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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소설] 국정원장의 항변 7

운영자 2019.02.07 10:17:59
조회 153 추천 0 댓글 0
국정원장의 항변


7


국정원 기조실장


2017년 10월 24일부터 국정원 기조실장 이헌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은 그 조직은 물론 사업이나 예산은 극비사항이었다. 조직원들은 목숨보다 비밀을 더 중요시했다. 국정원의 은밀한 활동에는 공작비가 있었다. 정보예산인 공작비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느냐는 극비였다. 비밀공작 그 자체가 폭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핵을 개발하거나 첨단 기술을 위해 국가적으로 설계도가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하다.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가 미진하고 시간이 급할 경우는 국정원 의 비밀공작요원이 목숨을 걸고 다른 나라에서 그걸 빼내올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외국의 기술자를 매수할 수도 있고 그 방법이 다양하다. 북한에 스파이망을 형성하거나 김정은의 암살을 위해 킬러를 고용할 수도 있다. 탈레반이나 소말리아의 해적이 대한민국 국민을 납치한 경우 은밀히 협상자금이 오가기도 할 수 있다. 비밀 정보예산이 그런 때 쓰이는 것이다. 공작비로 쓰이는 그런 정보예산은 돈의 흐름 자체도 비밀이다. 흐름이 노출되면 공작의 낌새가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은 자금의 흐름을 위장하기 위해 여러 단체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기도 하고 예산 자체도 위장단체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보관한다. 정보기관의 예산자체 역시 예비비 형식으로 숨겨놓기도 했다. 국가의 그런 정보예산을 총괄하는 중요한 인물이 국정원 기조실장이었다. 기조실장으로서는 기밀유지가 목숨보다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런 국정원의 기조실장이 검찰에서 많은 비밀을 털어놓은 것 같았다. 검찰조서에는 그가 검사에게 털어놓은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공개된 범죄내용과 관련된 대충의 상황은 이랬다.

“국정원장의 특수 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습니까?”

검사가 물었다. 상납이라는 개념에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원장이 돈을 청와대에 주었습니다. 이병호 원장 때는 제가 현금을 007가방에 넣어 문고리 3인방중 하나인 안봉근 비서관에게 청와대 인근 도로가에서 은밀히 전달했습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언론에서 문제가 될 때는 상납을 잠시 중단했었죠?”

“예 안봉근 비서관이 저에게 청와대 내부가 복잡하니까 잠시 중단하자고 했습니다.”

“이병호 국정원장 시절 어떻게 상납했나요?”

“2015년 3월 이병호 원장님이 취임하고 바로 청와대에 매달 돈을 가져다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3월 하순에는 청와대 옆 골목길에서 안봉근 비서관의 차에 올라 돈 가방을 전달했고 4월에는 감사원앞길, 5월에는 헌법재판소 부근에서 안봉근에게 주었습니다. 겁이 나서 장소를 바꾸어 가면서 전달했습니다.”

“이병호 원장의 취임 이틀 후인 2015년 3월 19일에 2억 원이 불출됐는데 무슨 돈인가요?”

“1억 원은 청와대에 가는 돈이고 나머지 1억 원은 매월 초 원장님이 가져가는 활동비입니다.”

“돈을 상납하는 게 빠진 적은 없었나요?”

“그런 적이 한 두 번 있었습니다.”

“그런 때면 다음 달에 그 돈을 가져다 줬나요?”

“그런 적은 없습니다.”

“그게 공식적인 청와대 경비라면 빠진 달의 돈을 보내 달라고 요구해야 맞지 않나요? 안봉근 비서관이 요구하지 않는 걸 보면 그 돈이 청와대 비용으로 사용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데 어떤가요?”

검사는 질문의 화살을 문고리 3인방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안봉근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이 개인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사님 말씀대로 청와대 경비등 공식적인 용도였으면 매달 주던 돈을 특정한 달에 주지 않았다면, 펑크가 났을 것이고 요청이 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사용가능성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5년 추석 무렵 이병호 원장님이 저를 불러 청와대에서 돈 쓸 일이 많이 있을 테니까 더 주라고 하셔서 2015년 추석과 2016년 설에 별도로 안봉근에게 1억 원씩을 더 주었습니다.”

“대통령에게는 소액일 수도 있는 그 돈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위험하게 직접 받을 걸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떤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돈을 안봉근 비서관이나 문고리 3인방이 받는 거는 아니었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확인하지 않아서 딱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매달 돈을 주는 걸 한 두 번 건너 뛴 적이 있다고 했죠? 그 돈을 대통령에게 가져다주는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기는 합니다.”

“그 외로 안봉근 비서관에게 돈을 준 적은 없나요?”

“안봉근 비서관을 만나 식사를 한 후 지갑을 털어서 돈을 준 적이 있습니다.”

“그 돈은 어떤 돈인가요?”

“국정원 기조실장의 업무추진비에서 마련해 간 돈이었습니다.”

“왜 줬습니까?”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서 줬습니다.”

“원활한 업무협조란 무슨 의미죠?”

“당시 국정원의 정보국장이 저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파하고 있다는 말을 수차 들었습니다. 제가 불이익이 있을까 염려했고 그에 대해 안봉근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잘 건의해 주고 신경 써 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그 외 청와대의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나요?”

“취임 후 3개월 정도 지난 후라고 기억하는데 이병호 원장이 저에게 일부수석과 비서관들에게 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원장이 많은 특활비를 혼자 개인적으로 쓰는 것으로 제가 오해할까봐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청와대의 어떤 수석실인가요?”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로 짐작했습니다. 정무수석실은 대국회업무를 하니까 국회에서 국정원얘기가 나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홍보수석실은 언론인을 상대하니까 국정원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안 나가도록 협조요청을 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2016년 4월 13일 실시된 20대 국회의원총선거와 관련하여 정무수석실에서 실시한 사전 여론 조사비용을 국정원의 예산으로 지원한 적이 있나요?”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비서관이 10억 원을 요청해서 제가 이병호 원장님께 보고하니까 반만 지원하라고 해서 5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조서에는 기조실장이 조사가 끝난 후 검찰청을 나와 이병호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님을 배신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사실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9회에 걸친 국정원 기조실장의 조서를 보면 그가 아가미에 낚시가 꿴 물고기 신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사가 그의 어떤 약점을 잡고 원하는 대로 진술을 받아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진술이 결정적 근거가 되어 박근혜대통령과 그 정권의 국정원장 세 명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등 관련된 인물들이 모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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