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슬람들의 대명절 더 인터내셔널 최종 결승전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봤습니다. 도타를 오프라인에서 본 건 불사조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2016년의 여름, 그룹 스테이지니, 진짜 6년이 넘게 현실에서 살을 맞부딪히며 본 적이 없군요.(쓴웃음)

처음 오프라인 중계를 한다고 삼쿠아님 방에서 들었을 때 솔직히 이게 잘 될까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한국 도타 인구가 극히 희박한 데다, 그중에서도 중계료로 5만 원이란 거금을 선뜻 낼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생각해보면 머릿속에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많은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하철에 탑승할 때까지 진짜 10명 남짓 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마음 한켠에 있었지만, 7016번 버스서 같이 내린 사람을 보고 나서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그야 20대 초반 남성이 일상복을 입고 주말에 이런 장소를 방문할 이유는 ‘특수한 사정’을 제외하고선 없으니까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도착하자 기념품이 한 20개 정도 있고, 빈 곳이 그 정도 있는 것을 보고 나서, 사람들이 꽤 많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본 장소로 들어가자 의자가 한 70개 정도 나열되어 있고, 사람들이 삼분지 이 정도 차있는 것을 보자 걱정되었던 마음이 전부 안도감, 환희로 상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열정적인 도슬람 분들이 이만큼 남아 있구나. 아프리카 스튜디오는 무리더라도 이 정도 펍은 지속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작년에 비해 규모가 20% 정도 늘은 것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모두 조용히 있어서 진짜 관람회가 되는지 조금 우려했습니다만, 어느 쪽이건 간에 누가 전광판으로 돌아갈 때마다 여기가 싱가폴인지 서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너도나도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함성을 지르면서 자기가 베팅ㅎ....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기원하더군요.

해설의 질은 역시 믿고보는 삼엘 듀오답게 해럴드도, 도알못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주옥같은 드립들은 역시 삼쿠아님다웠습니다. 엘로이님은 어디가 잘못되었다, 어디가 잘했다를 짚어주면서 경기의 흐름을 잘 설명해주셨고요.

하지만 툰드라가 너무 잘해버려서 이러한 점이 살짝 묻힌 점이 아쉽긴 합니다. 썬더가 올라왔으면 분명 온갖 개드립이랑 작두가 난무할 각을 줬을텐데, 초중후반 전략전술 전부 압살하니 경기를 해설할 소재가 줄어들더군요.

정말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싱가폴이라 시차가 한시간밖에 나지 않았지만, 내년에 다시 시애틀에서 TI가 개최되면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시차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번 오프라인 뷰잉을 계획하시고 캐스팅한 삼쿠아님, 해설자 엘로이님, 장소대여, 상세계획 수립, 홍보, 아트, vfx 등등 여러 궂은일을 도맡아주신 에디치님, 현장통제와 물품배분을 맡으신 스탭 여러분, 장소를 제공한 한국 E스포츠 협회, 스튜디오 미르, 그리고 자리를 빛내주신 참석자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부디 내년에도 오프라인 결승전에서 뵐 수 있기를 빌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경품 인증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에디치님!(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