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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방해죄

운영자 2017.06.23 17: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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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방해죄

  

법을 조롱하면서 그 위에서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한 돈 많은 회사의 회장이 변호사인 내게 이렇게 자랑한 적이 있다.

“한 놈을 법적으로 죽이려면 간단해. 모략하려는 사실을 시나리오 같이 꾸미고 검찰에 참고인으로 보낼 일곱명 정도를 모아 그걸 앵무새 같이 달달 외우도록 머릿속에 입력시키는 거야. 그 중 한명을 고소인으로 내세우고 나머지는 검찰의 참고인으로 진술하게 하는 거지.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게 해서도 마찬가지인거야.”

그의 하얀 얼굴 뒤편에 악마의 그림자가 언뜻 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검사나 판사는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하는 한명의 말을 믿을까? 아니면 서로 입을 맞춘 일곱명의 말을 믿을까? 당연히 다수의 말을 믿지. 설령 믿고 싶지 않더라도 공소장이나 판결문의 논리를 형성하려면 여러 명의 일치된 진술 쪽으로 기울어질 수 밖에 없어. 항상 논리적인 답안을 써 온 모범생출신들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는 판사와 검사의 생리를 꿰뚫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평소에 담당검사에게 임원을 시켜 룸 쌀롱에도 가게하고 용돈도 두둑히 주어 왔으면 이미 그 검사 놈은 거미줄에 걸린 벌레 같은 존재야. 그런데 그건 아주 고전적인 뇌물을 먹이는 방법이고 난 항상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지. 법에 절대 걸리지 않을 방법 말이야. 내가 관리해야 하는 검사나 판사의 땅이나 임야가 있다면 적당히 높은 가격에 사 주는 거야. 너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걸려도 정상적인 매매라고 하면 어떤 판사가 소신껏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겠어?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아. 수많은 은밀한 방법들이 있지. 검찰총장 동생을 내 비서로 취직시켰어. 그리고 서울지검장 조카를 직원으로 들여왔지. 그 놈들 역할이 뭐겠어? 내가 검찰 권력을 차용해 쓰는 도구가 되는 거지 뭐. 열심히 검찰 경찰에 뛰어 다니면서 나를 진정하는 놈들을 위에서 압력을 행사해서 무마시키는 거지.”

현실에서 이런 악마에게 걸려들면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어디 호소할 데도 없었다. 난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그런 악마들을 종종 봤다. 그가 덧붙였다.

“법은 한쪽 날개고 다른 한쪽 날개는 폭력이지. 건달을 쓰는 거야. 호텔 같은데 감금해 놓고 고문을 하는 거야. 그가 가진 주식을 내놓으라고 말이야. 거기서 탈출해서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검찰총장 동생이 내 비서로 있는데 가서 다 눌러버리는 거야. 덤비는 놈만 손해지 뭐.”

그는 내게 자랑을 한껏 늘어놓았다. 나는 그의 거미줄에 말려든 한 명에 대한 변호를 하고 있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변호사로서 무기력한 자신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가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항소심에서 증언을 통해 한명씩 진술을 번복해 줄게. 그 대신 20억원을 주쇼. 나도 솔찮게 비용이 들었으니까 본전은 뽑고 약간은 남아야 할 게 아뇨?”

나는 그의 악마성을 폭로하고 싶었다. 그러나 녹음을 하기가 불가능했다. 증거능력도 문제였다. 궁리한 끝에 재판장과 책상을 나란히 하면서 같이 판사로 근무하다 막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을 끌어들였다. 교만해진 악마는 그 변호사에게도 똑같은 자기자랑을 했다. 내가 폭로하면 안 믿어도 재판장과 같이 판사로 재직하던 그의 진술은 인정될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악마가 했던 말을 폭로했다. 나는 주장하고 함께 말을 들었던 그 변호사는 증인으로서였다. 얼마 후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에는 ‘그렇게 주장하지만 믿을 수 없고’라고 적혀 있었다. 판사를 하다가 막 개업한 변호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쥐새끼 같은 놈”하고 분노했다. 악마인지 재판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법정에서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이 돌아왔다. 악마회장이 내게 이렇게 통보했다.

“내 변호인단을 전부 동원해서 네가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주겠어.”

그 뒤 3년간 나는 엄청난 고생을 했다. 담당 형사와 검사에게 모욕을 당하고 피고인이 되어 민형사재판정에 섰다. 징역형은 받지 않았지만 이천만원의 배상금을 물라는 판결문이 날아오기도 했다. 이 악마회장은 어쩌면 피라미일 수도 있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수사절차나 재판절차를 컨트롤 해 왔다. 대통령에게 밉보인 사람은 먼지 털 듯 털어 작살을 내고 예쁜 사람은 봐줬다. 우리도 ‘사법방해죄’라는 형법조항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검찰에 압력을 넣는 행위가 모두 사법방해죄가 되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법을 가지고 노는 놈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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