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이종찬 선배의 이야기(2)

운영자 2021.02.15 10:06:40
조회 185 추천 1 댓글 0

이종찬 선배의 이야기(2)




우리들이 모인 사석에서 이종찬 선배는 김구 선생 사망 직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김구선생이 돌아가셨을 당시 헌병 사령관이 장흥이라는 사람이었어. 이 양반이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김구선생 암살 소식을 듣고 부지런히 서울로 돌아와 사령부로 들어섰대. 그런데 김구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가 헌병사령부 내의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고 있더라는 거야. 그걸 보고 화가 치밀어서 저런 놈을 영창에 쳐박아 놓지 않고 뭐하느냐고 냅다 소리를 쳤다는 거야. 그 다음날로 암살범 안두희가 아니라 장흥 헌병 사령관의 목이 날아갔지. 그리고 전봉덕씨가 헌병 사령관으로 왔고 안두희의 처벌이 흐지부지 됐지. 결국 김구의 암살은 이승만 밑의 김창룡쪽에서 시킨 것으로 추정하는 거지.”

“그러면 그 후 안두희는 어떻게 됐나요?”

내가 물었다.

“안두희는 가족을 한명 한명 미국으로 보냈어. 그러다가 마지막에 자기가 마지막으로 여권신청을 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절대 안두희를 내보내지 말라고 했어. 그러다가 김창룡의 부관이던 사람이 외무부장관이 됐던 적이 있어. 그 사람이 안두희에게 여권을 내 주었지. 그때 얘기는 이국장 자네가 외무부 출입기자로 있을 때 특종을 했지 아마?”

이종찬 선배가 신문사 정치부장과 부국장을 한 선배를 보면서 말했다. 기자출신 선배가 그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제가 외무부에 출입할 때 여권과에 근무하던 담당자가 내게 슬며서 연락을 해 주더라구요. 안두희가 여권이 나왔다구요. 연락을 준 여권담당 직원은 애국자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기사화 했죠. 여권을 받고 안두희가 미국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러 갔는데 대사관 측에서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문제 있는 인물에겐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거절한 거예요.”

“그렇지 결국 안두희는 이 국장 때문에 미국행을 하지 못한 거야.”

기자 출신 선배가 말을 계속했다.

“그때 여권 담당자는 안두희에게 물어보면 여권을 내주라는 특별지시가 김창룡의 부관을 하던 그 장관에게서 나왔는지 전두환 대통령에게서 나왔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예요.”

“전두환 대통령은 절대 아닐 거야. 결재를 했더라도 아마 밑에서 보고하기를 안두희 그 사람을 계속 국내에 두면 문제가 복잡해 질 거라고 하니까 결재를 한 정도일걸.”

이종찬 선배가 확신하는 어조로 말했다. 육사출신인 그는 전두환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장교 시절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내가 이종찬 선배에게 물었다.

“ 오일육 혁명때인데 말이야. 내가 전방에서 육군 중위로 근무하다가 혁명위원회로 명령이 났었어. 혁명위원회가 중앙청 앞 문광부 건물에 있었지. 우리 기술로 그만한 건물을 지을 수 없어 필리핀에서 지어준 거였지. 전입신고를 하고 근무하는데 점심을 어디서 먹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 그때 전화가 왔어. 전두환 대위라고 하면서 밥 먹었냐고 묻는 거야. 안먹었다고 하니까 나를 당시 한국일보 뒷골목에 있는 불고기 집으로 데리고 가더라구. 그런 이런저런 인연으로 그 양반이 대통령이 됐을 때 내가 민정당을 창당하고 국회의원이 됐지. 내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이웃집에 전봉덕씨가 살았어.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의 처벌이 흐지부지 됐을 때 헌병 사령관이었지. 왜 안두희를 쳐 넣으라고 한 장흥 헌병 사령관이 쫓겨나고 다음날 헌병사령관으로 온 인물이었지. 그 전봉덕씨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더라구. 더 있으면 위험하다 싶었겠지.”

해방 후 죽고 죽이는 악연은 이 이후까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은 김구계열의 테러리스트가 민족의 지도자 송진우를 죽인 건 틀림없었다. 나는 그 죽음에 김구선생의 지시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 이종찬 선배에게 물었다.

“민족 지도자 송진우의 죽음과 김구 선생은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겁니까? 통제할 수 없는 조직내 테러리스트가 자기들 멋대로 한 건가요?”

“그건 내가 민정당 창당할 때 경제인 협회 김용환 회장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어. 김용환 회장은 민족지도자 송진우선생이 중앙학교 교사였을 때 제자였고 그 후에 경성방직을 경영하면서 한민당을 이끌던 송진우선생을 후원했으니까 아주 막역한 사이였지. 그 김용환회장이 하는 말이 송진우 선생이 죽기 전날 임정요인들과 신탁통치에 대해 밤이 새도록 토론을 하고 논쟁을 했었대. 그러다가 그 모임에서 떠날 무렵이었는데 김구선생이 송진우선생의 손을 잡으면서 절대 오늘은 집에서 잠을 자지 말라고 하시더래. 김구선생이 그 말을 한 날 송진우 선생이 암살당하셨다고 해.”

이종찬 선배의 집안과 그의 삶 자체가 역사였다. 그가 자유롭게 하는 얘기를 듣고 메모해 두었었다. 역사관에 묶이지 않고 대외적인 발표를 의식하지 않은 진정성 있는 내용이었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20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21 1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18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15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18 0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16 0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14 0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50 0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37 0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39 0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35 0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39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39 0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43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66 0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59 0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67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68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62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59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94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93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76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74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91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79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69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75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91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104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141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34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143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84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257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164 3
3308 밥벌이를 졸업하려고 한다 [1] 운영자 24.04.01 171 2
3307 허망한 부자 [1] 운영자 24.04.01 186 2
3306 죽은 소설가가 말을 걸었다. [1] 운영자 24.04.01 168 2
3305 개인의 신비체험 [2] 운영자 24.04.01 172 2
3304 나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1] 운영자 24.04.01 161 2
3303 노인의 집짓기 [1] 운영자 24.04.01 161 1
3302 똑똑한 노인 [1] 운영자 24.03.25 196 2
3301 곱게 늙어간다는 것 [1] 운영자 24.03.25 201 4
3300 두 명의 교주 [1] 운영자 24.03.25 196 1
3299 영혼이 살아있는 착한 노숙자 [1] 운영자 24.03.25 181 1
3298 팥 빵 [1] 운영자 24.03.25 174 0
3297 얼굴 [1] 운영자 24.03.19 204 1
3296 이별의 기술 운영자 24.03.19 147 1
3295 노년에 맞이하는 친구들 운영자 24.03.19 142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