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두 명의 교주

운영자 2024.03.25 10:13:33
조회 170 추천 1 댓글 1

어느 날 교도소의 접견실에서였다. 죄수복을 입은 그 신흥종교의 교주가 대기실에서 변호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콧등이 아래로 죽 뻗어있고 눈이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신도들은 그를 재림예수라고 믿고 열광했다. 수만의 한국신도들뿐만이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많은 외국인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가 기도하던 산 밑에 세웠다는 궁전 같은 곳에 그의 성전에 가 본 적이 있다. 그 궁전에서 왕이었던 그는 감옥의 대기실에서 돋보기를 쓰고 자신에 대한 기소장에 밑줄을 치면서 읽고 있었다.

변호사를 하다보면 종교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을 의뢰받거나 그 단체가 파열되는 내부 분쟁을 깊숙이 들여다볼 때가 있었다. 법은 표면에 이는 횡령이나 배임 아니면 성폭행사건 같은 파도만을 취급할 뿐이다. 그 깊은 심연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심연에 자리 잡고 있는 교주와 그의 정신세계가 본질이었다.

교주들은 블랙홀 같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능력의 실체가 궁금했다. 교주라도 어떤 사람은 범죄자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고 징역을 살기도 하고 재판중 갑자기 죽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만든 단체는 컬트집단으로 전락했다. 또 다른 교주는 그 신도들에게 존경을 넘어 숭배받는 영원한 신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교주는 종교가 되기도 했다. 무엇이 컬트집단과 종교의 차이가 되는지 궁금했다.


먼저 신이 된 한 종교단체의 교주의 삶을 알게 된 경위를 말해본다. 그는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의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는 그렇게 살다가 조용히 자신이 수도하던 도장의 부근에 묻혔다.

그 종교의 본부가 있는 동네의 은행 지점장인 여성이 내게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그 종교단체는 내부에 돈이 천문학적으로 많았어요. 지점장인 저는 목숨을 걸고 그 단체의 돈을 예치시키려고 결심했어요. 결정권을 가진 교주에게 접근하기 위해 정식으로 입도를 했죠. 거기서 일년 동안 주문을 외우면서 수도 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그 교주를 만날 기회를 가졌는데 정말 느낌이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주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 교주는 백오십만명이 넘는 도인들에게 절대자예요. 상제님이라고 해서 그들의 신이죠. 물론 그 단체의 포교방식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교주의 뜻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 지점장은 경험한 얘기를 계속했다.

“그분은 대학과 병원을 세웠어요. 전국에 많은 수도장을 만들었죠. 신도들 수천명과 함께 건물을 지었어요. 공사장 함바식당의 밥상에서 신도들에게 직접 반찬을 집어주는 교주였죠. 그는 교단에 들어오는 수입의 육십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했어요. 젊은날 그분은 청주에서 시계포를 하다가 태극도에 심취했었다고 들었어요. 태극도에 들어가 교리까지 만들었던 그분은 어느 날 분쟁이 인 그 단체에서 뛰쳐나와 독자적인 종교를 만들었죠. 그분은 세상의 온갖 더러움이 들어와 있는 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였죠. 물은 낮은 곳으로 사람들은 겸손한 곳에 흘러들게 마련이죠. 그 도인들의 말을 빌면 그 안에서는 입안에 있던 사탕을 빼서 줄 정도로 친밀하다고 해요. 교세가 저변층으로 무서울 정도로 불어났죠. 그 단체의 대부분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저학력자이고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을 조직해서 새로 탄생하게 한 거죠. 사회에 워낙 기부도 많이하고 대학도 운영하고 있으니까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많은 유혹을 했어요. 교주인 그 분은 단 한 번도 세상에 노출된 적이 없어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고요. 그 교주의 죽음조차 세상은 알지 못했죠. 그는 어느날 조용히 죽어 강원도에 있는 도장 근처에 묻혔다고 해요. 그는 따로 통장 한번 만든 일이 없고 자식에게 땅 한평 물려주지 않았어요. 평생 검은 양복 몇벌이 그가 가진 것의 다라고 해요. 그 분은 죽은 후 그들의 신인 상제가 되어 지금도 숭배받고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내가 물었다.

“그분은 욕심이 전혀 없는 것 같았어요. 돈이나 명예 지위에 대한 탐욕이 끊긴 사람 같았죠. 자아를 못 박은 사람이라고 할까. 아쉽게도 그가 죽은 후 후계자리와 돈을 놓고 분쟁이 생겼죠. 그분이 예치한 거액이 이자가 붙어 지금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남아있어요. 나는 예금을 그분에게서 받은 후 그 단체를 나왔지만 내가 보고 경험한 건 그렇습니다.”

그는 성공한 교주 같았다.


이번에는 감옥에서 만났던 사회에서 컬트 집단으로 전락한 단체의 교주에 관한 얘기다. 그 단체의 부교주를 힘들게 만나 속내를 들었었다. 부교주인 그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였다. 그는 대학 근처를 배회하던 젊은 시절의 교주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어 그를 따랐다고 했다. 그는 내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저는 교주를 메시아로 믿고 따랐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뒤늦게야 그가 미치광이인걸 알았습니다. 잘 봐줘서 표현한다면 그는 종교적 환상 속의 인물입니다. 외양으로 보면 순진하게 보이고 사회성도 없어 보입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신도들이 그의 집단최면에 걸렸었죠. 그리고 그를 메시아로 모셨죠. 수만명의 신도들이 그 하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은 많은 사람들이 그 악몽에서 조용히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교주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광부의 아들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학교도 못 가고 산골짜기에서 소년 시절을 혼자 보냈습니다. 그때부터 산에 올라가 혼자 올라가 기도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의 얘기를 들으면 신비주의적 요소가 많았어요. 영계에 갔더니 자신이 큰 사명을 이룰 사람이더라는 거예요. 그런 식이죠. 또 성경을 보니까 거기서 말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더라는 겁니다. 꿈 얘기를 많이 했어요. 어제밤 하나님이 이런 영감을 줬다. 예수를 봤는데 뭐라고 시키더라 그런 소리들이었지요. 어떤 때는 도대체 무슨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워낙 강한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고 고집도 셉니다. 계시 받았다는 걸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걸 봤습니다. 그를 따르게 된 동기죠.”

“좀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나요?”

정신병자 같은 그를 사람들이 따른 걸 납득하기 힘들었다.

“‘허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소설도 있고 영화도 있는데 그걸 한번 보시죠. 거기 보면 영화광이 어느 날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대본은 창작이 아니었어요. 이영화 저영화에서 본 대사가 모여 새로운 하나의 각본이 된 거죠.”

“사람들은 왜 그 각본에 집단최면이 걸렸을까요?”

“진짜 사도들의 경우 예수가 메시아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들의 순교라고 불리는 죽음은 얼마나 불행한 것일까요. 이 세상에서 가난에 굶주리고 헐벗고 매맞던 그들의 생활은 예수가 메시아가 아니라면 얼마나 비참한 것일까요? 그리고 그들의 믿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집단최면에 걸린 우리들의 마음도 그 비슷합니다. 그를 메시아로 믿었을 때 나는 베드로 같은 사도 신분이 됐습니다. 가난하고 천대받던 신도들은 그의 축복을 받으면서 위로받고 가슴뿌듯해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최면에서 깨어나게 됐습니까?”

“그는 물질적욕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청년들을 무료로 노동하게 하고 대학생들을 앵벌이시켜 만든 돈을 직접 자신에게 바치도록 했습니다. 그 돈을 착복해서 자기 돈 같이 쓰고 가족에게 관리하게 했습니다. 수많은 여자들을 성폭행했습니다. 그런 행동은 메시아의 징표가 아니라 마귀의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그 공범이었습니다.”

그는 메시아일까 아니면 마귀일까. 성경 속 예수에게 마귀가 다가와 말했다. 그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세상의 재물과 권세를 주겠다고. 예수는 하나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했다. 기성 교단이라는 이름하에 세상의 권력과 돈에 취한 사람들이 있다. 신은 그들이 돈을 얻기 위한 도구이다. 그들의 정체는 뭘까. 다른 종교라고 해서 다 마귀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크리스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건전한 종교단체와 컬트 집단의 차이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22 0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12 0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13 0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11 0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10 0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12 0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14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49 0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39 0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51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48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45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46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76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76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62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60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71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63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53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62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79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87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118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05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117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65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224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141 3
3308 밥벌이를 졸업하려고 한다 [1] 운영자 24.04.01 149 2
3307 허망한 부자 [1] 운영자 24.04.01 160 2
3306 죽은 소설가가 말을 걸었다. [1] 운영자 24.04.01 146 2
3305 개인의 신비체험 [2] 운영자 24.04.01 151 2
3304 나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1] 운영자 24.04.01 136 2
3303 노인의 집짓기 [1] 운영자 24.04.01 134 1
3302 똑똑한 노인 [1] 운영자 24.03.25 171 2
3301 곱게 늙어간다는 것 [1] 운영자 24.03.25 178 4
두 명의 교주 [1] 운영자 24.03.25 170 1
3299 영혼이 살아있는 착한 노숙자 [1] 운영자 24.03.25 158 1
3298 팥 빵 [1] 운영자 24.03.25 150 0
3297 얼굴 [1] 운영자 24.03.19 183 1
3296 이별의 기술 운영자 24.03.19 132 1
3295 노년에 맞이하는 친구들 운영자 24.03.19 127 1
3294 노년의 진짜 공부 운영자 24.03.19 121 0
3293 주는 즐거움 운영자 24.03.19 107 1
3292 장사꾼 대통령 운영자 24.03.19 135 1
3291 나는 어떻게 크리스챤이 됐을까. 운영자 24.03.19 149 1
3290 태극기부대원과 인민군상좌 운영자 24.03.19 117 2
3289 결혼관을 묻는 청년에게 [4] 운영자 24.03.11 326 0
3288 손자의 마음 밭 갈기 운영자 24.03.11 14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