전 중 하나인 G2 포와상. 사실 2달 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출주였지만, 시간이 굉장히 애매했기에 진영에선 이기는 것보다도 몸풀기에 좀 더 신경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음. 개선문상과 완전히 똑같은 조건으로 달리는 이 경기에 출주한 말은 단 3마리에 불과했음. 원래도 4마리였지만, 경기 시작 전에 한마리가 더 회피한 것임. 출주마는 이전에 만난 보르지아와 크로코 루쥬. 이윽고 시작한 경기에서 크로코 루쥬는 탈락했지만, 보르지아는 2400m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엘 콘도르 파사와 경합했음. 이런 구도가 에비나 기수의 마음에 불을 붙였고, 결국 승자는 엘 콘도르 파사였지만, 전초전치곤 소모가 심한 경기를 하게 되어 버린 엘 콘도르 파사였음.


유럽 원정 후 3전 2승, 강호들이 즐비했던 G1과 전초전인 G2 경기를 하나씩 우승한 시점에서 엘 콘도르 파사는 개선문 상의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음. 하지만 또 다른 유력마가 남아있었는데, '중전차'라는 별명을 가졌던 3세마 몬쥬가 바로 그 말이었음.


개선문상을 앞둔 최후의 조정기간, 엘 콘도르 파사의 컨디션이 좋지 못해 보였음. 달리는 자세도 무너진 듯한 상황이었기에, 진영은 진지하게 출주 회피까지 고민하고 있었음. 하지만 마무리 조교에서 에비나 기수가 탑승하자, 엘 콘도르 파사는 좋지 못하던 모습을 모두 떨쳐내고 다시 컨디션을 되찾았다고 함.


레이스 3일 전에 발표된 게이트는 1번. 개선문상에서 1번 게이트를 받고 우승한 사례는 단 1번 뿐일 정도로 좋지 못한 게이트를 받았지만, 에비나 기수는 스스로의 주행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노력했음. 마장 역시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일주일 내내 비가 오며 마장은 계속해서 불량한 상태, 거기에 개선문상 전날엔 폭우가 내리며 마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음. 그나마 당일엔 날씨는 갰지만 이미 마장은 개선문상 역사상 최악의 상태였고, 이는 '중전차'라고 불릴 정도로 중마장에서 강했던 몬쥬에게 웃는 상태였음. 여기에 근량 역시 엘 콘도르 파사는 59.5kg, 몬쥬는 56kg였고, 몬쥬 진영은 엘 콘도르 파사 하나만을 보고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


복잡한 상황 속에 게이트가 열리고, 엘 콘도르 파사는 도주를 선택했음. 원래 몬쥬 진영이 준비한 페이스메이커 '징기스 칸'이 아닌, 엘 콘도르 파사가 페이스를 만들어 나간 것임. 쾌조의 스타트, 거기에 이후의 주행까지 완벽에 가깝게 달린 엘 콘도르 파사는 2100m 지점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1위를 굳히는 듯 했음. 거리는 3마신 차, 와타나베 마주의, 엘 콘도르 파사 진영의, 일본 경마계의 꿈이 이뤄지는가? 하던 순간, 중전차가 쇄도하기 시작했음. 앞에 서있던 말들을 힘으로 뚫어내고, 최악의 마장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몬쥬가 육박하기 시작한 것임. 약 100m를 앞두고 몬쥬에 의해 뒤집힌 엘 콘도르 파사, 근성을 보이며 거리를 좁혀보려 했지만 결국 반 마신 차의 패배를 당하며 2착에 머물렀음. 3착과의 거리는 무려 6마신, 4착과는 11마신이라는 압도적인 차이. 근량이 1kg만 적었다면, 하다못해 최악에 가까운 불량마장만 아니었다면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패배였음.


다음 날 신문에 '챔피언이 2명 있었던 레이스'라 기록될 정도의 접전이었고, 몬쥬의 조교사였던 존 하몬드 역시 "이 정도의 조건에서 이런 결과라면, 우승마는 둘인 거나 다름없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음.


이후 엘 콘도르 파사는 일본에서 더 이상의 경기를 뛰지 않은 채 은퇴했고, 해외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99년의 연도대표마로 등극했음. 하지만 이 연도대표마는 논란이 거셌는데, 아무리 그래도 일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말에게 연도마를 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라는 여론이 거셌음.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차라리 연도대표마를 스페셜 위크로 주고, 큰 업적을 달성한 말에게 별도로 주어지는 특별상 같은 것을 엘 콘도르 파사에게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음.


이후 현창마 자리를 놓고도 스페셜 위크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엘 콘도르 파사는, 2014년에 들어서야 현창마에 올랐음. 산구 성적의 경우, 7세라는 말치고도 어린 나이에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간 낸 산구에서 명더트마 버밀리언이 나왔고, 장거리 중상들을 쓸어담거나 킷카상을 우승하는 산구가 나오기도 하는 등 그 숫자에 비해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음.


여담으로 엘 콘도르 파사는 그 누구보다 개선문상에 가깝게 날았던 괴조였지만, 이 말이 사실상 일본의 개선문병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단 점을 생각하면 약간은 아이러니한 느낌도 있음. 말딸에 나오지 못한 오르페브르가 이 병을 치료할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유력마가 전부 개선문에 한번씩 헤딩하고는 참패당하거나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보니....



스페셜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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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이자 한섭 기준 등장하는 모든 서포트 카드에서 자기 금딱 스킬을 아게마셍하는 캐릭..이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우리 바병스. 어딘가 멍청해보이는 인게임 이미지랑 달리 스페셜 위크 역시 정말로 굉장한 말이었음. 천재 타케 유타카에게 더비를 쥐어준 말이자, 4세 시즌엔 텐노쇼 춘추 연패, 거기에 99년 재팬컵을 우승하며 '일본총대장'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말딸에서 스즈카바라기 바병스로만 표현하기엔 굉장히 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말이었고, 드라마라 부를만한 역경도 충분히 갖춘 말이었음.








오늘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일단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미완으로 남겨두고 아침에 다시 쓰도록 하겠음.. 쓰다보니 엘이 너무 길어졌네





출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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