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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7 - 조선 인민민주주의입니까

운영자 2019.03.25 10:49:26
조회 106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7


조선 인민민주주의입니까


장대비가 퍼붓고 비 사이에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던 여름날 오후였다. 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한변호사협회 이사회의에 참석했다. 이념화된 판사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회의였다. 회의장은 뜨거운 분위기였다. 50대 말의 중견 변호사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흥분했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저는 요즈음 민주주의를 말하면 먼저 어떤 민주주의냐고 묻습니다. 그러니까 조선 인민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지 소비에트식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자유민주주의만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법치를 본질로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법치주의가 무시되고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같이 무조건 낙인찍고 단죄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친일을 조사하는 위원회에서 낙인을 찍으면 역적이 되고 재산을 뺏으면 빼앗겨야 하는 세상입니다. 좌파판사들은 그런 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판결을 내놓고 있습니다. 법에 근거해 선고된 판결도 또 다른 위원회가 백지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입니다. 법원에서 간첩으로 판결이 났던 사건의 죄인을 위원회가 민주화 인사로 결정해 버리는 세상 아닙니까?”

여러 변호사들의 의견이 발표된 후 대한변협 회장 김평우 변호사가 회장석에서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우리 사법부도 좌파와 우파로 갈리기 직전에 있습니다. 소장 판사들이 모임을 가지고 대법원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장판사라는 사람이 언론에 익명으로 법원 내부의 문제를 그대로 보도되게 함으로써 사법부를 완전히 흔들고 있습니다. 법원 내부마저 좌우로 분열되면 사법부는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변협은 성명을 내기로 했습니다.”

세상이 바뀐 느낌이었다. 변호사 단체들도 좌우로 나뉘어 진영논리로 싸우는 현실이었다. 간첩사건을 판결했던 예전의 판사들은 죄인같이 취급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노조원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민주노총의 세력에 경찰력이 밀리는 현실이었다. 판사들도 하극상(下剋上)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서 남시욱(南時旭) 씨가 쓴 한국좌파에 관한 책 한 권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신문사 논설위원이고 문화일보 사장이었던 남시욱 씨는 한국의 좌파에 대해 연구한 서적을 내놓았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두 정부의 출현으로 그동안 보수정권 일색이었던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최초로 좌경정권 10년을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는 상당히 광범위하고 그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그 대충의 내용은 이랬다. 

영국 블레어 총리의 정치적 브레인인 앤서니 기든스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좌파로 규정했다.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의 발족으로 그동안 단속대상이었던 급진적 반미 친북 통일운동단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활동하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3월13일 552만 명에 이르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면을 단행하면서 많은 공안사범들을 석방하고 그해 광복절에는 한총련 소속 50명을 풀어주어 그들 중 상당수가 다시 반미 친북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1999년 9월 지하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이 결성됐다. 중앙위원인 김영환은 잠수정을 타고 북한으로 밀입국해 김일성을 직접 만났다(나중에 전향).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부에 이은 한국 정치사상 두 번째의 좌경정권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파 정치세력은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청와대와 여당에 진입한 386 운동권 출신을 포함한 집권진보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 총선에서 원내진입에 성공한 정권 밖의 좌파세력인 민주노동당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우 이념대립은 김대중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격렬했다. 노무현은 소년기부터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졌다. 중학교 1학년 작문시간에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과제를 받고 반장이었던 노무현은 백지동맹을 선동하고 그 자신은 백지에 ‘우리 이승만 택통령’이라고 써냈다. ‘택’은 ‘턱도 없다’는 뜻이었는데 이 때문에 학교가 발칵 뒤집혔으나 그는 반성문 쓰기를 끝내 거부했다. 

그는 청년기에 좌파 지식인들의 저서에서 영향을 받아 한국 현대사와 대한민국에 대해 수정주의적 관점을 갖게 됐다.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서 노무현 변호사는 노동자가 주인을 만드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또 재벌총수와 그 일족의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고 했다. 

그는 2002년 5월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대한민국을 ‘자본주의 분열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자본주의 분열세력이란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인 이승만과 한국민주당 세력을 의미했다. 그 한국민주당은 고창 김씨가의 김성수(金性洙)와 그 자금줄인 김연수(金秊洙) 주위의 인적 네트워크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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